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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19년 07월 18일(木)
한 번 봐도, 두 번 봐도… 영원한 한국 록의 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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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중현 ‘미인’

“우리가 놓친 시간 하나하나는 지나간 것이고 다시 돌아오지 않아”(소설 ‘황태자의 첫사랑’ 중). 지나갔기에 아름답고 돌아오지 않기에 애틋한 거 맞는다. 현실은 어떤가. 황태자는 더 이상 청년의 얼굴이 아니다. 70세의 찰스 윈저, 그는 과연 왕관을 쓸 수 있을까.

느닷없이 영국 왕실의 미래까지 예측해본 건 사실 음악동네에도 황태자로 불린 사람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변진섭, 신승훈, 조성모, 성시경, 박효신, 이승기 등등. 하지만 누가 이들을 책봉했는지는 알 수 없다. 환호하던 팬들조차 언제 이들이 등극할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린다.

‘비운의 왕세자라도 한번 돼보면 좋겠다’는 건 안 될 거 아니까 하는 말이다. 세상엔 영원한 테리우스도 없고 영원한 황태자도 없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영원한’이라는 수식어가 실감 나는 사람, 바로 한국 록의 영원한 대부 신중현(사진)이다. 지난 월요일(15일) ‘신중현 헌정 기타 기념앨범’이 나왔는데 신곡이 2개나 포함돼 있다. 그는 여전히 곡을 만들고 지금도 곡을 연주한다. 특정 분야에서 영향력 큰 인물을 ‘대부’라고 하는데 80세 넘어서 신곡을 낸다는 자체가 후배 음악인들에겐 영향을 주는 사건이다.

수요일(17일) 개봉한 ‘라이온 킹’의 영화음악 OST 1번 곡은 엘턴 존이 작곡한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다. ‘이미 드러난 것들보다 앞으로 발견할 것이 더 많다(More to find than can ever be found)’는 가사가 신중현을 떠올리게 만든다. 음악을 지키려면 연장보다는 확장이 필요하다. OST의 2번 곡 제목이 ‘라이프즈 낫 페어(Life’s not fair)’인데 인생은 불공평해도 음악세계는 비교적 공평하기 때문이다.

▲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라이온 킹’은 뮤지컬로도 이미 전 세계 관객 1억 명을 돌파했다. 부럽지 않은가. 뮤지컬(‘미인’)은 이미 나왔으니 차제에 영화를 기획하자. 음악은 준비돼 있으나 문제는 스토리다. 팩트를 고집하지 말고 적당히 픽션을 가미해 이른바 팩션을 만들어보자. 엉뚱한 건 참아도 엉성한 건 못 참는 게 관객이다. 그가 걸어온 길목은 한국 대중음악이 세계와 만나는 지점이었다. 그는 서울 명동에서 태어났고 어릴 때 만주로 이사했다. 아버지는 이발사, 어머니는 미용사였다. 6·25전쟁으로 부모와 막냇동생을 잃고 남동생과 함께 전쟁고아로 창고지기를 하다가 고물 라디오로 미군방송(AFKN)을 온종일 들었는데 이때부터 음악에 빠지게 된다. 누군가 버린 낡은 기타로 연습을 시작했고 1955년 미 8군에서 ‘히키 신’이라는 이름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마침내 2009년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세계 최고의 기타 제작 회사인 펜더로부터 기타를 헌정받았으니 이거야말로 스토리가 히스토리가 된 사례 아닌가.

‘손잡고 가보자/ 달려보자 저 광야로/ 우리들 모여서/ 말해보자 새 희망을’. 무대 위의 애국가 ‘아름다운 강산’ 등 몇 곡을 제외하면 신중현 노래는 거의 다 사랑 노래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미인’ 중). 하지만 그의 러브스토리는 제대로 알려진 게 없다. ‘노란 레인코트에 검은 눈동자’. 그가 사랑한 ‘빗속의 여인’은 과연 누구인가. 그의 아내는 대철, 윤철, 석철 3형제의 어머니 명정강이다. 이분은 한국 최초의 여성 드러머였다. 얼마나 드라마틱한 소재인가. 기록된 게 없으니 상상으로 비집을 여백이 얼마나 무궁무진한가. 드럼을 소재로 한 영화 ‘위플래쉬’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데이미언 셔젤(1985년생) 같은 젊은 감독 어디 없을까. 재즈 드러머 출신인 그는 훗날 ‘라라랜드’로 실력을 증명한 바 있다.

‘라이온 킹’ 포스터에는 ‘새로운 세상 너의 시대가 올 것이다’라고 씌어 있는데 신중현의 삶과 음악의 여정도 엇비슷하다. 동물원에서 먹이만 받아먹고 살면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없다. 죽을 각오로 정글을 누빈 자만이 자신의 시대를 누릴 수 있다.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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