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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9년 07월 26일(金)
21세기 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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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정말 오랜만에 북한 간첩이 잡혔다는 발표가 나왔다. 24일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은 북한에서 직파한 간첩 용의자 1명을 구속해 조사 중이라 밝혔다. 포섭되거나 자진 협조하던 북한 공작기관 끄나풀이 적발됐다고 발표된 적은 많으나, 북한에서 직접 내려온 북 공작원 체포 소식은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못 잡는 건지 안 잡는 건지 모르겠다”며 불안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역공작 등을 위해 공개되지 않았을 뿐, 2010년 1월 이후 한국 법원에서 유죄 확정된 직파 간첩이 최소 7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검거된 간첩은 서아시아의 한 국가에서 국적을 세탁한 뒤 재입국해 승려 신분으로 위장해 활동했다고 한다. ‘제3국인 위장 스파이’로 가장 유명한 인물은 이스라엘 모사드가 시리아에 침투시킨 엘리 코헨이다. 이집트에서 태어나 아랍어가 유창했던 코헨은 아랍계 아르헨티나인으로 신분을 세탁한 뒤, 돈과 여자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리아군 고위층에 접근하는 데 성공, 국방위원으로 추대되고 국방차관에 내정되기까지 했다. 결국 체포돼 처형됐지만, 코헨이 넘긴 정보 덕분에 이스라엘군은 1967년 6일전쟁에서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이스라엘은 지금도 코헨의 사형이 집행된 5월 18일이 되면 조기를 게양한다.

다른 나라 예를 들 필요도 없다. 한국인 간호사와 결혼하고 국내 대학교수까지 된 아랍계 필리핀인 ‘무함마드 깐수’가 1996년 7월 북한 간첩 정수일로 밝혀져 세상을 놀라게 했다. 잠꼬대도 아랍어로 하는 바람에 부인조차도 정 씨가 아랍계란 사실을 의심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정 씨는 12년형을 선고받았는데, 5년 복역한 뒤 2000년에 광복절 특사로 출소하고, 2003년 4월 특별사면으로 복권돼 그해 5월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또, 2006년엔 노동당 35호실 소속 정경학 씨가 태국인으로 위장해 국내에서 공군 레이더기지 등을 사진으로 찍어 북한에 보내는 활동을 하다가 체포됐다.

이제 간첩은 오리발을 신고 바닷가에서 나오거나 등산화 신고 산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구두 신고 007가방을 든 채 공항을 통해 들어온다. 그런데 요즘 불과 조사 몇 시간 만에 ‘대공 용의점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라고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 간첩은 신분 위장을 위해 고도의 훈련을 받는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단정할 수 있는지 의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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