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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9년 07월 31일(水)
규제로 옥죄며 기업 탓하는 以短攻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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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이단공단(以短攻短)이란 말이 있다. 자기 잘못은 생각지 않고 남의 결점만 비난한다는 뜻으로 채근담(菜根譚)에 나오는 말이다. 국내 반도체 소재 산업의 문제점을 과도한 규제가 아닌 대기업 탓으로 몰아가는 정부와 일부 국회의원의 발언을 연상시키는 고사성어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공정용 레지스터와 불화수소 등 총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시작하면서 한국 반도체 소재 산업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조 공정 중 회로 모양대로 깎아내는 데 필요한 소재이며, 레지스터는 반도체 원판 위에 회로를 인쇄할 때 사용하는 필수 소재다. 이 두 분야는 일본 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90%에 달하고 있어, 일본의 수출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 반도체 산업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불량률 제로(0)에 가까운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순도가 99.999%인 불화수소로 회로를 세밀하게 깎아 내야 한다. 순도가 99.9% 정도인 국산 불화수소가 일본산을 대체하기 어렵다. 레지스터도 국산이 있지만, 품질이 낮아 초미세 반도체 제조공정에는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이 반도체를 깎는 기술은 세계 최고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는 전적으로 일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도체 소재 국산화는 품질이 관건이다. 갖가지 지원책을 내놓아도 반도체 소재 연구·개발(R&D)을 위한 규제 완화 없이는 어떠한 대책도 근본적인 처방이 되지 못한다.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과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은 2012년 구미의 불산가스 누출 사고와 2013년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기업은 이들 규제가 요구하는 기준을 맞추기 위해 공장마다 수십억 원의 시설개선 비용을 투자해야 하며 화학물질 등록을 위해서도 개당 수천만 원의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지나친 규제가 국내 반도체 소재 R&D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에서 반도체 생산 위기의 원인을 대기업 탓으로 몰아가는 이단공단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과 청와대 고위 관료, 그리고 정부부처 장관까지 나서서 ‘현재의 반도체 위기는 국내 중소기업이 반도체 소재를 생산해도 대기업이 사주지 않고 일본에서 수입했기 때문’이라며 재계를 비판하고 있다.

기업은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존재하는 조직이다. 기업의 경영진은 원가절감과 품질 제고에 도움이 된다면 국산 소재보다는 해외 수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반도체 기업에 소재 국산화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삼성 반도체로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애플에 미국산 반도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비난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규제를 완화해서 반도체 소재의 기술개발을 촉진하고 재정지원을 통해 반도체 소재를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은 기업이 아닌 정부와 국회의 몫이다.

반도체 소재를 위한 규제 완화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한다. 2015년 화관법이 시행된 후 지난 3년간 화학안전사고는 113건에서 66건으로 42%나 줄어들었다. 따라서 규제 완화는 기존의 화평법과 화관법의 골격은 유지하되, R&D용 화학물질의 각종 등록 의무를 간소화하고 인·허가 기간을 단축해 소재의 기술개발 비용과 시간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지나친 규제를 완화해야만 R&D를 통한 반도체 소재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 규제 완화 없이는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는 요원(遙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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