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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0문10답 게재 일자 : 2019년 08월 02일(金)
‘공무원 적극 행정’ 법제화… 주요 내용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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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안전부 공무원들이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지진안전주간’을 맞아 진행된 지진대피 훈련에서 머리를 가린 채 야외로 나오고 있다. 자료사진

‘승진’ 내걸고 소신행정 독려… 악성·상습 ‘소극행정’하면 엄정 징계
‘지원委 통과’ 현안 추진엔 면책… 토호와 유착 땐 민원통로 악용 우려


공직사회 개혁은 흔히 ‘항공모함의 유턴’에 비유된다. ‘복지부동’에 익숙한 공무원 문화를 바꾸는 것은 거대한 항모를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돌리는 것만큼이나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의미다. 그만큼 구조를 어떻게 개편하고, 상벌 체계를 어떻게 구성하는지가 중요하다. 지난 7월 30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적극행정 운영규정’과 ‘지방공무원 적극행정 운영규정’ 제정안은 이 중 상벌 체계에 해당한다. 각종 민원 현안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공무원들에게 면책과 승진·승급 등 확실한 ‘당근’을 주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과거 정부의 공무원 개혁처럼 ‘일회성 이벤트’란 비판이 나오지만, 제정안을 주도한 인사혁신처는 제도가 정착되면 공직사회 문화가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적극행정’의 주요 내용과 공직사회의 반응, 한계점을 살펴본다.

1. ‘적극행정’ 과정은

‘적극행정 운영규정’과 ‘지방공무원 적극행정 운영규정’의 핵심은 모든 중앙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적극행정 지원위원회’를 설치하고, 기관장으로 하여금 ‘적극행정’ 기획을 의무화한 점이다. 지원위는 일선에서 민원을 처리하는 공무원들이 민감한 현안을 주도적으로 처리하기에 앞서 심의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원위 심의를 거친 사안에 대해서는 인사상 면책과 향후 소송 과정에서 법적 지원이 제공된다. 공무원의 행정 처리 과정에 안전판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민원 처리를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기관장은 매년 적극행정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해당 업무를 총괄할 전담부서를 지정해야 하며, 적극행정 우수 공무원 선발 또한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정부는 기관장에게 적극행정기획을 의무화해 공무원 사회 문화를 바꾸겠다는 의도다.

2. 복지부동 얼마나 심한가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이 가장 심하게 나타나는 업무 분야는 개발 인·허가다. 주민과 기업이 마주치는 현장에서 공무원들은 적극적으로 법을 적용하기보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주민 민원과 이들의 민사 소송에 대한 우려를 더 많이 한다. 일부 공무원은 개발 인허가를 내주기에 앞서 기업을 상대로 주민 전체 동의서를 받아오라는 요구를 하기도 한다. 동의서는 법적 근거가 없지만, 공무원 입장에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민사 소송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하다. 또 법 개정 이전의 법령으로 사안을 해석해 인·허가 과정에 소극적으로 임하기도 한다. 사실상 일을 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법으로 정년을 보장받고 퇴직 후에는 연금이 나오는 만큼 공직사회에는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기보다는 잡음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을 더 중시하는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3. 소극행정 수준은

실제로 이 같은 공무원들의 ‘소극행정’ 분위기는 통계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4월 발표한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규제혁신 국민 체감도’는 140여 개국 중 79위에 머물러 있다. 한국의 국가경쟁력 종합순위가 15위인 것을 감안하면 각종 규제에 대한 피해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올해뿐 아니라 늘 WEF 보고서의 규제 분야에서 7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었지만, 그동안 정부는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또 지난해 한국행정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무원이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현직 공무원 중 69.8%가 ‘긍정’이라고 답변한 반면 일반 국민의 ‘긍정’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공무원 사회와 일반 국민 간 인식 괴리가 심각한 셈으로, 공직 사회의 대(對)국민 소통 노력도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4. 공무원에게 줄 보상은

공무원들이 특별 승진과 승급을 하기 위해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야 하지만, 정부는 이번에 통과된 ‘적극행정 운영규정’을 통해 적극행정을 수행해 국무총리상 이상의 표창을 받은 경우에는 특별 승진·승급을 의무화했다. 인사혁신처는 특별승진 대상자가 승진 후 갈 자리의 정원이 다 찼어도 무조건 승진부터 시킨다는 방침이다. 공무원들에게 가장 큰 당근인 ‘승진’을 걸어 적극행정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연공서열 관행까지 손본다는 의도다. 인사처는 적극행정 포상을 모든 부처와 지자체에도 확대했다. 하지만 2015년 1월 인사처가 성과가 뛰어난 5급 사무관을 3급 부이사관으로 파격 승진시키려 했으나 본인이 고사한 사례가 있다. 당시 이 승진 대상자는 파격 승진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적극행정에 따라 특별승진이 이뤄질 경우 공직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지만, 위화감만 조성되고 공무원들이 ‘생색내기용’ 업무에만 집중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5. 적극행정 중 불이익땐

적극행정을 추진하면서 정부가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민원 처리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피해를 보지 않게 하는 문제였다. 인사처 관계자는 “개발 인·허가 사업을 처리하다 보면 공무원 개인이 소송을 당하는 경우가 많고 진정이 끊이지 않는다”며 “한두 번 소송을 당하다 보면 자연스레 복지부동 자세로 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무원이 민감한 현안을 적극행정 지원위에 보고해 승인 받은 후 처리하면 인사상 면책시켜 줄 방침이다. 법적 지원도 강화돼 적극행정 추진에 따른 행위로 형사 고소·고발 등을 당해 기소 전 수사 단계에 있는 경우에는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지원하고, 민사소송의 경우에는 소송대리인 선임 등 소송 수행에 필요한 지원도 받도록 했다. 또 국가 패소판결 확정으로 공무원 개인에 대한 구상권 행사를 자제하게 했다. 책임을 공무원이 아니라 국가가 지도록 바뀌는 것이다.

▲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6. 소극행정 신고·처벌은

정부는 소극행정에 대해선 ‘채찍’을 가한다는 입장이다. 인사혁신처는 전례 답습과 무사안일,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일을 일부러 하지 않음) 등을 소극행정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꼽고 있다. 우선 국민신문고 홈페이지 내에 ‘소극행정 신고센터’가 설치돼 국민으로부터 직접 소극행정 사례를 상시 접수하고 있다. 국민이 신문고에 소극행정을 신고할 경우 해당 사안은 즉시 기관별 감사부서에서 조사한다. 감사 결과 소극행정으로 판단될 경우에는 조사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할 방침이다. 또 정부는 ‘소극행정 특별점검반’을 정례적으로 운영해 악성 및 상습 사례에 대해서는 법령 범위 안에서 엄정 조치할 계획이다. 인사처는 소극행정 징계사례를 유형별로 분석해 각 기관에 소개하고, 예방교육을 통해 소극행정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 나갈 예정이다. 또 정부는 이번에 통과된 제정안에 각 기관이 소속 공무원의 소극행정에 대해서도 징계 요구 등 엄정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7. 지원위 구성과 추진 방향

정부는 적극행정을 추진하며 지원위 구성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각 부처와 지자체에 만들어질 지원위는 9∼15명으로 구성되며, 이 중 절반 이상을 민간 전문위원이 맡을 예정이다. 민간위원 비중을 늘린 것은 공직사회의 폐쇄성을 인정하고 민간의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내린 조치다. 우선 1∼2개월 이내에 전 부처와 지자체에 지원위가 들어설 예정이다. 지원위는 적극행정 사안을 심사하기도 하지만 직접 사례를 발굴해 담당 부서에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이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제공할 경우 규제 개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인사처는 보고 있다. 지원위 구성과 함께 정부는 적극행정 정책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도록 홍보·교육을 정례화해 공직사회 전반의 문화와 인식을 바꾼다는 방침이다.

8. 과거 정부와 다른 점은

공직사회 개혁은 수십 년간 제기된 해묵은 문제였고 과거 정부들도 이를 타파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2008년 1월 전남 대불공단의 전봇대 2개가 수개월째 대형 트레일러 통행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정부 규제를 ‘손톱 밑 가시’에 비유하면서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비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그친 것이 아니라 대통령령을 제정해 인사상 혜택 등 제도적 방안을 마련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기관장에게 적극행정 관련 사안을 직접 기획하게 한 것도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공무원이 적극행정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복지부동 공직사회의 문화를 바꾸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이번 사안을 주도한 인사처도 공무원 문화가 단기간에 바뀔 것으로 기대하지 않고 있지만, 이번 정책이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9. 공직사회 우려 섞인 반응

적극행정 시행을 앞두고 있는 공직사회에선 ‘곧 지나갈 소나기’란 반응과 함께 또 다른 유형의 ‘복지부동’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앙부처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한 사무관은 “공직사회에 변혁이 생긴다고 하면 공무원들은 일단 사태를 주시하고 숨는 본능을 갖고 있다”며 “변화에 반응하기보다는 적당히 하던 사람이 결국 오래 살아남는 것을 봐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적극행정을 통해 일부 공무원은 승진·승급 대상자가 되지만 그 수는 제한적이다. 반면 이전과 같은 업무 태도를 보여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적극행정 지원위가 자칫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통로가 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 민감한 현안에 대해 공무원이 직접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지원위에 일을 떠넘길 수 있어서다. 기관마다 9∼15명 이내로 구성될 지원위의 역할은 제한적인데, 일이 집중될 경우 신속한 민원 해결이란 종래의 설립 취지는 사라질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10. 무분별한 허가 위험성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제도가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규제 혁신을 위해 독려한 적극행정이 자칫 지방 토호 세력의 민원 통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특히 중앙부처와 언론의 감시가 느슨한 지방에서 공무원과 개발업자 간 유착이 강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적극행정 지원위가 설치돼 심의한다고 하지만, 이전에 감사 담당 부서에서 하던 역할과 비슷해 ‘옥상옥(屋上屋)’ 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 오히려 지역 내 입김이 강한 지원위의 민간위원까지 개발 특혜에 가세할 경우 공무원에 대한 감시망이 무뎌질 수도 있다. 인사혁신처는 “적극행정 과정에서 공무원과 개발업자 간 유착 관계가 밝혀지면 법에 따라 처벌된다”는 입장이지만, 무분별한 개발 허가 통로가 될 것이란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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