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괴롭힘금지法과 블라인드채용法, 이제라도 폐기해야

각각 16일과 17일 시행에 들어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과 ‘블라인드 채용법’에서 입법 취지와는 다른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입법 단계에서부터 법규의 모호성과 입법 만능주의, 과도한 기업 규제, 나아가 사적 자치 등 기본권 침해 등의 우려가 제기됐지만 일부 자극적 사건에 따른 비등한 여론에 떠밀려 졸속 입법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득권 노조 등에 악용될 조짐이 보인다는 점에서 기업 활동을 심각하게 옥죌 가능성도 크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6일 괴롭힘 금지법 ‘대응 지침’을 통해 회사의 구조조정, 성과 압박, 노동 강도 강화 등도 괴롭힘에 포함된다고 밝혔다고 한다. 또 훈련, 승진, 평가, 보상, 배치 등에서 차별하는 행위 등도 괴롭힘 범주에 넣어 단체협약에 명시하라고도 했다. 근거 조항인 근로기준법 제76조는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괴롭힘의 대상으로 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할 정도로 모호한 규정이다. 앞으로 심각한 노사 갈등과 민·형사 소송 등이 무더기로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생산성을 높여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기업의 본질인데, 성과 독려마저 괴롭힘으로 본다면 정상적 기업 활동은 불가능하다.

채용절차법 제4조 ‘블라인드 채용’ 조항은 구직자의 본인 사진과 학교 외에 키, 체중, 부모 직업, 출신 지역 등을 물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구직자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선 업종에 따라 획일적으로 규제해선 안 된다. 보안·방호업에서 신체 특징을 따지지 않고 채용해서 되겠는가. 어려운 가정환경을 극복한 지원자에게 가점을 주는 기업도 많다. 법령으로 일일이 규제하지 않아도 개별 기업은 최적의 인재를 뽑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한다. 명백한 특혜 채용이나 대가성 채용 등을 처벌하는 규정만 두고, 기업과 개인 자율에 맡기는 게 당연하다. 공기업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한 결과, 오히려 명문대 출신자와 남성이 혜택을 봤다는 통계도 있다. 더 큰 후유증을 낳기 전에 이런 악법들은 폐기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