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한 ‘마라 창업’… 혹했다간 ‘말아먹기’ 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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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가맹점 꾸준히 늘어
강남역 상권 마라탕 전문점
18곳이나 영업… 인기 방증
식약처 위생 점검 적발되자
저녁 시간도 빈자리 수두룩

국내 자영업자 비중 25.1%
진입장벽 낮은 외식업 몰려
대개 1년 이내 단기 열풍에
준비 짧고 전문성도 떨어져
흑당 이어 창업 리스크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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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저녁,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위생점검에서 위생 위반으로 적발된 업체와 같은 브랜드 가맹점인 서울의 한 마라탕 전문점을 찾았다. 문 앞에 적발 업체와 다른 곳이라는 안내문이 붙었지만, 평소 대기자 명단이 걸려 있던 보드는 텅 비어 있고 넓은 매장 내 4개 테이블 정도를 제외하고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영업자 비중은 25.1%로 OECD에서 무려 5번째로 높다. 특히, ‘생계형 자영업자’가 진입 장벽이 높지 않은 외식업에 많이 몰리면서 경쟁력 없이 유행하는 음식으로 창업했다가 이같이 식품 안전 위반 사항이 적발되거나 과장 광고 문제 등이 불거지면 고스란히 타격을 입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마라탕의 경우 지난해부터 급격히 인기를 끌면서 ‘마라’를 활용한 음식 전문점이 서울 강남역 거리 상권(신논현역부터 강남역 분당선 출구까지)에서 포털사이트 온라인 지도 서비스에 등록된 곳만 18곳에 달했다. 실제로 이날 찾은 강남역 거리에는 포털 지도보다 많아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마라탕, 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흑당 음료 전문점 간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전문점이 아니더라도 비슷비슷한 신메뉴를 내건 곳도 많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외식 프랜차이즈 흐름이 적어도 2∼3년 이어지는 트렌드가 아니라 6개월∼1년에 사그라지는 ‘열풍’에 그치는데, 이 단기 열풍에 많은 사람이 뛰어들면서 피해도 커지고 있다”면서 “인구가 늘지 않는 상황이라 위험성도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프랜차이즈 업체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시작한 마라탕 업체 ‘라화쿵부’는 현재 전국 73개 점까지 늘었다. 또 다른 업체인 ‘라공방’은 총매장 수가 11개로 증가했고 오픈 예정인 곳만 8곳이다. ‘피슈마라홍탕’도 현재 15개로, 곧 20개 점 오픈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신룽푸마라탕’도 전국 30여 개점으로 성장했다.

흑당 음료 프랜차이즈도 빠르게 늘고 있다. 흑화당은 50여 곳으로 늘어났고, 글로벌 브랜드인 타이거슈가는 국내에서 16개 매장까지 확대됐다. 더앨리는 백화점을 중심으로 8곳까지 확장했다.

하나의 외식 품목이 유행을 타면 유흥거리를 점령하는 식이다.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 희소성이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열기도 금방 식는다. SNS 등에서 급증하는 유행은 그만큼 쉽게 식상해지기 때문이다. 30일 기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마라탕 관련 해시태그는 ‘#마라탕’이 27만3000여 건, ‘#마라샹궈’가 11만9000여 건, 흑당 음료의 경우 ‘#흑당버블티’가 4만8000여 건에 달한다. 유행이 식으면서 폐점포 자리를 최근 유행하는 가게들이 채우고, 유행이 지나면 다시 폐점이 속출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러나 쉽게 달아오른 유행 품목은 내실을 다질 준비 기간이 짧아 이번 마라탕 사태처럼 식품 안전이나 과장 광고, 서비스 품질 등에 대한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문제점이 발견되면 인기가 급격히 사그라들어, 결국 자영업자만 피해를 보기 쉽다. 지난 2017년 열풍이 불다 급격히 사라진 ‘대만 카스테라’가 대표적인 예다. 서울시 식품위생업소 현황에 따르면 ‘카스테라’ 관련 상호로 사업을 한 식품위생업소는 122곳 중 자진 폐업이나 업종전환을 한 곳이 84곳에 달했다.

전문성 없이 운영이 가능한 프랜차이즈 전문점은 식품제조 공장에서 납품받는 주재료 등으로 운영이 가능한 구조인데,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납품 업체의 식품 안전성 등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이번 식약처 위생점검에서 적발된 곳 중에도 마라 소스 납품 업체가 포함돼 있다. 일부 마라탕 프랜차이즈는 “요리를 몰라도 일주일 정도 교육받으면 운영할 수 있다”고 공지하는 등 전문성이 없어도 빠른 창업이 가능하다고 창업자들을 유혹한다.

흑당 음료의 경우 브랜드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것 외에도, 흑당 자체가 ‘건강한 당’이라고 홍보되는 등 부정확한 고객 홍보가 위험요소로 꼽히기도 한다. 흑당은 일반 백설탕 등과 달리 사탕수수즙을 오랜 시간 끓여 만드는데, 여러 영양소가 들어 있기는 하지만 결국 본질은 ‘당’이다. 또 시중 흑당 음료 한 잔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일일 권장량(25g)을 초과하는 30∼40g의 당이 함유돼 있어 결국 건강에는 좋지 않다.

김삼희 한국 외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식업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꾸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지만 당장 이뤄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은퇴 후 이전 경력을 살리기 힘들어 자영업밖에 할 게 없는 상황은 이해하지만, 과장된 정보는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