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편지 쓰기>“내 전부인 엄마, 아프지 말고 웃어요”

문화일보 회장賞 서예림

엄마, 엄마라는 단어가 조금은 아프게 느껴져. 엄마가 힘들게 살아왔던 것도 알고 나한테 힘든 내색 안 하고 억지로 웃는 것도 아니까. 나 엄마한테 항상 묻고 싶은 게 있었는데, 이건 편지니까 한번 물어봐도 될까? 엄마는 지금 행복해? 행복한 척 말고 진짜 행복해? 엄마는 날 너무나 잘 아는데 나는 엄마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또 지금 행복한지 그냥 다 모르겠어. 내가 엄마에 대해 아는 거라고는 엄마는 항상 내 앞에서 행복한 척한다는 거. 그거 하나밖에 몰라. 난 엄마가 나처럼 행복했으면 좋겠고 나처럼 진심으로 웃었으면 좋겠는데, 어떡해야 할까?

만약에 아주 만약에 말이야. 내가 없었다면? 엄마가 아빠를 만나지 않았다면 엄마는 행복했을까? 그러면 아빠 때문에 상처받는 일도, 나 때문에 힘들 일도 없지 않을까? 지금쯤 아마 엄마만의 인생을 즐기고 있지 않을까? 사실은 내 방에서 혼자 자고 있으면 말이야. 다 들린다? 엄마가 혼자 우는 소리도 들리고 엄마가 아빠랑 다투는 소리도 들려. 그런데 그걸 모른 척하는 게 너무 힘들어. 엄마가 울 때 조용히 다가가서 위로가 돼주고 싶은데 못 하겠더라. 혹여나 내가 다가가서 엄마가 맘껏 울지 못할까 봐. 또 괜찮은 척할까 봐.

아마도 엄마에게 가장 필요한 건 할머니겠지? 엄마 기억 안 나? 지난번에 할머니 댁 갔을 때 말이야. 엄마가 엉엉 울었잖아. 할머니 품에 기대서. 그때 딱 느꼈어. 아 엄마도 아이구나! 엄마도 여리구나! 엄마도 소녀구나! 엄마도 위로가 필요했구나. 내가 힘든 일 있을 때는 엄마 품에 안겨서 엉엉 울곤 했는데, 정작 나는 그런 엄마에게 위로가 되지 못했다는 게 조금은 자책감이 들었어. 난 그저 엄마에게 어린 아이인 것뿐일까?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볼까 봐 걱정돼 난 항상 그 누구에게도 고민을 말하지 않아. 딱 한 사람 엄마 빼고. 엄마는 따가운 시선 대신 인형처럼 내 얘기를 들어주니까. 그래서 너무 위로가 됐고 이제는 내가 엄마에게 인형 같은 사람이 돼주고 싶어. 그렇다면 엄마의 상처가 조금은 치유가 되지 않을까? 엄마가 자라오면서 받은 상처들, 일하면서 받은 상처들, 아빠한테 받은 상처까지도.

솔직히 엄마 아빠 이혼했다는 이야기를 15살 때 듣고 너무 상처받았다. 학교에서 가족을 주제로 글 쓰라 할 때도 너무 싫었고 가족사진을 들고 오라 했을 때도 너무 싫었어. 그래도 나 지금은 너무 행복해. 누구에게나 당당하게 나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난 엄마밖에 없으니까 엄마가 내 전부고 엄마가 내 꿈이고 엄마가 내 삶 자체니까. 아프지 말고 웃자 행복하자 우리. 안녕.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