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군사안보, 전방위로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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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환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정치학

오는 8월 실시하는 한·미 연합군사훈련 명칭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19-2 동맹(alliance) 연습’에서 ‘동맹’이란 용어를 삭제하고 ‘전시작전통제권 검증’ 등의 표현을 사용할 것이라고 한다. 북한 외무성이 지난주 성명을 통해 이번 훈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이것이 판문점 정상회담 후속 미·북 실무 협상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엄포를 놨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국과 명칭 변경을 협의 중이라고 한다. 어렵게 맞이한 미·북 협상 무드를 고려했다 할지라도, 훈련의 명칭과 성격마저 북한의 눈치를 본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문제는, 다음 달 한·미 연합훈련이 전작권 검증을 명분으로 실시되면 전작권 전환 이후에는 훈련의 필요성을 주장할 근거가 약해진다는 데 있다.

한·미 연합훈련은 지난해 남·북 간 및 미·북 간 연이은 정상회담 과정에서 축소되거나 일부 폐지되기에 이르렀다. 핵무기를 개발한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북핵 개발 전에도 실시했던 한·미 동맹 훈련을 계획대로 할 수 없다는 게 아이러니 아닌가. 더구나 ‘핵 있는’ 평화를 대비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말이 안 된다.

오는 2020년은 6·25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해다. 한·미 양국은 6·25전쟁을 통해 혈맹 관계를 맺었고, 냉전기 확고한 군사동맹으로서 그 결속을 더해 왔다. 탈(脫)냉전기 국제질서의 급변 속에서도 성격 변화는 있었지만 흔들림은 없었다. 하지만 북한의 핵 개발에 대처하면서 양국은 불협화음을 보여 왔다.

최근 한·미·일 삼각동맹 체제의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일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미·일 군사동맹과는 달리 한·미 군사동맹은 이완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강제징용 문제로 야기된 한·일 외교 갈등이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이어 한·미·일 안보 협력 관계의 약화로 비화할 경우 이는 결국 대한민국 안보의 축을 무너뜨릴 수 있다.

이러한 한·미·일 삼각동맹의 틈새를 노린 듯 어제 중국과 러시아 공군기가 우리 동해 상공의 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으로 진입하고, 심지어 러시아 정찰기는 독도 영공을 들락날락했다. 이에 우리 군은 전투기를 출격시켜 러시아 정찰기에 360여 발의 경고사격을 하는 등 긴박한 상황이 발생했다. 중·러 양국 정부는 부인하지만, 이번 사건은 중대한 의도적 도발로서 결코 좌시해선 안 된다.

이번 사건과 관련, 일본 정부는 ‘독도는 일본 영토’라는 전제 아래 한·러 양국 정부에 각각 항의하는 어처구니없는 태도를 보였다. 한편,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할 수 있는 잠수함의 건조 조선소를 시찰했다. 우리는 오늘의 한반도 주변 안보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과연 강력한 한·미·일 안보 협력 없이 향후 이런 사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겠는가.

최근 들어 군사안보는 동해·서해 등 영해는 물론 영공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무너지고 있다. 아울러 군 영내에서는 군의 기강이 해이해지고 훈련 축소로 인한 전투력 저하가 우려를 낳고 있다. 또한,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명분 아래 취해지는 각종 조치는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고 한·미·일 삼각 동맹 체제에서 우리 군의 역할이 일본 자위대로 넘어가고 있다.

이래도 ‘19-2 동맹 연습’에서 ‘동맹’이란 용어를 삭제하고, 장차 한·미 연합훈련마저 그만둘 것인가. 이는 사실상 한·미 동맹의 해체를 의미한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점은, 안타깝게도 한·미 동맹을 대체할 안보의 근간이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