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팀장의 북레터>日 학자들 눈에 딱 걸린 ‘아베의 인격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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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처럼 외부에서 본 ‘일본(인)론’에 관심이 많은 국민도 없습니다.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을 효시로 서구인이 쓴 일본론이 주류입니다. 섬나라이면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웃들-이웃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지요-과 불편한 관계만 지속해,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확신이 없기 때문일까요. 그래선지 지리적으로 인접한 우리도 일본(인)에 대해 이해 못 하는 구석이 적지 않습니다. 사실상 선거에서조차 정권교체를 한 번도 이루지 못해 우익정당이 장기집권한다든지, 전쟁범죄를 인정하지 않고 되레 평화헌법을 폐기하고 군사대국화를 꿈꾼다든지, 두터운 인문적 지성을 축적한 학자·지식인이 적지 않고 책을 가장 많이 읽는 국민이 있지만 강력한 시민사회를 형성해 사회·정치 변혁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것도 수수께끼 같습니다.

얼마 전 번역 출간된 ‘사쿠라 진다’(우주소년)는 현대 일본의 대표적인 사상가인 우치다 다쓰루(內田樹·69)와 국내에서도 번역된 ‘영속패전론’(永續敗戰論·이숲)의 저자인 소장학자 시라이 사토시(白井聰·42)가 전후 70년을 맞아 현대 일본에 대해 분석한 대담집입니다. 원제목이 ‘일본전후사론’(日本戰後史論)이니 이 또한 스스로의 ‘일본론’입니다. ‘영속패전론’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원전사고 이후 “전후 70년을 구가했던 ‘평화와 번영’의 종말을 감지”하고 “일본의 지배권력은 평화와 민주, 그 어떤 가치도 진심으로 추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확신을 갖고 썼다는 책입니다. 일본은 2차 대전 패배 이후 모든 책임과 ‘패전’조차 은폐하는 ‘영속패전’ 상태라는 주장을 펼칩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건 공산주의를 막아낼 최후의 방어선으로 ‘미국의 파트너’라는 환상, ‘대미종속’(對美從屬)이었다는 겁니다. 일본은 미국의 보호 속에 고도 경제성장을 구가했고, 한국과 중국에 대한 사죄와 반성은 외면했습니다. ‘사쿠라 진다’에서 두 학자는 그 연장선에서 대담을 이어갑니다.

‘영속패전 구도’는 1990년 전후로 냉전이 종식돼 미국이 일본을 아시아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여길 필요가 사라졌고, 중국과 한국의 경제성장이 두드러지면서 “유통기한이 끝났다”고 시라이는 말합니다.

출구를 찾지 못하는 분열적 상황 속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가 총대를 멘 일본 우익은 전후 체제 이전으로의 복귀, 평화헌법을 고쳐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려 한다는 것입니다. 시라이의 분석을 따른다면, 중국과 한국이 일본이 함부로 할 수 없을 만큼 국력이 커졌지만 상대적으로 수월한 한국을 상대로 시비를 거는 게 작금의 아베 정권의 대한 무역규제로 볼 수 있습니다. 시라이가 아베에 대해 ‘인격 괴리’라고 분석하는 대목도 눈길을 끕니다. 아베는 외할아버지인 정치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의 남자다움을 닮고 싶어 하는데, “싸움을 잘한다고 자랑할 수 없는 상황, 더 이상 사내 노릇을 할 수 없는 현실이 전후 일본의 조건”이라는 겁니다. “군사적으로 발기불능 상태가 된 셈이죠. 그런데 발기불능 마초가 성질이 가장 좋지 않습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