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팀장의 북레터>굳어진 ‘논어’ 오류… 공자의 말처럼 이제라도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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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時習之, 不亦說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

‘논어(論語)’의 이 첫 구절은 교과서에서 배워 누구나 압니다. 대개가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로 옮깁니다. 박삼수 울산대 중문학과 교수는 ‘시(時)’를 ‘때때로’로 풀이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때때로’는 ‘가끔’이란 의미지요. 가끔 익히라니…, 설마 일생 동안 배우기를 좋아할 것을 강조한 공자의 뜻일까요. 박 교수는 “조선 시대 언해본(諺解本)에서 ‘學하고 時로 習하면’이라 풀이한 데서 비롯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추정합니다. ‘時로’를 ‘때때로’로 처음 옮긴 것이 굳어졌다는 겁니다. ‘수시로’ 혹은 ‘제때에’가 더 공자의 뜻을 담아낸 풀이라는 것이지요. 박 교수가 이번 주 펴낸 ‘공자와 논어, 얼마나 바르게 알고 있는가?’(지혜의바다)는 공자와 ‘논어’에 관한 오해와 오류를 파헤칩니다. 적비성시(積非成是), 즉 그른 것이 쌓이고 쌓여 굳어지면 마침내 옳은 것이 되고 마는 사례가 공자의 삶과 ‘논어’에 적지 않답니다.

박 교수는 2016년 펴낸 ‘노자’ 역주·해설서 ‘쉽고 바르게 읽는 노자’에서 기존의 ‘노자’ 번역에 시비를 걸었습니다. 한 사례로, ‘대기만성(大器晩成)’이 아니라 ‘대기면성(大器免成)’이 맞는다는 겁니다. ‘노자’가 쓰인 2500년 전 ‘만(晩)’ 자는 ‘면(免)’ 자의 가차자(假借字·어떤 뜻을 나타내는 한자가 없을 때 뜻은 다르나 음이 같은 글자를 빌려 쓰는 것)였고, 무(無)의 뜻이며, ‘대기면성’은 “큰 그릇(道)은 오히려 정해진 꼴이 없다”는 의미라는 겁니다. 앞뒤 문맥으로 봐도 ‘대기면성’이 상통합니다. 또 ‘삼국유사’에서 유래하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이 ‘널리 인간(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인간중심 사상을 넘어 ‘널리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한다’라는, 인간과 천지 만물을 두루 포용하는 뜻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문화일보 2018년 10월 2일 자 기고) 원래 고문(古文) 속에서 인간(人間)은 그런 의미입니다.

이번 책에 보면, 우리는 흔히 “옛것에서 배워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온고지신(溫故知新)’도 적확하게 쓰이지 못합니다. ‘논어’의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에서 나왔는데, 보통 ‘고(故)’를 ‘옛것’으로 풀어서 오로지 옛 문물만이 소중하다는 것처럼 쓰여왔습니다. 박 교수는 ‘온’은 ‘온습(溫習)’ 즉 복습한다는 의미로, 주자가 해석한 대로 “이미 배운 것을 수시로 익혀서 새로운 것을 터득한다”라는 풀이가 더 맞는다고 말합니다. ‘학이시습지’와 같은 의미라는 겁니다. 책은 기존의 ‘논어’ 해석에서 여러 군데 오류를 제기할 뿐 아니라, 공자와 유교에 대해 굳어진 편견들도 흔들어 놓습니다. 혹자는 “지금까지 굳어진 것을 어쩌랴”라고 반박합니다. 박 교수는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즉 “잘못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는 공자의 가르침으로 대답합니다.

엄주엽 선임 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