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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19년 07월 19일(金)
민주화 후광 업고 기득권 차지… 세대전쟁 뇌관 ‘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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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6세대 권력에 대한 분석과 비판이 청년세대와 학계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사진은 386세대의 민주화운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1987년 6·10 항쟁의 모습. 자료사진

- 386 세대유감 / 김정훈·심나리·김항기 공저 / 웅진지식하우스

기자·학계연구자·의원비서관
‘386의 40년 자취’ 공동집필

“군부독재와 싸우면서 닮아가
상명하복·계파주의성향 지녀
민주주의자 될 수 없는 한계”

文정부 장·차관급의 63.3%
靑수석 69.6% 등 요직 차지
“미필적 헬조선 제조자” 비판


“자기들은 꿀 빨아먹고 헬조선 만든 이들.”

무얼까.

“거악(巨惡, 독재)과 싸운 과거 팔아먹고 살면서 생활 속 소악(小惡)에 침묵하거나 동조하는 이중인격자.”

“스펙만 높고 일은 할 줄 모른다고 후배들 야단치면서 일 터지면 정치권 동창에게 전화 돌려 처리하고 법카로 생색내는 구악.”

이쯤이면 ‘386세대’(지금은 ‘586’)란 표상이 떠오를 것 같다.

젊은이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386세대 상사에 대해 쏟아지는 불만과 욕설이 넘쳐난 지는 오래다.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니고 지금은 50대 중반 즈음을 지나는 세대. 20대에 민주화를 직접 쟁취하는 경험을 했고, 순탄한 고속도로를 달려 이제는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 등의 전 분야에서 탄탄한 기득권을 부여잡았으며, 앞으로도 10∼20년의 ‘장기 386시대’를 끌고 갈 세대. 그들의 뒤를 이어 태어났다는 것만으로 사다리를 걷어차인 ‘X세대’ 혹은 ‘88만원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젊은이들의 이런 불만에 대해 386세대라면 어떻게 답할까. 시시때때로 직장 부하나 후배들에게 꺼내 들듯 “우리 때는 말이야…”하고 논리적으로 반박할까.

김정훈 CBS 기자, 심나리 서울대 박사과정 연구자, 김항기 국회의원 비서관 등 3명의 ‘X세대’가 공동 집필한 이 책은 386세대가 걸어온 40년 발자취를 더듬는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386세대에겐 1980년대도, 1990년대에도, 2000년대에 와서도 늘 마이크가 쥐어져 있고, 현재의 대한민국은 386에 의한, 386을 위한, 386의 나라라는 것이다. 이 책은 ‘X세대’가, 진보적 시각에서, 통시적·공시적으로, 한국의 전 분야를 아우르며 쓴 386세대에 관한 최초의 냉철한 사회비평서면서, 가장 큰 우리 사회 현안 중 하나인 ‘세대전쟁’의 핵심이 ‘386’이라는 걸 짚어낸다.

책에 따르면, 동시대에 같은 경험을 한 ‘코호트(cohort·동년배) 효과’를 공유하는 386세대는 ‘386 DNA’라 할 정도로 세대적 동질감이 강하다. 군사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화를 이뤘다는 자부심, 전쟁과 다름없던 반정부 투쟁의 대열을 정비하며 쌓은 조직화와 기밀한 네트워킹 능력, 함께 어깨를 걸고 밀어붙이면 끝내 이뤄낼 수 있다는 낙관주의를 꼽을 수 있다.

반면에 강고한 군부독재와 싸우며 배우고 닮아간 권위주의와 상명하복, 이념과 조직을 보위하려는 교조적 성향, 다른 목소리를 수용하지 않는 적대적 계파주의, 코앞의 투쟁 앞에 무시된 성 평등, 자부심에서 변질된 우쭐함, 실행보다 말이 앞서는 공허함도 코호트 효과에 포함된다. 이런 부정적 성향들은 “자나 깨나 민주주의를 원했던 386세대가 진정한 민주주의자로 남을 수 없는 DNA의 한계”라고 책은 지적한다.

386세대는 20대에 민주화운동을 이끌었고, 그 후광으로 30대에 정계에 진출했으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덕분에 되레 윗세대가 사라진 직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굳혔고, 고임금과 부동산으로 빠르게 중산층으로 진입해 자녀들을 원정 출산하고 사교육, 해외 유학에 보내며 부의 대물림을 추구한 ‘축복받은 세대’였다. 386세대가 20대 후반을 달리던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한반도는 단군 이래 최대의 호황을 구가해, 회사를 골라 갈 수 있었다. 당시 실업률은 완전고용 수준인 3.5%였다. 1980년대생의 20대 후반 실업률이 IMF 위기 당시와 비슷한 9.2%였던 것과 비교된다.

나라가 IMF 위기로 풍비박산이 났을 때 386세대는 직장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되는 말단이나 대리급이어서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했다. 한국에서 ‘부의 추월차로’인 부동산과 아파트로 가장 운 좋게 부를 축적한 사람들도 386세대였다. 박정희 정권 때 시행된 주택청약 제도, 베이비붐 세대와 386세대를 체제 내로 흡수하기 위해 노태우 정권에서 펼친 ‘주택 200만 호 건설’과 주택금융규제 완화 등은 386세대의 부동산 불패 신화를 만들어 냈다. 1991년 사교육 시장이 개방되면서 유명 학원 설립과 스타 강사로 떼돈을 번 사람들도, 그곳에 아이들을 보내 ‘스카이캐슬’을 구축한 학부모도 386이었다.

1997년부터 386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세대교체’란 명분에 맞춰 ‘얼굴마담’으로 정치권에 진입했고, 탄핵 역풍으로 금배지를 단 ‘탄돌이’가 나온 17대 총선에서는 386이 270개 의석 중 63석을 차지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전체 300석 중 144석이 386세대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장·차관급 인사 중 63.3%, 청와대 수석 중 69.6%가 386세대다. 시민사회단체, 대기업노조, 벤처기업의 수장과 문화예술계도 386이 장악하고 있다. ‘386은 진보적’이라는 믿음은 이미 여러 차례 대선과 총선에서 깨졌다.

문제는 ‘장기 386시대’로 청년들의 사회 진출과 안정은 점점 지체·좌절되고 출산율 저하라는 막바지에까지 왔다는 것이다. “헬조선 탄생을 주동하거나 최소한 가담하고, 방관해온 386세대의 미필적 고의에 대해 ‘가해자성’을 물어야 할 시간”이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양극화가 심해져 개인의 노력만으로 사회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기 힘든 시대에 게임의 주도권을 잡은 386세대의 선택은 더없이 중요하다. 저자들은 “우리 각자가 게임 체인저가 된다면, 모든 세대가 각자의 임무를 하고 이익을 나누는, 세대를 아우르는 팀플레이가 이루어진다면 조금은 나은 세상이 펼쳐지지 않겠느냐”고 기대한다. 268쪽, 1만60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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