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선수 168명… 한국다이빙, 불모지서 꽃피우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문나윤(제주도청)이 16일 광주 남부대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다이빙 여자 10ｍ 플랫폼 예선에서 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영연맹 등록 3340명중 5%
정식규격 경기장 전국 5곳뿐
김수지 銅·우하람 4위 성적은
열악한 비인기 종목의 ‘기적’
金 “관심 더 가져 주셨으면…”

168명이 일군 기적.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다이빙대표팀이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김수지(21·울산시청)는 지난 13일 남부대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여자 1ｍ 스프링보드 결승에서 한국 다이빙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메달(동)을 획득했다. 우하람(21·국민체육진흥공단)은 다음 날 남자 1ｍ 스프링보드 결승에서 역대 한국 남자 다이빙 최고 순위를 6위에서 4위로 끌어올렸다. 우하람은 김영남(23·국민체육진흥공단)과 호흡을 맞춰 10ｍ 싱크로나이즈드 플랫폼에서 역시 역대 최고인 6위를 차지했다.

홈에서 열린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빼어난, 기대 이상의 성적표. 게다가 다이빙이 수영에서도 비인기 종목이란 점을 고려할 때 세계 수준 도약은 무척 고무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대한수영연맹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등록 수영선수는 총 3340명이며, 다이빙은 그중 5%에 불과하다. 초등부 56명, 중등부 29명, 고등부 44명, 대학부 8명, 일반부 31명 등 다이빙 등록 선수는 168명뿐이다. 다이빙팀은 초등부 23개, 중등부 10개, 고등부 13개, 대학부 4개, 지방자치단체 위주의 실업 13개 등 모두 63개다.

한국의 다이빙 여건은 중국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 만큼 척박하다. 중국엔 성마다 다이빙 지도자 등 전문 트레이닝 인력이 100여 명에 이르고, 등록선수는 수천명에 달한다. 중국이 다이빙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이유. 중국다이빙이 세계선수권에서 획득한 금메달은 16일까지 91개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이날까지 열린 다이빙 8종목을 중국이 모두 가져갔다. 금메달 2위인 러시아와 미국(13개씩)을 합해도 중국의 3분의 1에 못 미친다. 중국은 1984 LA올림픽에서 다이빙이 정식종목이 된 뒤 올림픽 무대에서 그동안 40개의 금메달을 쓸어담았다.

하지만 한국대표팀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사상 첫 메달을 획득하며 희망을 찾았다. 대표팀은 남녀 4명씩 8명으로 구성됐다. 김수지, 우하람, 김영남과 조은비(23·인천시청), 문나윤(22·제주도청), 권하림(20·광주시체육회), 김지욱(18·무거고), 김영택(18·경기체고) 등이다. 대표팀 구성에서 알 수 있듯이 민첩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10대 후반, 20대 초반이 절정기다. 그만큼 선수생명이 짧다.

다이빙대표팀은 지금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고, 여전히 기량이 발전하고 있기에 2020 도쿄올림픽에선 올림픽 사상 첫 메달도 가능하다는 칭찬을 받고 있다. 내년이면 남녀 간판인 우하람과 김수지는 22세가 된다. 둘은 나란히 초등학교 1학년이었을 때 다이빙과 인연을 맺었다. 경영과 달리 다이빙은 입문하기가 까다롭다. 김수지는 애초 수영을 배우려고 했지만 다이빙에 마음을 뺏겼고, 우하람은 방과후 수업을 통해 다이빙을 익혔다. 김수지와 우하람은 14세이던 2012년 대표로 발탁됐고 김수지는 그해 런던올림픽 여자 10ｍ 플랫폼에 출전, 당시 한국 선수단 최연소 대표로 등록됐다. 우하람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남자 10m 플랫폼에서 한국 다이빙 남자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결승에 진출했다. 김수지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여자 1m 스프링보드에서 동메달을 획득했고 우하람은 남자 3m 스프링보드와 10m 싱크로나이즈드에서 은메달, 1m 스프링보드와 10m 플랫폼에서 동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김수지는 “(동메달이라는) 상상하지 못할 큰 선물을 받았다”며 “다이빙이 한국에서 비인기 종목이라는 이유로 관심을 받지 못했는데, 다이빙에서 메달을 처음으로 확득한 만큼 우리 다이빙에 관심을 더 가져 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우하람은 “(처음 세계선수권에 참가했던) 6년 전과 비교하면 세계와의 격차가 70∼80% 이상 줄었다고 생각한다”며 “조금만 더 지나면 대등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