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존슨 “만약이란 없다” vs EU “재협상은 없다”… 브렉시트 ‘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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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파 英신임총리 ‘결자해지’ 가능할까

EU 탈퇴운동 이끌었던 존슨
‘노딜’ 불사하며 벼랑 끝 전술
57조원 기금도 안내겠다 협박
英금융가 벌써 1475조원 이탈

10월말까지 탈퇴 의지 보이자
전문가들 “큰 피해 볼 것”우려

‘막가파’외교에 EU는‘무대응’
성공적 브렉시트 회의적 시각

24일 보리스 존슨 신임 총리가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며 100일도 채 남지 않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위한 잰걸음을 시작했다. 존슨 총리는 대국민 성명에서 취임 일성으로 “브렉시트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No ifs, No buts)”고 못을 박았다. 오는 10월 31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기한 내에 완전히 탈퇴하겠다는 의지의 재천명이다. 평소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 딜(No deal)’이라도 해야 한다며 강경한 브렉시트를 주창해왔던 그다. 내각도 친 브렉시트 인사로 구성했다. 실제 브렉시트를 2016년 국민투표 당시부터 주창하고 추진해온 사람으로 존슨 총리에 대한 기대를 거는 사람도 많지만, 촉박한 시간과 그의 ‘막가파’ 식 외교방식에 EU가 더 이상 반응하지 않을 것이란 회의론도 그에 못지않게 크다.

◇캐머런 정부의 브렉시트를 현실화시킨 일등공신 = 존슨 총리는 2015년 브렉시트를 시작부터 주도해온 인물이다. 마이클 고브 신임 랭커스터 공작령 대법관(Chancellor of the Duchy of Lancaster)처럼 발기인으로 참석하진 않았지만, 런던 시장 재임 시절부터 공식 EU 탈퇴 운동 진영인 ‘보트 리브(Vote Leave)’에 대한 지지를 표시해 왔다. 이후 존슨 총리는 2016년 2월 본격적으로 보트 리브에 가세했다. 브렉시트 진영의 핵심 인사로 부각되면서 적극 찬성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텔레그래프 기자 시절 필력을 살려 영국인들로부터 무한한 존경을 받는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평전을 저술하기도 했던 존슨 총리는 당시 처칠을 자주 인용해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는 영국 유권자들 사이에서 제대로 먹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국민투표 당시 내세웠던 ‘탈퇴 시 연 3억5000만 파운드를 국민연금에 투입할 수 있다’던 브렉시트 공약이 투표 후에는 보트 리브 홈페이지에서 사라지면서 구설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향후 EU와의 관계에 대한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자 여론의 뭇매를 맞기 시작했다. 브렉시트에 성공하면 차기 총리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30년 지기이자 최고의 동료로 뛰었던 고브 현 대법관까지 “총리 자질이 없다”고 비판하자 존슨 총리는 2016년 당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결국 당시 내무장관이던 테리사 메이가 총리로 임명됐다. 존슨 총리는 메이 내각의 외교장관이 됐다.

◇메이 정부의 합의안을 부결시킨 선봉장 = 존슨 총리는 메이 전 총리와 브렉시트 방법론에서 충돌하자 지난해 사임했다. 메이 전 총리가 추진하던 소프트(soft) 브렉시트는 “브렉시트를 하더라도 영국이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 잔류해 후폭풍을 최소화하겠다”는 노선인 반면, 존슨 총리는 영국이 EU와 완전히 결별하는 ‘하드(hard) 브렉시트’를 지지했다. 지난해 11월 영국과 EU의 합의안에 ‘백스톱(안전장치)’이 들어가자 존슨 총리의 반대는 한층 격렬해졌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통행·통관을 강하게 제한하고 검문소 등을 설치하는 ‘하드 보더’가 만들어질 경우 아일랜드와의 통합을 추진하는 북아일랜드 독립파와 영국 잔류를 주장하는 세력 간의 유혈사태 우려가 높아지던 상황이었다. 이에 메이 전 총리와 EU는 ‘북아일랜드는 2020년까지 영국과 EU 간의 관세동맹에 잔류한다’는 백스톱 조항을 넣었는데, 존슨 총리는 이 조항이 결국 영국의 완전한 EU 탈퇴를 막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하원은 지난 1월 15일 이 안을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부결시켰다. 230표 차 부결은 영국 의정 사상 최다 표차다. 이후 3월 12일에 열린 표결에서도 합의안은 149표 차로 부결됐다. 이로써 당초 계획됐던 3월 29일 브렉시트가 완전히 무산됐다.

◇브렉시트를 마무리할 총책임자, 현실은 어려움 = 존슨 총리는 EU와의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지만, EU에선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존슨이 EU에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노 딜 브렉시트를 불사하며 재협상을 요구하는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지만, EU는 더 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존슨 총리가 당초 합의된 탈퇴 기금 390억 파운드(약 57조 원)를 내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EU를 향한 협박 수위를 높여왔지만 “결국 더 큰 피해는 영국이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3월 시장조사업체 뉴 파이낸셜에 따르면, 브렉시트를 대비해 영국 금융가에서 약 1조 파운드(1475조 원)가 빠져나갔고, 노 딜이 발생할 경우 금융권의 이탈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존슨 총리가 영국을 이끌거나 통합하는 데도 실패할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존슨 총리는 두 번이나 런던시장을 지냈지만, 행정수반이 보여야 할 타협 능력을 보여준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외교장관을 지냈으면서도 심한 막말로 수차례나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외교장관 재직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해 “부분적으로 케냐인”이란 발언을 했고, 한 TV방송에선 한국 대통령이 누군지 아느냐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적도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분리독립을 주장하고 있는 스코틀랜드 및 북아일랜드와의 갈등도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준우·정유정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