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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편식주의자의 미식여행 게재 일자 : 2019년 07월 24일(水)
제철 재료로 담백한 맛 … 몸 비우고 마음 채우는 ‘절집 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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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사 템플스테이 쿠킹클래스에서는 텃밭에서 난 제철 채소로 사찰음식을 직접 만들 수 있다. 위 큰 사진은 오이묵, 아래 사진 왼쪽부터 버섯숙주나물볶음, 옥수수전, 가지구이.

대구 동화사 템플스테이에서 맛본 사찰음식

저녁 공양으로 취나물·쌈 채소
양념 간 세지 않은 신선한 반찬
우엉무침 씹는 맛 기억에 남아

새벽 예불뒤 아침 공양은 잣죽
은은하고 깊은 맛 입안에 가득
호박볶음·콩장·김과 함께 나와

사찰 텃밭서 직접 기른 채소로
계절 별미 4종 요리 배우기도
모양·색깔 예쁜 오이묵 인상적


얼마 전 여수 향일암을 우연히 방문하게 된 것이 계기가 돼 사찰음식에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올여름 휴가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사찰에서 ‘채식’ 생활과 함께 사찰음식을 배워야겠다는 마음으로 템플스테이를 예약했다. 외식문화가 점점 서구화되고 맛집 찾기와 먹방이 트렌드인 세상 속에서 모든 것이 풍요로운 요즘, 음식을 줄여 먹기도 좋은 채식을 골라 먹기도 힘든 시대다. 그래서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산으로 들어가 조용히 하루를 보내고 사찰음식도 배울 수 있는 대구 동화사의 템플스테이로 떠난다.

동화사 가는 길은 굽이굽이 산 계곡을 한참 지나야 했다. 절 인근에 제철 과일 복숭아를 파는 상인이 많았다. 이번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사람 중 내국인은 나 하나다. 지구 반대편에서 온 외국인 가족 6명이 함께했다.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배웠던 ‘차수’ 자세를 유지하며 식당으로 향했다. 고찰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거목 사이를 지나 식당으로 들어갔다. 승려와 속세인의 출입문이 구분돼 있었다. 식사 전 ‘오관게’를 암송했으며 사찰에서는 음식공양도 수행의 하나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대화하는 것을 금했다.

저녁 공양 찬은 취나물, 우엉무침, 김치 세 가지와 두부, 콩나물국, 그리고 쌈 채소가 있었다. 함께했던 외국인 가족들은 처음 접하는 공양 음식이 궁금해서 내게 이것저것 묻고는 조용히 음미했다. 찬은 신선했고, 양념도 간이 세지 않았다. 우엉무침은 어슷썰기로 나왔는데 주로 채로 접했던 나는 씹는 맛을 즐겼다. 두부 역시 탄성이 좋았다. 맛에 취해 더 먹고 싶다는 식욕이 발동했지만 모든 욕심을 비우는 수행과정 중이기에 참아야만 했다.

사찰음식의 기본은 채식으로 그중 오신채가 없는 음식이다. 채소 중 파, 마늘, 달래, 부추, 흥거 등을 먹지 않는데 이 재료들은 자체가 맛과 향이 강해 먹게 되면 승려들이 수도와 정진할 때 방해를 받는다고 한다. 재료에 따라 방귀를 생산해 내는 사람들도 있으니 수도 중인 승려에게는 고역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저녁 공양과 걷는 명상이 끝난 후 차를 만들어 배분하고 차를 함께 나누는 예절 ‘차례(Tea Ceremony)’를 배웠다. 자리에서 차 용기를 뜨거운 물로 세척한 후 닦아 마름질까지 한다. 템플스테이를 관장하는 상전 스님은 차를 예찬했다.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는 것은 중요합니다. 모든 식사는 차로 인해 용해되고 몸에 좋은 영양가를 배분하며 소화를 촉진시켜 곧 잠자리에 든 이후에도 불편함이 없게 합니다.” 이어서 공감 가는 말씀도 해주셨다. “식사시간에는 8할만 먹고 나머지는 음료와 차로 대체하는 생활을 권합니다. 모든 게 수행이 아닌 게 없는 것처럼 불교에서는 먹는 행위도 수행입니다. 적은 것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자제하지 못하고 더 좋은 것, 더 맛있는 것 등에 집착하게 될 경우 몸도 마음도 건강해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스님은 또 “마음의 수행을 통해 적절한 섭생과 운동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늘 과함으로 가득한 환경에 익숙한 나를 반성하게 됐다. 차를 마셨던 게 도움이 됐던 걸까. 잠자리가 바뀌면 뒤척거리는데 사찰에서 첫 밤은 전혀 그렇지 않고 숙면을 했다.

이튿날 아침 공양 시간은 오전 5시 30분. 이미 오전 4시 50분부터 스님과의 새벽 예불 및 힐링 요가 등의 일정을 마친 후였다. 시간이란 쪼갤수록 많아지는 걸까.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니 그 시간의 여유가 신기했다. 떠오르는 태양과 새들의 소리를 들으며 아침 공양하러 가는 길에 갑자기 공복이 밀려 왔다. 생각해보니 전날 저녁 식사량도 많지 않았고 간식도 없었다. 공복을 느껴본 지 얼마 만인가. 공복이 오면 배를 채우기만 했던 나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 됐다. 공복이 몸을 훨씬 가볍게 한다는 것을 깨우쳤다.

▲  아침 식사로 나온 잣죽. 절에서는 장을 편안하게 해주는 죽 공양을 많이 한다.

아침 식사는 잣죽이었다. 사찰에서는 아침에 죽 공양을 많이 한다. 죽은 장을 편안하게 해줘 수행과 집중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잣을 풍부하게 넣었는지 밤부터의 공복 때문인지 한 입 넣으니 은은함이 깊이 퍼지며 진하게 느껴졌다. 호박볶음, 콩장, 그리고 김과 함께였다. 이른 아침에 이렇게 귀하고 맛있는 식사를 하니 더욱더 건전한 몸과 마음을 유지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감사한 아침 공양이었다.

사찰 텃밭에서 재배된 계절 채소 네 가지를 이용해 음식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김정희 강사를 만났다. 사찰음식을 가르친 지 10년이 넘었다고 한다. “동화사 템플스테이에는 내국인이 많이 참가하지만 외국인도 그에 못지않게 많아요. 참가자의 국적을 참고해 각자의 나라에 돌아가 쉽게 만들어 볼 수 있도록 제철 재료로 사찰음식을 가르칩니다.”

이날 참가자들이 만들었던 음식은 옥수수를 직접 강판에 갈아 밀가루에 묻혀 부쳐낸 옥수수전, 오이를 강판에 갈아 한천과 섞어 묵으로 만든 오이묵, 버섯과 숙주나물을 매콤하게 볶아낸 버섯숙주나물볶음, 그리고 가지구이 등 네 가지다. 모두 여름을 대표하는 재료로 만들었다.

나는 외국인 여성 가족들과 함께 만들었다. 옥수수전은 굽는 냄새도, 소리도 고소했다. 외국인들은 탄 음식에 대한 반감이 별로 없었다. 내가 탄다고 불을 줄이면 다시 와서 불을 올린다. 바삭하게 먹어야 맛있단다. 매콤한 버섯숙주나물볶음도 맛있었지만, 계절 채소의 여왕 가지로 만든 구이는 별미 중의 별미였다. 오이묵은 색깔도 모양도 가장 예뻤다. 강습이 끝나고 별도로 제공해 준 참외 김치가 맛있었다. 참외 김치를 썰어 손으로 꼭 짜낸 다음 식초로 간을 했다.

차의 힘은 역시 사람들을 생각하게 하고 대화하게 한다. 스님과의 대화가 계속 길어지는 것은 아마 1박 2일의 템플스테이의 여운 때문일 것이다. 모두 온전히 자신만을 바라보는 방법을 배웠다. 삶은 많은 괴로움과 고통의 연속이라는 스님의 말에 서양에서 온 파란 눈의 여성은 공감하며 눈물을 흘렸다. 잠시 나의 일상을 멀리 두고 나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늘 ‘미식을 행하기 위해’라는 명분으로 자행돼온 나의 과도한 섭생에 대해 반성하는 계기도 됐다. 이곳에 있었던 음식은 비록 평범했지만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간의 삶을 영위하게 하는 몸과 마음의 보약이었다.

강태안 미식여행가

‘홍인타차·설태국…’ 수행하듯 차 한 잔

▲  상전 스님이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에게 줄 차를 따르고 있다. 스님은 “식사시간에는 8할만 먹고 나머지는 음료와 차로 대체하는 생활을 권한다”고 말했다.
동화사는 대구 동구 동화사1길 1에 위치해 있다. KTX를 타고 동대구역에서 내린 다음 역을 등지고 오른쪽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 팔공산 방향 버스정류장에서 빨간색 급행 1번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40분 이내에 동화사에 도착하며 봉황문 입구로 들어와 템플스테이 방향으로 계속 등산하면 된다.

동화사 템플스테이는 ‘휴식형’과 ‘체험형’ 두 가지 프로그램이 있다.

108배 배우기와 염주 만들기, 스님과의 차담이 포함된 휴식형은 6만 원, 체험형(사찰음식 혹은 숲 명상)은 8만 원, 숙박하지 않지만 스님과 함께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차담’ 프로그램은 1만5000원이다.

참고로 차의 맛과 향이 예사롭지 않아 스님의 차 보관함을 들춰보는 무례함을 범해 알아낸 차 이름을 공개한다. 오리엔탈미인, 문산포종, 고수홍차, 대홍포일과수, 안겸철관음, 봉황단총, 보이차, 80년 홍인타차, 송종단총 등. 특히 해발 3600m 고산 눈 속에서 잉태한 국화 봉오리로 만든 차라는 설태국도 있었다. 차를 좋아하는 스님이 개인적으로 모은 것으로 차 애호가에게는 권할 만한 정보이길 바란다. 문의 053-982-0126

동화사 인근 좋은 식당으로는 고려산장식당을 추천한다. 대구 동구 용수동 59-15에 위치해 있다. 대표 메뉴는 능이버섯전골과 불고기전골이다. 직접 만든 두부와 후식으로 나오는 얼린 홍시도 맛이 좋다. 가격 1인 1만5000원.

사찰음식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특화돼 있는 사찰은 대구 동화사를 비롯해 전남 장성의 백양사, 경북 예천 용문사, 경기 성남 대광사, 경남 통영 용화사, 그리고 경기 남양주 봉선사가 있다.

홈페이지(www.templestay.com)에서 직접 예약할 수 있으며 문의는 각 사찰 혹은 템플스테이 홍보관에서 가능하다. 02-203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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