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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9년 07월 23일(火)
‘마쓰우라’ 허성태 “악랄한 친일파 그만… 독립군 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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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배우 허성태가 18일 서울 충무로 뉴시스 본사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성태는 최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이몽’에서 마쓰우라 역을, OCN 토일 오리지널 ‘왓쳐(WATCHER)’에서 장해룡 역을 맡았다. 영화 2020년 개봉 예정인 영화 ‘히트맨’도 촬영중이다. 2019.07.19.
“일본인 연기는 더 이상 보여줄 게 없어요.”

영화배우 허성태(42)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판단했다. 최근 막을 내린 MBC TV 드라마 ‘이몽’에서 일제의 ‘마쓰우라 히로 경부’ 역을 맡았다. 영화 ‘밀정’(감독 김지운·2016)과 ‘말모이’(감독 엄유나·2019)에 이어 세 번째 일본인 역이다. 올 1월 ‘말모이’ 개봉 후 4개월여 만에 또 일본인 연기를 하는데 대한 고민이 컸다.

‘말모이’ 속 ‘우에다’는 “뼛속까지 일본인이었다”며 “사연이 있는게 아니라, 표면적으로 나쁜놈이라서 그냥 악하게 연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짚었다. 반면 마쓰우라는 조선인이지만 ‘조선 땅에서 잘못 태어난 일본인’이라고 믿는 인물이다. 일본인 양아버지를 둔 외과의사이자 독립운동가 ‘이영진’(이요원)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일본인보다 더 악랄하게 조선인을 핍박해 ‘밤길 조심하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등장할 때마다 뛰어난 연기력과 섬세한 감정표현으로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허성태가 나올 때는 한 편의 영화같다’는 극찬이 쏟아진 이유다. 무엇보다 ‘이몽’ 출연은 ‘이몽’의 윤상호(51) PD와 인연이 한 몫했다. 드라마 ‘백년의 신부’(2014), ‘사임당 빛의 일기’(2017)에 이어 세 번째 호흡이다.

“‘백년의 신부’ 때 단역이었는데, 윤 PD님이 ‘성태씨 오늘 막촬(마지막 촬영)이지?’라고 묻더라. 모든 스태프와 연기자들에게 ‘허성태 잘했잖아. 박수치자’라고 하더라.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항상 단역을 맡아 내 이름과 배역 그리고 막촬 날짜까지 기억해 주는 분이 없었고, 현장에서 박수를 받아본 적도 처음이다. 소속사 없이 혼자 다닐 때였는데, 버스를 기다리면서 엄마한테 전화해 펑펑 울었다. ‘사임당’ 때도 ‘밀정’ 촬영차 상하이에 있어서 3번 정도 연락을 못 받았다.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연락을 받았는데, 2~3회 정도 나오는 중국 사신 역이었다. 분량은 적었지만 대사가 엄청 길었다. 역할이 크든 작든 의미가 없다. 나를 기억해주고 매번 연락해주는 PD님은 은인이다. PD님이 없었으면 지금 나도 없다. 그때 에너지를 받아서 ‘한 번 해보자’고 마음 먹었으니까. 이미지가 겹치더라도 이번만 ‘악역 연기하자’고 마음먹었다.”

‘윤 PD가 다음에도 일본인 역을 제안하면?’이라고 묻자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럴 리가 없다”며 “정말 마쓰우라를 멋있게 그려줘서 감사하다. PD님이 다른 작품 선택할 때도 조언해준다. 얼마 전에 시트콤 제안이 왔는데, ‘마쓰우라를 한 뒤 정의롭거나 웃긴 캐릭터를 연기하라’고 해줬다”고 귀띔했다.

“‘밀정’에서는 대사가 많이 없었고, ‘말모이’에서는 일본인이라서 일본어로 연기했다. ‘이몽’에서는 한국어로 일본인 연기를 하지 않았느냐. 그냥 PD님 디렉션에 의존해 세게 갔다”면서 “이제 일본인 연기는 보여줄 게 없다. 한국어, 일본어로 다 해봤으니까. 한민족 입장에서 (친일파는) 그냥 나쁜 사람이다. 다른 색깔을 입힐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허성태에게서는 독립투사의 기운이 느껴졌다. “마쓰우라와 비슷한 점은 전혀 없다. 마쓰우라에게 감정이입해 동정하지 않았다”면서 “‘일제강점기였으면 내가 독립투사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소신을 드러냈다. ‘이몽’에서는 조복래(33)와 이규호(34)가 연기한 의열단 단원 ‘김남옥’과 ‘김원봉’(유지태)의 고향친구 ‘윤세주’ 역이 탐났다. “정의로운 독립군 역을 정말 해보고 싶다”며 자신이 출연한 영화 ‘남한산성’(감독 황동혁·2017)의 ‘이시백 장군’(박희순)을 예로 들었다.

“폭탄기술자 ‘마자르’(백승환)의 뺨을 때리는 신이 있었는데 진짜 때렸다. 내가 벽을 볼 때 애국가를 부르는데, 뒤통수만 찍으니까 ‘에이씨~’ 하면서 또 울었다. 스태프들도 ‘마쓰우라 나쁜새끼’하면서 다 울더라. ‘남한산성’에서도 적장인 ‘용골대’ 역을 맡았는데, 말타고 산으로 도망가는 조선 병사들을 보고 ‘한놈도 남김없이 죽여라’고 외치는 신이 있다. 조선 병사들이 다 죽는 것을 보고 펑펑 울었다. 노래가 깔리면서 더 슬펐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관련 핵심소재의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내린 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허성태는 ‘이몽’ 종방 당시 SNS에 “파렴치한 마쓰우라는 끝까지 불 태우겠다”며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시끄러운 요즘, 더욱 일제강점기와 독립을 위해 싸우신 이들을 기억해야하고 다시는 이땅 아니 전 세계 어디서라도 자주적인 독립이 짓밟히는 나라가 없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잡아 죽이고 싶었다’는 댓글을 볼 때마다 뜨끔하고 감사하다. 포털사이트에서 ‘허성태’를 검색한 결과가 즐겨찾기에 추가 돼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항상 검색한다”며 “이러한 반일감정은 이전부터 있지 않았느냐. 공교롭게 경제 보복까지 일어나고 있는데, 독립운동가들의 노력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자 하는 마음에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성태는 서른넷 늦은 나이에 연기자로 전향했다. LG전자 해외영업부서와 대우조선해양 기획조정실에서 근무하다가 2011년 SBS TV ‘기적의 오디션’에 지원했다. 결혼 6개월 만에 사표를 쓰고 연기자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조단역 생활을 하다가 5년여 만인 2016년 ‘밀정’을 통해 처음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이몽’ 촬영 때 형사로 나온 후배 4명을 챙긴 것도 이 때문이다. “출연료를 뻔히 다 안다. 지방까지 혼자 운전해서 오는데, 숙박비가 많이 들 것 아니냐”면서 “펜션 사장님에게 얘기해 넓은 곳을 숙소로 잡았다. 촬영 끝나고 다 같이 밥 먹고 자곤 했다. 사전제작돼 가능한 것”이라고 전했다.

영화계에서 이미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범죄도시’(감독 강윤성·2017)를 비롯해 ‘명당’(감독 박희곤·2018), ‘창궐’(감독 김성훈·2018) 등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드라마 ‘터널’(2017), ‘마녀의 법정’(2017), ‘친애하는 판사님께’(2018) 등에서도 활약했다. 악역 이미지로 굳는 데 대한 조바심은 없다. “악역으로 주목을 받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활용을 하고 싶은게 당연하다”며 “나도 악역이 계속 들어오니까 할 수 밖에 없다. 열심히 하고 있지만, 어떻게 차별점을 둘 것인지 고민하는게 내 몫”이라고 짚었다.

OCN 주말극 ‘왓쳐’는 중요한 변곡점에 있는 작품이다. 비극적 사건에 얽힌 세 남녀가 경찰의 부패를 파헤치는 비리수사팀이 돼 권력의 실체를 밝히는 이야기다. 허성태는 세양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반장 ‘장해룡’을 연기하고 있다. 선과 악의 경계에 서있는 인물이다. ‘제작발표회 때 왜 그렇게 떨었느냐’고 묻자 “아직도 차려 입고 여러 사람들 앞에 서는게 부끄럽다”고 했다. “사진 촬영을 할 때도 민망해서 미칠 것 같다”며 “프로필 촬영을 할 때는 연기를 했다. 그 중 살아있는 표정을 잡아줘서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덧붙였다.

허성태는 ‘왓쳐’에서 악역 이미지를 벗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몽’과 다르게 보이고 싶어서 “힘을 많이 뺐다. 길게 가는 호흡은 많이 배제하고 담백하게 연기하고 있다”고 한다. “안길호 PD님이 ‘애매모호하게 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더니, 시청자들이 착한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엄청 헷갈려 하더라”며 웃었다.

총 16부작인 ‘왓쳐’는 6부까지 방송됐는데, 시청률 5%(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 기준)를 넘으며 인기몰이 중이다. 극본을 보고 PD에게 먼저 “‘제가 하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물어본 게 처음”이라고 한다. “한석규 선배가 정말 좋다”며 “특유의 말투로 ‘어~ 성태야~ 밥은 먹었니?’라면서 항상 안아준다. 선배님이 후배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데 예측할 수 없는 재미가 있다”며 좋아라했다.

허성태는 눈코뜰새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영화 ‘히트맨’(감독 최원섭) 촬영까지 겸해 지지치는 않을까. 이상하게 “안 피곤하다”며 행복한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후배들에게 ‘오디션으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라’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밀정’ 때 많은 기획사에서 내가 연기한 ‘하일수’ 역 ‘돈 안 받을테니 우리 배우 써달라’고 했다고 하더라”면서 “로또와도 같은 확률인데 오로지 오디션 만으로 배역을 따냈다. 그 역할로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몽’ 촬영 때도 분량이 많아서 피곤할 법도 한데 ‘왜 짜증이 안 날까?’ 생각해봤다. 세상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1%도 채 안 되지 않느냐. 나는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고 있다. 카메라가 돌아갈 때 가장 행복하다. 정말 신기하다.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는데, 내가 짜증내면 안 되니까. 아직도 하고 싶은 역이 많아서 피곤함을 잘 모르겠다. 작은 소망이라면, 드라마든 영화든 어머니가 안 쉬고 아들 작품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얼마 전에 아내의 수익을 뛰어넘었다. 원룸 살다가 투룸으로 이사갔고 빚도 다 갚았다. 예전에 ‘카누’를 마셨으면 이제 아이스라떼 먹는 정도다. 하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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