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러 군용기 독도 도발…한·미·일 협력 더 절박해졌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인 동해 상공을 진입하고, 러시아 군용기는 독도 영공까지 들어와 공군 전투기가 경고사격까지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23일 오전 7시쯤 중국 군용기가 동해에서 북상해 러시아 군용기와 합류해 남하할 때 러시아 군용기는 영공을 침범했다고 한다. 이번 사태는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대국임을 내세워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 행위로서 결코 묵과해서는 안 된다.

중국 군용기의 동해 침범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2018년부터 본격화했으며 지난 2월에는 독도 인근까지 비행했다. 사드 배치 등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미국과 중국·러시아 사이의 전략 충돌 영향도 작용할 것이다. 이런 와중에 한·미 간에는 동맹 균열과 불신이 커지고, 한·일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강력한 한·미·일 안보 협력 없이는 이런 사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안보 태세 강화에 즉각 나서는 일이 더 절박해졌다.

때마침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날 오후 방한한다. 북핵 폐기를 위한 제재 공조 방안과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문제를 비롯해 당면 현안인 호르무즈 해협 문제 등이 전방위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이란 무인기 격추 사실을 공개하면서 “다른 나라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때 그들의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와 함께 일할 것을 요청한다”면서 호위 연합체 구성을 제안했다. 19일에는 국무부가 60여 개국 외교관을 초청해 호르무즈 구상 설명회를 가졌고,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은 여러 나라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미국 주도의 호르무즈 구상에 동참(同參) 의지를 밝히고, 구체적 방법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이란 경제협력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중동에서 수입하는 원유의 7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는 사실과 항행의 자유를 위한 국제 공조라는 점에서 명분이 있다. 한·미 동맹이 동북아에서 확장해 글로벌 동맹으로 강화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볼턴 보좌관의 방한을 한·미·일 3각 협력 강화 계기로 삼아야 할 이유가 더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