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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Global Focus 게재 일자 : 2019년 07월 19일(金)
빠르게 녹아내리는 영구동토층… ‘판도라의 질병 상자’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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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학자는 오랜 기간 냉동 상태로 있던 영구동토층이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녹아내리면서 내부에서 잠자고 있던 각종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다시 세상으로 나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화일보 사진
인류가 접하지 못한 바이러스·박테리아 급습 우려

75년전 탄저균에 죽은 순록들
온난화로 해동되며 균도 부활
1명 사망하고 72명 입원 사태

2014년엔 3만년 된 동토층서
독감 10배 크기 병원체 발견도
스페인독감 같은 재앙적 질병
다시 유행할 가능성 배제못해


‘고대 질병의 공격을 막아라!’

페스트에서부터 천연두까지 인류는 오랜 역사 동안 바이러스, 박테리아와 함께 공존해 왔다. 인류는 바이러스에 무참히 짓밟히다가도 알렉산더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 등과 같은 백신 개발을 통해 면역력을 키우며 싸워왔다. 물론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들도 항생제에 대응해 내성을 키우면서 진화하는 양상이다. 이처럼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그리고 인류와의 싸움은 끝없이 이어져 왔다. 이러한 팽팽한 균형 상태 속에서 인류는 적절한 면역력을 갖춰 오면서 일종의 자연적인 교착상태(膠着狀態)를 유지해 오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인류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출현한다면? 또는 수천 년 전 사라져 더 이상 면역력이 필요 없게 된 바이러스에 인류가 갑작스럽게 다시 노출된다면?

인류는 곧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기후변화로 수천 년 동안 얼어 있던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면서, 냉동돼 있던 고대의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되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서히 열리는 판도라 질병 상자=2016년 8월 러시아 시베리아 툰드라 지역의 북극권 야말반도에서 12세 소년이 사망하고, 최소 40여 명의 어린이를 비롯한 72명이 갑자기 입원했다. 사망한 소년은 탄저균에 감염된 사슴고기를 먹은 것으로 확인됐다.

분석 결과 75년 전 탄저균에 감염돼 사망한 순록이 영구동토층에 갇혀 있다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동되면서 탄저균도 되살아난 때문이었다.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면서 감염된 순록의 병원체가 인근 물과 토양으로 흘러들었고, 근처에서 풀을 뜯고 있던 2000마리 이상의 순록을 감염시켰다. 결국 탄저균은 사람에게까지 전파됐다. 당시 시베리아는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일부 지역에선 평년보다 10도 이상 올라가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는 시베리아의 순록 100만 마리 가운데 25만 마리를 도살 처리했다. 1918년에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독감도 다시 등장할 수 있다. 최근 과학자들은 북극에서 녹아내린 한 무덤에서 당시 독감 바이러스의 파편을 발견했다. 1980년대에 공식적으로 근절된 천연두의 흔적도 지난 2004년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에서 찾아낸 18세기 시체에서 다시 나타났다.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세균도 나오고 있다. 캐나다 지오그래픽은 2004년 이후 해동된 토양에서 4개의 ‘환경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2007년 과학자들은 800만 년 된 남극의 얼음 속에서 세포 생물의 징후를 확인하기도 했다. 이후 2014년 바이러스 학자들은 3만 년 된 영구동토층에서 독감보다 10배나 큰 병원체를 발견했다. 2017년 미국의 한 교사는 800년 된 알래스카 주거지 봉인 유적을 발굴하던 중 원인 모를 세균에 감염되기도 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의 ‘2018년 북극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인독감과 전염병이 가까운 미래에 다시 유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래전에 사라진 고대 질병들이 영구동토층에서 잠자고 있다가 해빙되면서 세상에 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과학매거진 파퓰러사이언스는 “인류를 괴롭혔던 질병을 포함한 오래된 질병은 어디에나 잠복할 수 있으며, 현대의 면역 방어법은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파상풍이나 보툴리눔독소증 같은 보호 포자를 형성하는 박테리아는 해동될 경우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빠르게 녹는 자연 냉동저장장치=영구동토층은 단지 차가운 흙이 아니다. 매머드에서 그 안에 있는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저장할 수 있는 냉동저장장치다. 수만 년 동안 존재해 왔던 영구동토층은 5000피트 이상의 두께도 있지만 최근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스(IBT)는 이러한 질병 위험은 비단 시베리아나 북극 지방에서만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경고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장기간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곧 깨어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반적으로 여름 동안 약 50㎝의 영구동토층이 녹는다. 최근 지구온난화는 이 속도를 더 빠르게 하고 있다. 인간이 상주하는 최북단인 캐나다 북극 지방 누나부트의 얼러트 마을에서는 지난 14일 기온이 이 지역에서는 기록적인 21도에 달했다. 이곳의 통상 기온은 영하를 약간 벗어난 수준이었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지구상의 다른 어떤 곳보다 북극을 두 배나 빠르게 온난화시키고 있다.

영구동토층은 박테리아를 오래, 어쩌면 백만 년까지 가둬둘 수 있는 완벽한 장소였지만, 이 영구동토층이 녹고 있다는 사실은 잠재적으로 판도라의 질병 상자가 열릴 수 있다는 경고를 의미한다. 프랑스의 진화생물학자인 장 클라베리 엑스마르세유대 교수는 “영구동토층은 춥고, 산소가 없고, 어둡기 때문에 미생물과 바이러스를 아주 잘 보존할 수 있다”며 “사람이나 동물을 감염시킬 수 있는 병발성 바이러스가 과거에 전 지구적 전염병을 야기한 바이러스 등을 포함해 오래된 영구동토층에 보존돼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IBT는 “영구동토층 아래에 어떤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숨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며 “이제는 모든 사람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경고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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