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官錄>잠 못 이루는 기재부 “딱 2주밖에 안 남았는데…헌정사상 첫 ‘추경 무산’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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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도 8월10일까지 통과돼야
내년 예산 정상적인 편성 가능
예산라인 직원들 동분서주 호소

좋은 지표 땐 “경제 잘 돌아가”
나쁜 지표 땐 “추경 시급하다”
당정청이 빚은 不信탓 지적도

‘헌정 사상 최초의 추가경정예산(추경) 무산까지 딱 2주일 남았습니다!’

25일 경제 부처에 따르면, 오는 8월 말 내년 예산안(정부 안) 국무회의 의결과 9월 3일로 정해진 내년 예산안 국회 제출 법정 기한을 고려할 때 향후 2주 이내에 올해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최초로 추경이 무산되는 일이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듬해 예산이 국회에 제출된 뒤에도 태풍 등 재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한 적은 많지만, 경기 대응 추경이 국회를 통과한 사례는 사실상 없다. 의약분업 지원 예산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진 2000년과 미국에서 ‘9·11 테러’가 발생한 2001년 등 이듬해 예산 제출 기한 이후 국회에서 추경이 통과된 극소수의 경우가 있지만 ‘특이 사례’로 봐야 한다.

예산 당국인 기획재정부 내부적으로는, 올해 추경 무산 여부를 결정할 ‘최후의 날짜’는 8월 10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 예산안’을 8월 27일 국무회의에 상정하고, 법정 기한인 9월 3일까지 국회에 제출한다는 가정하에 실무적으로 계산한 날짜다. 그러나 국회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도 열지 못한 채 공전하고 있다.

기재부는 홍남기 부총리와 구윤철 2차관뿐만 아니라 안일환 예산실장-안도걸 예산총괄심의관-김명중 예산총괄과장 등 ‘예산총괄 라인’을 포함한 전 직원이 나서 “여야 견해 차이를 떠나 나라 전체를 위해 추경이 심의되고,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산실 전 직원이 매일 밤을 새운다는 전제하에 계산한 대략적인 최종 시한이 8월 10일일 뿐 현실적으로는 늦어도 8월 5일 전에 추경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정상적인 내년 예산편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올해 추경이 오랫동안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배경에는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잘못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정부는 일본의 경제 보복 대응 예산 2730억 원의 세부 소요 등에 대해 야당에 자세히 설명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청와대와 정부가 좋은 지표가 나오면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고 자화자찬하다가, 나쁜 지표가 나오면 “추경 통과가 시급하다”고 주장해 국민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야당에 포진한 경제통 의원들이 대승적 차원에서 추경 통과를 위해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자유한국당에는 옛 경제기획원 예산총괄과장 출신인 김광림 의원, 기재부 2차관(예산 담당) 출신인 송언석 의원,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을 역임한 추경호 의원 등 경제 전문가가 많다.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 등도 자타가 공인하는 경제·예산 전문가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