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문무일의 ‘脫권위 퇴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23일 오전 퇴임 인사차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을 방문해 민갑룡 경찰청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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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이 24일 퇴임사와 퇴임식 없이 퇴임하기로 했다. 문 총장은 검찰의 과거 잘못된 수사에 대해 사과한 첫 총장으로 평가되는 반면에 청와대의 적폐수사와 관련해 검찰 본연의 독립성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문 총장은 이날 대검찰청 확대간부 회의실에서 대검에서 근무하는 검찰연구관 및 사무관 이상 직원들만 참석한 채 간단한 소회를 밝히는 것으로 퇴임식을 갈음한다고 한다. 대검은 퇴임식에 걸리는 시간이 10∼15분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문 총장은 또 이날 경찰청을 전격 방문해 민갑룡 청장을 만났다.

문 총장의 ‘탈권위주의 행보’는 2017년 취임 당시부터 관심을 모았다. 검찰총장이 단상에 올라 취임사를 낭독한 뒤 서열 순으로 도열한 검찰 간부들과 악수하는 관행을 과감히 깼다. 문 총장은 대신 PPT와 동영상을 활용해 정책비전을 밝혔다. 검찰 간부들에게는 일어서지 말고 박수만 칠 것을 요청했다. 문 총장은 지방검찰청을 방문해선 간부급 검사 없이 평검사들과 격의 없이 회의했다.

검찰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부터 자기반성에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문 총장은 과거사에 대한 잘못을 시인하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로서 특수부 조직을 줄이고 직접 수사를 최소화한 것도 성과 중 하나다. 다만 청와대와 여권의 적폐수사 촉구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을 피해가긴 어려워 보인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선 검찰 조직의 논리만 대변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조직 이기주의’의 표본으로 불렸던 검찰의 수장으로서 권력을 내려놓기 위해 애쓴 점에 대해선 높이 평가받고 있다.

김윤희 사회부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