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기쁨의 포옹 6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장로회신학대 신학생들과 세습반대 관계자들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 재판국의 “명성교회 담임목사 부자세습은 무효” 판결이 나오자 포옹하면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 판결
2017년 김삼환 목사 퇴임후
아들 김하나 목사 청빙 논란
대형교회 세습 관행에 제동
명성교회 “받아들일수 없어”
추후 재심 청구할 가능성도
명성교회 담임목사직 세습이 교단 헌법 상 세습금지 조항을 위반해 무효라는 교단 재판국 판결이 내려졌다. 명성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은 5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명성교회 설립자 김삼환(74) 목사의 아들 김하나(46) 위임목사 청빙(請聘·부탁해 모시는 행위) 결의 무효소송 재심 재판에서 청빙 결의는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국내 교회에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세습 관행에 제동을 건 것으로, 돈과 힘을 가진 대형교회의 전횡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해석된다.
교단 재판국은 이날 오후 5시 40분부터 심리를 시작해 당초 오후 7시쯤 재판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했으나 심리가 예상보다 훨씬 길어지면서 자정 무렵 판결이 나왔다. 재판국원 15명 가운데 14명이 판결에 참여했으며 표결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명성교회는 등록 교인이 10만 명에 달하는 초대형 교회로, 1980년 김삼환 목사가 설립했다. 김하나 목사는 2015년 12월 정년 퇴임한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로, 2017년 3월 명성교회에서 위임목사로 청빙하기로 결의하면서 교회 부자세습 논란에 휩싸였다.
예장통합 총회는 2013년 교단 헌법에 ‘은퇴하는 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는 세습금지 조항을 만들었다. 하지만 명성교회 측은 헌법에 ‘은퇴하는’이라고만 명시돼 있기 때문에 김삼환 목사가 은퇴하고 2년이 지난 후 청빙한 김하나 목사는 문제 될 게 없다며 청빙을 강행했다. 교회 세습에 반대하는 교계 시민단체 등은 이번 세습 무효 판결이 나올 때까지 청빙 결의 무효 소송에 재심까지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사실 개신교계에서는 세습방지법을 제정했음에도 법망을 교묘하게 피하는 각종 변칙세습이 지속돼 왔다. 지교회(본부 교회에 소속된 교회)를 설립한 후 아들을 그 교회 담임목사로 가도록 하는 ‘지교회 세습’, 비슷한 규모의 교회 목회자끼리 아들 목사의 목회지를 교환하는 ‘교차세습’, 교차세습이 두 교회를 넘어 여러 교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다자간 세습’, 할아버지가 목회하는 곳에서 손자가 목회지를 승계하는 ‘징검다리 세습’ 등이 꼽힌다. 명성교회 소송을 제기한 ‘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원고 대표인 이용혁 목사는 “이번 판결은 교단 내에서 더 이상 세습은 안 된다고 마침표를 찍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갈등에 완전한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명성교회 측이 재판국 판결에 불복해 또다시 교단에 재심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고, 사회법에 따라 법원에 소송을 낼 수도 있다. 명성교회가 아예 교단을 탈퇴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명성교회 대외협력실장인 강동원 장로는 5일 밤 판결을 접한 뒤 “예상 밖의 결과다. 올바른 법리에 따른 판결이 아니어서 현재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공식 입장은 추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편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는 “명성교회의 세습이 완전히 철회돼 다시금 한국교회의 명예가 회복되는 그날까지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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