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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9년 08월 01일(木)
모기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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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모기와 싸우느라 한잠 설치니, 여름밤 지겹기 일 년과 맞먹네’ 하는 다산 정약용의 시 ‘모기를 증오하노라’(憎蚊·증문)를 새삼 체감하는 요즘이다. 장마 끝의 후텁지근한 날씨 때문에 숙면을 못 이루는 터에, 모기마저 앵앵거리니 밤잠 설치기 일쑤다. 전자 모기향과 뿌리는 살충제, 유문등(誘蚊燈)과 방충망 등 모기를 쫓아주는 상품들이 출시돼 불티난다. 하지만 한 세기 전 전장의 병사들은 맨몸으로 모기와 싸워야 했다.

1809년 7월 30일, 영국에서 출발한 3만9000여 병력이 네덜란드왕국의 발헤렌섬에 상륙했다. 나폴레옹 황제의 프랑스군에 맞서 싸우는 오스트리아군을 돕기 위한 참전이었다. 하지만 적군의 저항으로 발헤렌 건너 안트베르펜 상륙작전은 지연되고 있었다. 그 사이, 영국 함대 내에서 심각한 열병이 창궐했다. 발헤렌섬의 습지대에 서식하던 모기떼의 습격을 받아 이른바 ‘발헤렌 열병’에 감염된 탓이다. 하루에만 100명 가까운 병사가 시체가 되어 나갔고, 4000명 가까운 병력을 모기에게 잃은 영국군은 마침내 ‘전략적 후퇴’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당시 발헤렌섬에 창궐하던 말라리아균을 나폴레옹군이 고의로 영국군함에 퍼뜨린 것이었다는 비화가 전해온다. 그 매개체가 모기였음은 물론이다.

제2차대전 당시 남태평양에 주둔하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도 모기와 전쟁은 피할 수 없었다. 언제나 병사의 3분의 1은 말라리아로 고통을 겪고, 3분의 1은 회복 중이며, 그 나머지만 전투가 가능할 정도였다. 맥아더는 중대 결단을 내렸다. 워싱턴의 말라리아 전문가를 불러 ‘모기와 전쟁’을 지휘토록 한 것이다. 신임 의무장교 폴 러셀은 모든 병사에게 말라리아 예방제를 복용시키는 한편, 부대 이동 시 말라리아 퇴치분대와 장비 수송을 우선토록 했다. 장병들의 보건위생 교육에도 힘써, 포스터와 만화까지 보급했다. 주인공 이름조차 말라리아 ‘모(Moe)’와 모기 ‘앤(Ann)’이었다. 그만큼 모기와 전쟁은 필사적이었다. 병사들에게 영내 주적(主敵)이 모기임을 주지시키는 한편 전쟁 승리를 위한 병력과 군수 보급망을 지켜낸 맥아더군의 전투력이 일본군을 압도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모기와의 전쟁 비화는 오늘의 우리에게 교훈을 상기시킨다. 핵·미사일에 더해 생화학무기까지 다량 보유한 북한의 실체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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