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스펙트럼>평균자책점 1점대로 시즌 마치면 ‘사이영상 보증수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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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 평균자책점 1.53’의 위대함

2점대 ‘특급 투수’… 1점대 ‘꿈의 기록’

135.2이닝 23자책의 1.53
1920년 이후 역대 공동 2위
120년여 ML 역사에 기록될만
KBO선 1점대 26차례 나와

2000년 이후론 1.66이 최저
복귀후 RYU에게 남은 8경기
매경기 6이닝 던진다 가정땐
모두 1.34 자책 이내면 1.65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레그 매덕스

투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 잣대는 여럿 있으나 그중 으뜸은 평균자책점이다. 투수가 9이닝을 던졌을 때 자신이 책임지는 실점, 즉 자책점을 평균자책점이라고 한다. 투수가 등판할 때마다 9이닝을 던질 순 없는 법. 평균자책점은 투수의 자책점에 9를 곱한 뒤 투구 이닝으로 나눈다. 6이닝을 던져 3실점했다면 평균자책점은 4.50이 된다. 6이닝 3실점이면 퀄리티스타트 피칭이니, 1점대 평균자책점은 무척 빼어난 성적이다. 1점대 평균자책점이 희귀성을 인정받는 이유.

자책점에서 야수의 실책에 의한 실점은 제외된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등판한 구원투수가 주자의 홈인을 허용하면, 구원투수가 아닌 앞선 투수의 자책점으로 기록된다.

LA 다저스의 류현진(32·사진)이 올 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다. 류현진은 21게임에 선발등판, 11승 2패에 평균자책점 1.53(135.2이닝 투구, 23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다. 1점대 평균자책점은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19년 동안 8명만 달성했다. 2015년 잭 그레인키(휴스턴 애스트로스)의 1.66이 2000년대 중 가장 낮다.

10일짜리 부상자명단에 올라 휴가를 보내고 있는 류현진은 오는 12일, 또는 14일 복귀하고 시즌을 마칠 때까지 8경기 정도 더 마운드에 오를 것으로 내다보인다. 류현진이 그레인키에게 앞서는 건, 시즌 평균자책점 1.65를 확보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남은 8게임에서 모두 6이닝을 던진다고 가정하고 1.65가 되려면 경기당 1.34자책점을 유지해야 한다. 같은 가정 아래 1.99가 되려면 2.2자책점으로 막아야 한다. 물론 류현진의 기세와 사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어 계속 순항할 것으로 기대된다.

12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책’을 뒤져도 올 시즌 류현진은 돋보인다. 1904년 10명, 1905년 8명, 1906년 13명, 1907년 12명, 1908년 18명이 1점대 평균자책점을 남겼으나 100년도 훨씬 지난 말 그대로 옛날이야기다. 당시엔 ‘반칙투구’가 예사였다. 그러나 반발력이 높은 공을 사용하고 부정투구를 금지한 1920년 이후 1점대 평균자책점은 드물었다. 1920년부터 지난해까지 98년간 1점대 평균자책점은 모두 47번 나왔다. 2년마다 1번꼴인 셈.

1920년 이후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은 1968년 밥 깁슨이 작성한 1.12다. 2위는 1985년 드와이트 구든의 1.53. 이어 1994년 그레그 매덕스 1.56, 1968년 루이스 티안트 1.60, 1995년 매덕스 1.63, 1943년 스푸드 챈들러 1.64, 1964년 딘 찬스 1.65, 2015년 그레인키 1.66, 1933년 칼 허벨 1.66, 2018년 제이컵 디그롬 1.70 등이 톱10을 이룬다. 만약 류현진이 현재의 1.53으로 시즌을 마친다면 깁슨에 이어 역대 공동 2위가 된다. 1.53은 지난 1985년 사이영상 수상자 드와이트 구든 이후 34년 만에 나온 최저 평균자책점이다.

자책점이 많더라도 타선의 지원을 받으면 승수를 거둘 수 있다. 그런데 평균자책점은 다르다. 평균자책점은 타선의 지원 등 외부적 요인을 배제한, 투수가 홀로 작성하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균자책점은 투수의 수준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잣대다. 2000년대 들어 세이버메트릭스(통계를 활용해 야구를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기법)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평균자책점은 여전히 투표권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하는 지표다.

특히 1점대 평균자책점은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의 보증수표로 통한다. 1968년 깁슨은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와 사이영상을 동시에 석권했고, 클레이턴 커쇼(다저스)도 2014년 평균자책점 1.77을 챙기고 MVP와 사이영상을 받았다. 2000년대 이후 1점대 평균자책점을 거둔 투수가 사이영상을 받지 못한 건 2번뿐이다.

1982년 출범한 KBO리그에서 단일 시즌 평균자책점 1점대는 26번 나왔다. 1980년대 14번, 1990년대 11번 1점대 평균자책점이 배출됐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2010년 류현진(1.82)이 유일하다.

선동열은 총 8번(1985∼1991년·1993년)이나 1점대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챙겼다. 장호연은 1984년과 1986년, 최동원은 1985년과 1986년, 김용수는 1986년과 1987년 등 두 차례 1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었다. 국내 역대 최저 평균자책점은 1993년 선동열의 0.78이다.

한편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12일 애리조나전, 혹은 14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에 맞춰 류현진이 복귀한다”고 밝혔다. 지난 3일부터 휴식을 취한 류현진은 부상자명단에 올랐지만 몸에 특별한 이상이 있는 건 아니다. 그동안의 강행군으로 쌓인 피로를 풀라는 배려.

류현진이 올 시즌 6일 이상 쉰 뒤 던진 5차례 등판의 평균자책점은 1.11밖에 되지 않는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