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범당한 영공>“전투기 30여대 엉켜… 지대공미사일도 대기할 準전시 상황”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한·러 실무협의 주한 러시아대사관의 니콜라이 마르첸코(왼쪽) 공군 무관과 세르게이 발라지기토프(〃두 번째) 해군 무관이 25일 오전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 사태와 관련, 한국 측과 실무협의를 위해 국방부 청사로 들어오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 軍전문가들이 본 비상 순간

우리 전투기 18대 대규모 투입
한때 러시아機와 1㎞까지 근접
2차대전 후 가장 위험한 대치

권명국 예비역 소장 “일촉즉발
유탄 맞으면 삽시간 전쟁 비화”
신인균 “중·러·일이 韓 무시”

지난 23일 러시아·중국 군용기의 첫 연합 초계훈련과 독도 영공 침범으로 촉발된 한·일·중·러 등 4개국 군용기 30여 대가 뒤엉킨 공중 상황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동북아에서 전개된 최고의 공중 안보 위기 순간이었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평가다. 당시 군은 일촉즉발의 준전시 상황으로 판단하고, 공군작전사령부뿐 아니라 지대공 미사일을 관리하는 방공유도탄사령부도 전투태세에 들어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략핵 탑재가 가능한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 폭격기 4대와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 1대, 한국 전투기 18대와 일본 전투기 10여 대가 맞붙어 경고 사격까지 이뤄진 대혼전은 전쟁으로 비화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와 한국 전투기는 1㎞도 안 떨어진 상황에서 대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조차 개최하지 않은 것은 직무 유기이자, 주권 수호 의무를 방기한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예비역 공군 소장인 권명국 전 방공포사령관은 “독도 영공 침범 사태에 대응해 공군작전사령부가 영공방위 작전에 들어가면 전투기만 대응출격 조치를 하는 게 아니라 지대공미사일을 관리하는 지상의 방공유도탄사령부도 전투 작전 태세에 들어가는 건 기본”이라며 “훈련상황이 아닌 실제 작전상황에서 전투기 18대가 출격한 것은 준전시 상황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권 전 사령관은 “당시 동해 공중상황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KF-16 등이 러시아의 A-50 통제기에 쏜 기관포 360발 중 한 발이라도 유탄이 맞으면 삽시간에 전쟁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며 “전투기가 타국 군용기에 경고사격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마무리 될 상황과는 차원이 달랐다”고 분석했다. 권 전 사령관은 “비상 상황에 직면하면 청와대 국가안보실 주관으로 영공침범 직후 NSC를 개최해 우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리얼타임으로 중국·러시아 정부와 외교·군사 핫라인을 모두 가동해 위기상황을 관리하고 대비하는 것은 상식”이라며 “상황 종료 후 오후에 정의용 안보실장이 뒤늦게 국민에게 보고한 것은 사후약방문식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한·미동맹이 약화된 결과, 러시아·중국·일본이 한국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과 러시아는 이날 오전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과 관련한 국장급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