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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9년 07월 23일(火)
“일본 소설·애니도 안 봐요”… 문화상품으로 불매운동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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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회 충북국제무예액션영화제 포스터 교체전(왼쪽)과 교체 후 이미지.
- 日 경제보복 후폭풍

출판 행사서 일본책 내놓자
“왜 하필 日 저자 책인가” 항의
대형서점선 전면 진열 꺼리고
표지 끝낸 번역작 출간 연기도

애니 ‘극장판 엉덩이 탐정…’
평점 테러 이후 관객 확 줄어
개봉앞둔 작품은 이벤트 축소
무예영화제 포스터 교체까지


도서출판 마음산책의 정은숙 대표는 지난 21일 여성 CEO들이 만든 브랜드의 1일 마켓인 ‘우먼스엑스(WOMEN’X) 마켓’에 출판인으로 유일하게 참가했다가 최근 일본 상품 불매운동의 강도를 실감했다. 마음산책은 이날 마켓에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여성 요리연구가 나카가와 히데코의 ‘나를 조금 바꾼다’ 등 작품들을 내놓았는데, “하필 일본 저자의 책들을 갖고 나왔느냐”는 항의를 받았다. 나카가와는 귀화한 한국인(한국명 중천수자)이다. 앞서 지난주 정 대표는 오랜 번역과 표지 작업까지 끝낸 쓰노 가이타로의 ‘독서와 일본인’의 출간을 무기한 연기했다. ‘독서’라는 키워드를 통해 일본인을 이해할 수 있는 문화인류학서로, 번역 단계부터 관심을 모았던 책이다. 정 대표는 “요새 국민 정서가 확연히 달라져 지금 출판하면 안 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일본의 무역 규제로 촉발된 국내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출판, 영화 등 문화계로 확산하고 있다. 일본 저자의 번역 책 출판이 잇따라 연기되고, 일본 애니메이션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일본 책 번역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나라이고, 일본 애니메이션의 주요 시장 중 하나다.

22일 출판계에 따르면, 대형서점에서도 일본 책의 전면 진열을 꺼리고 있다. 한 출판인은 “일본 저자의 작품임이 확연히 드러나는 제목의 책은 대형서점 측에서 먼저 ‘전면에 진열하기 좀 어렵지 않나요’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전했다. 주로 일본 장르문학을 번역, 출판해온 북스피어의 김홍민 대표는 얼마 전 페이스북에 걸었던 일본 작가의 작품 광고를 내렸다. 김 대표는 “일본 상품 불매운동 전에 낸 광고였는데, 이전에 없던 비난 댓글이 최근에 여럿 달려서 급히 광고를 삭제했다”고 말했다. 요즘 일본 작가 저작의 매출도 떨어졌다고 한다. 나오키상 수상작가인 아사히 마가테의 소설 ‘야채 도매상’도 출판을 연기했다. 도서출판 비채도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로 호평을 받은 마쓰이에 마사시의 신작과 작가 초청을 계획했으나 모두 연기를 고려 중이다. 도서출판 은행나무는 국내에서 인기 있는 구보 미스미의 신작이 인쇄에 들어갔지만 출간을 연기했고, 스테디셀러인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출간 10주년 기념 리커버판도 출시를 미뤘다. 다른 일본 작가의 추가 계약도 주저하고 있다. 주연선 은행나무 대표는 “한국 상품이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된다면 더욱 분위기는 안 좋아질 것 같다”고 예상했다.

영화계에서는 아이들의 방학을 겨냥해 개봉했거나 개봉을 앞둔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불매운동의 불씨가 튀었다. 지난 11일 개봉한 ‘극장판 엉덩이 탐정:화려한 사건 수첩’은 첫 주에 1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후 2주 차에 ‘평점 테러’를 당하며 2만여 명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영화 게시판에는 “일본영화 보지 맙시다” “평점 테러라도 해야 분이 풀릴 듯” 등의 글을 올리며 별점 5개 만점에 1점을 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영화 관계자는 “이 애니메이션은 호평을 얻은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며 일본색이 거의 드러나지 않아 불매운동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단체관람 예약 취소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개봉하는 ‘명탐정 코난:감청의 권’ 게시판에도 “보고 싶지만, 불매하겠다” 등 불매운동 동참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명탐정 코난’ 시리즈는 매 작품 45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을 정도로 고정 팬층이 형성돼 있지만 불매운동이 이어지며 홍보마케팅과 이벤트 등을 축소하는 분위기다. 광복절 전날인 8월 14일 개봉하는 ‘극장판 도라에몽:진구의 달 탐사기’도 어떤 불똥이 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0월 개봉 예정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날씨의 아이’ 배급 관계자는 “아직 개봉 연기를 고려하진 않고 있지만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8월 29일 개막하는 제1회 충북국제무예액션영화제는 포스터에 일본 검객 영화 ‘자토이치’ 이미지를 넣었다가 한·일 갈등이 심화되자 한국 무사 이미지로 교체했다. 또 영화제 프로그램인 ‘자토이치 오리지널 시리즈 섹션’도 취소했다.

엄주엽·김구철·정진영 기자 ejyeob@munhwa.com
e-mail 엄주엽 기자 / 문화부 / 부장 엄주엽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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