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화웨이의 ‘北 3G’구축의혹 파악해 보겠다”

“모든 것 알고 있다” 밝히기도

38노스 “당시 이통망 구축하며
고위층 2500명 모니터 추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비밀리에 북한의 3세대(G) 무선네트워크 구축 및 유지를 도왔다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와 관련해 “파악해 보겠다”고 밝혔다. 미 상원의원들은 화웨이가 북한과의 연계로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기업임이 드러났다며 제재 강화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백악관에서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와 회담을 갖기 전 기자들의 WP 보도와 관련한 질문에 “나는 그것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나는 화웨이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화웨이 연계에 대한 질문이 다시 나오자 “파악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해 화웨이의 대북 제재 위반 여부를 확인할 뜻을 내비쳤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앞두고 미국 기업과 화웨이 간 거래 규제를 다소 완화하려는 상황에서 화웨이-북한 연계 의혹이 제기되면서 조사 결과에 따라 미국의 공세 강화가 예상된다.

크리스 밴 홀런(민주·메릴랜드) 상원의원과 톰 코튼(공화·아칸소) 상원의원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화웨이가 한 것처럼 북한과 거래하는 어떤 기업도 미국의 제재에 직면할 것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조항을 담고 있는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WP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 2008년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이 북한 조선우편통신공사와 지분합작으로 무선통신업체 고려링크를 설립해 3G망을 구축할 당시 중국 국영기업 판다 인터내셔널 정보기술과의 제휴를 통해 장비 및 관리서비스 제공 등에 관여했다. 미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북한이 2008년 이동통신망 구축과정에서 체제전복 방지를 위해 고위층 2500명을 타깃으로 300개 통화를 동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계획하고 가입자 수 확대에 따라 감시 시스템도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다고 전했다. 38노스는 2008년 5월 28일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과 북한 조선우편통신공사가 말레이시아에서 가진 회의의 회의록을 확인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2004년 용천역 폭발사고 직후 이동통신망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선이 노출돼 암살 시도가 이뤄졌다는 소문이 돈 뒤 북한은 2008년 고려링크를 설립하면서 고위층 전용 네트워크를 별도로 두고 자체 개발한 암호화 시스템이 내장된 휴대전화를 쓰도록 했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정충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