<기업경기 ‘최악 위기’>日 제재품목 쪼개면 3000여개… 全산업 연쇄 타격

- 8월 ‘화이트리스트 제외’ 전망

첨단소재·센서 등 부품 차질땐
기초화학·정밀기기 등 멈출 판

반도체,3개월치 확보 급한 불 꺼
18일쯤 2차 보복 가능성에 촉각

일본의 1차 보복에 대한 대대적인 물량 확보전을 한 차례 치렀지만 8월부터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한국이 제외될 경우 반도체뿐 아니라 첨단소재, 전자, 통신, 센서, 기계 등 최대 3000여 개 품목이 제재 대상에 들어갈 것이란 분석까지 나오면서 국내 전 산업계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당장 이번 주에 추가적인 2차 보복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업계에서는 3가지 품목 외에 다른 품목이 추가될 경우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 이전에도 또다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일본이 수출 제재를 가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 포토 레지스트(PR),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3가지 품목에 대한 물량은 일단 3개월여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급한 불’만 껐을 뿐, 기업들은 8월 일본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이 제외될 경우에 대한 대비전에 나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단 물량 확보는 마쳤지만, 이는 1차 규제에 대한 것일 뿐, 앞으로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가정하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될 경우 그 타격은 기초화학소재, 과학정밀기기 등 모든 정보기술(IT) 산업에 가시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은 한국을 포함한 27개국을 화이트리스트로 지정해 전략물자의 개별 수출허가를 면제해 주고 있다. 이때 전략물자에 포함되는 품목은 총 1100개지만, 그 안에 포함된 기술을 다시 품목으로 나누면 최대 3000개가 넘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일본의 전략물자 리스트 1100개에는 기술과 부품이 모두 포함돼 있는데, 기술에 들어가는 세부 품목까지 감안하면 최대 3000개가 넘을 수 있다”며 “이는 우리나라의 전 산업이 가시권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한국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는 것이 확실시되면 자동차나 화학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이 굉장히 높은 상황으로 하나의 작은 부품 생산에 따른 차질이 완제품인 기계, 제품에 이르기까지 확산될 수 있어 전체 산업 전반에 연쇄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에 관한 중재위원회 설치 요구에 한국이 불응할 경우 오는 18일을 기해 추가 제재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히고 있어 당장 이번 주 2차 제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 연구원은 “일본이 추가 제재를 한다면, 현재 3개 품목에 대해서만 규제했던 것에서 품목을 늘리는 식으로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다만, 8월에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번 주에 추가적인 제재에 들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