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측 “사실상 설 자리가 없어졌다”… 택시업계 “렌터카·월급제 문제 여전”

- 플랫폼·택시업계 반응

택시 입장 거의 다 반영되자
플랫폼 “추후 입장 내놓겠다”

17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과 관련해 ‘타다’를 운영하는 브이씨앤씨(VCNC) 측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정부가 이른바 혁신 성장을 도모하며, 택시 서비스를 향상하고, 이용자의 편의도 증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한 꺼풀 더 벗겨보면 사실상 택시업계의 입장이 거의 다 반영됐기 때문이다. 택시 업계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했다는 안도감 속에서도 사납금 기반의 임금구조 대신 월급제로 개편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아직 완전한 월급제로 가기에 택시업계가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지원 방안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VCNC 관계자들은 정부 발표를 전해 듣고 관련 대책을 위한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VCNC 측은 정부가 타다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가 현행 택시시장의 틀 안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줬지만, 사실상 줄어든 택시 수만큼만 운영할 수 있고, 택시기사 자격 보유자만 기사로 써야 해 결국 ‘모양만 바꾼 택시’로 판단하고 있다. 사실상 택시업계의 완승에 VCNC 측은 정부 대책과 관련한 즉답을 피했다.

VCNC 관계자는 “정부 발표와 관련해 내부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추후 정부 대책과 관련해 입장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타다가 플랫폼 운송사업자가 되려면 기여금도 내야 하고, 무엇보다 차량을 새로 사야 한다”며 “지금 운행 중인 1000대만 따져도 대략 300억 원이 필요하므로 사실상 타다가 설 자리가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택시업계는 이번 정부 대책 발표로 큰 고비는 넘겼지만,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았다는 반응이다.

이양덕 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상무는 “우리는 지속해서 렌트카 포함 여부를 반대해왔지만, 정부는 렌트카를 포함하는 방안을 계속 추진 중으로 알고 있다”며 “타다가 현재 렌트카로 불법 영업을 하는 데 앞으로 실무 협의에서 이 부분을 핵심 논의 사안으로 추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택시업계의 숙원사업인 월급제 정착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내놓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강신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지금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월급제 정착”이라며 “매일 벌어들인 운송 금액에서 사납금을 제외하고 남은 금액을 회사가 가져가는 정액 관리제 맹점이 드러난 상황에서 이 문제에 대한 보완 없이 유예기간만 갖고 월급제로 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택시업계는 앞으로 정부와 실무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해완·김성훈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