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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게재 일자 : 2019년 07월 15일(月)
“잠재적 범죄자 취급될까 후배에 지적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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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시행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우려 목소리

행위요건 등 판단기준 불명확
당분간 혼란 불가피할 전망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는 16일부터 본격 시행되는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등 개정안)’을 맞아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는 ‘선배’ 직장인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방송업계에 종사 중인 A 씨는 “이젠 막내들이 상전”이라면서 “일과시간 이외에는 단톡방 대화도 조심하자”고 썼다. 조선업계에서 일하는 B 씨는 “후배가 업무를 제대로 못해도 처벌이 두려워 지적도 제대로 못 하겠다”며 “인사고과에서 낮은 등급을 주면 불평등 갑질이라고 지적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재계에서도 과잉 입법 부작용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15일 “상식적·기본적인 ‘룰’인데, 굳이 근로기준법에 규정까지 신설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정부 가이드라인 등 규정도 모호한 것들이 있어, 실질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노사갈등이 심한 기업이나 구조조정을 통한 인력 재배치가 필요한 업체의 경우, 악의적 신고 등 문제점이 발생할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지난해 간호사 ‘태움’ 사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사내 폭력 사태 등으로 직장 갑질 근절에 대한 여론이 거세지자 올 초 근로기준법에 관련 조항이 반영됐다. 법 시행으로 가해자를 직접 처벌할 수는 없지만, 회사가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을 경우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피해자나 신고자에게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한다면 대표이사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월 발간한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행위자와 피해자, 발생 장소, 행위요건 등이 괴롭힘 판단 기준으로 적용된다. 특히 행위요건에 대해서는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을 것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할 것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일 것 등 세 가지 모두가 충족돼야 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괴롭힘의 기준이 불명확한 데다 자칫 상사의 모든 언행이 문제 제기 대상이 될 우려가 있어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용부는 업무를 위한 강요는 괴롭힘이 아니라고 했지만, 상황이 모호할 수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선배들이 교육 차원에서 훈계한 것인데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괴롭힘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각지대도 여전히 존재한다.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인지했지만, 이에 따른 조처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태료나 벌금 등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사용자가 괴롭힘의 가해자일 경우에도 피해자가 보호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괴롭힘 기준의 모호함으로 인해 막내급 사원들도 해당 법 시행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모바일 게임업체에 다니는 C 씨는 “현실적으로 괴롭힘이 근절될까”라면서 “내가 상사의 괴롭힘에 대처한들 그동안 따져왔던 것이 소급 적용돼 고과에 부정적으로 반영되면 무슨 소용이냐”고 밝혔다.

중소기업에는 법 시행에 따른 개선 효과가 정작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교육 인력이나 제도 개선 인프라가 열악한 중소기업들이 예산 등의 문제로 추가 대비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계도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현대·기아차는 노조와 협의하면서 고용부 가이드라인에 맞춰 별도 취업규칙 제정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 사내 뉴스레터를 통해 직원들에게 법 시행에 대해 안내했고, 취업규칙 제정 후에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직원들을 교육할 계획이다. SK는 연초부터 주요 관계사 담당자 워크숍 등을 진행했다.

김성훈(사회부) 기자 powerkimsh@
김성훈(경제산업부) 기자
e-mail 김성훈1 기자 / 사회부  김성훈1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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