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대통령의 협상 여지 공식화와 ‘1+1+α’ 논의 필요성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 공식화 보름 만에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경제 성장을 가로막고 나선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하면서도 “이제라도 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돌아오라”는 2중 메시지를 내놨다. 문 대통령은 15일 수석·보좌관 회의 발언을 보면, 겉으로는 강경해 보인다. “일본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 “국민의 힘을 믿고 엄중한 상황을 헤쳐 갈 것” 등은 일본에 대한 경고다. 보기에 따라서 국내정치적으로 반일(反日) 정서를 부추기는 위험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언급은 “우리가 제시한 방안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한 바 없고, 양국 국민과 피해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논의해 보자는 것”이라는 내용이다. 징용배상 판결 후폭풍의 본질은, 1965년 한·일 기본조약과 부속 청구권 협정의 유효성을 인정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다. 일본 측이 문제 삼는 것도 이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이미 한·일 사이에는 ‘1+1’(한국)이냐, ‘2+1’(일본)이냐의 논의가 있어 왔다.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 외에 한국 정부가 배상에 참여하면 1965년 체제가 붕괴하지 않는다는 일본 측 논리가 본질이다. 지난 8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1+1에 한국 정부의 역할을 담아야 한다”고 요구한 배경이다. 이미 청와대 등 여권 핵심부에서는 ‘1+1+α’ 수정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문화일보 7월11일 1면 보도) ‘+α’에 대해서는 여러 방안이 가능할 것이다. 국회에서 특별법으로 해결하는 방안, 대법원 판결 종료 건에 대해선 기업 기금(1+1)으로 해결하되 나머지 피해자는 한국 정부가 책임지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다. 정상의 결단만 있으면 타협안은 어렵지 않다.

문 대통령이 직접 ‘합리적 방안’ 논의의 물꼬를 튼 것은, 대법원 판결에 행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던 주장에서 한발 후퇴해 한·일 외교 협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의지 표현이라는 점에서 진일보한 제언이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의 방미 결과 조기에 미국의 중재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뒤 현실적인 출구 전략 차원에서 제시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양국이 적극 움직여 ‘1+1+α’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대일 특사 파견과 정치권의 물밑 논의 등도 검토해야 한다. 모든 것의 기본은 문 대통령이 1965년 한·일 기본조약을 준수한다는 원칙 천명에서 시작돼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