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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9년 07월 29일(月)
록 밴드 넬 2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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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영국 출신인 마이클 앱티드 감독이 1995년 개봉한 영화 ‘넬(Nell)’은 인적 없는 숲속 통나무집에서 세상과 단절된 채 사는 여성 넬 켈티의 독특한 삶을 조디 포스터 연기로 담아냈다. 현대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언어를 구사하는 넬을 어느 의사와 심리학자가 발견해 서서히 문명사회로 끌어내는 과정에, 두 지식인은 되레 그의 뛰어난 정신세계와 현명함에 감화돼 간다. 한국의 독보적인 모던 록 밴드로 평가받는 4인조 남성 그룹 넬은 그 영화 속 주인공처럼 자신들만이 표현할 수 있는 음악 언어로 고단한 현대인들의 언 가슴 가까이 따뜻하게 다가가겠다는 의지를 담아, 애초 이름이던 아일럿(Ilot)을 결성 1년 뒤인 1999년에 바꿨다.

넬의 모든 노래를 작사·작곡하는 메인 보컬 김종완을 비롯해, 이재경(기타) 이정훈(베이스) 정재원(드럼) 등 1980년생인 멤버 모두 어린 시절부터 동네 친구였다고 한다. 현재 영국의 대표적 록 밴드에 빗대 넬을 ‘한국의 라디오헤드’라고 일컫기도 하지만, 이들은 “노래 말고 아무것도 보여줄 게 없다”며 방송에 거의 출연하지 않아 왔다. 그래도 청소년부터 중·장년까지 마니아가 많은 것은 음악적 깊이와 매력 때문이다. 대표곡 중 하나인 ‘기억을 걷는 시간’의 한 대목은 이렇다. ‘길을 지나는 어떤 낯선 이의 모습 속에도/ 바람을 타고 쓸쓸히 춤추는 저 낙엽 위에도/ 뺨을 스치는 어느 저녁의 그 공기 속에도/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곳에 니가 있어’. 또 ‘섬’은 이렇게 시작한다. ‘꽤나 조그마한 어쩜/ 한심할 정도로 볼품없는/ 그저 그런 누추한/ 하지만 너의 따뜻함이/ 나를 스치던// 네 평 남짓한 공간에서/ 조용한 웃음과 시선/ 슬픔을 건네주며/ 당신은 내게 물었죠/ 지금 무슨 생각해// 그냥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단 생각해’.

이 밖에도 ‘어떤 날 중에 그런 날’ ‘지구가 태양을 네 번’ ‘그리고, 남겨진 것들’ ‘멀어지다’ ‘1분만 닥쳐줄래요’ ‘한계’ ‘백색왜성’ 등 넬의 노래는 더러 애절하게, 더러 시원하게, 더러 우울하게 들리면서 가슴을 흔든다. 올해로 결성 20주년을 맞은 넬이 서울 마포구 홍익로 하나투어 V홀에서 오는 8월 9일부터 9월 1일까지 사이에 12회 공연한다. 구성원끼리 “멋없는 사람이 되지 말자”고 자주 다짐한다는 넬의 멋있는 음악과 인간적 풍모를 가까이에서 새삼 느낄 수 있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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