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고엽제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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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고엽제(枯葉劑)는 말 그대로 초목을 말라 죽게 하는 제초제다. 일반적으로 미군이 베트남전쟁 당시 밀림에 대량 살포한 제초제를 일컫는다. 살포하면 몇 시간 만에 잎이 타들어 갈 만큼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악마의 화학무기’로 통한다. 미국은 당시 게릴라전을 펼치던 적군의 은신처인 밀림을 고사시키기 위해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군은 이 작전을 ‘오렌지 작전’이라 불렀다. 고엽제가 담긴 드럼통을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오렌지색 띠를 두른 것에서 유래했다.

1969년 미국은 동물 실험에서 고엽제를 만들 때 생기는 다이옥신이 극히 적은 양만 인체에 흡수돼도 5∼10년이 지나면 각종 암과 신경계 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며 사용을 금지했다. 유엔도 사용 금지 화학무기로 지정하고, 감시하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전쟁 당시 별다른 주의사항이 없어 비행기로 공중 살포 시 살충제인 줄 알고 모기에 물리지 않으려고 입고 있던 옷도 벗어 가면서 고엽제가 쏟아지는 곳을 쫓아다니며 조금이라도 더 맞으려 했다고 한다. 제초작업을 하던 병사들은 고엽제 가루를 철모에 담아 맨손으로 뿌리기도 했다. 이때 살포한 고엽제는 무려 4400만ℓ나 된다. 이 때문에 베트남에서는 군인과 민간인 약 200만 명이 고엽제 후유증을 앓고 있다. 1965년부터 1973년까지 베트남전에 참전한 국군은 32만4864명이고, 1만633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현재 14만819명이 고엽제 환자로 공식 인정됐으며 그들은 각종 질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18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제22회 ‘고엽제의 날’ 행사가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주관으로 열린다. 행사에는 고엽제로 유명을 달리한 참전용사들의 넋을 달래는 위령제와 함께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이주해 모범적인 가정생활을 꾸리고 있는 여성들에게 생계비 지원금 전달식도 진행한다. 최근 베트남 여성 가정폭력 사건으로 베트남에서 반한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날 베트남 여성 생계비 지원 행사가 실추된 대한민국 이미지를 쇄신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고로, 북한은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 화학무기 보유국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북한 화학무기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하다. 미국이 가끔 ‘대량파괴무기(WMD)’ 제거를 외치는 정도다. 한국까지 그래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