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9.12.10 화요일
전광판
Hot Click
레저
[문화] 편식주의자의 미식여행 게재 일자 : 2019년 08월 07일(水)
쫄깃한 닭고기에 데친 부추·찹쌀 누룽지… 도심 더위 쫓는 보양식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서울 닭백숙 맛집 두 곳의 음식. 서울 약수동 처가집 찜닭(위)과 동치미막국수(아래).

서울 시내서 맛보는 이색 닭백숙

약수역 이북식 백숙
삶은후 살짝 쪄 찜닭같은 백숙
부추·양념장 얹어 완벽한 조화
3대 이어가는 60년 전통 노포
욕심내지 않은 ‘한결같은 맛 ’

성북동 누룽지백숙
고기 다 먹고 누룽지 한 그릇
닭육수에 끓여나와 구수한맛
고추·오이 곁들여 먹기 좋아
죽처럼 즐겨 삼계탕만큼 보양


예로부터 평범한 사람들의 최고 보양식은 닭요리다. 물에 끓여 기름기를 쪽 빼고 쫄깃한 육질을 즐겼던 백숙은 언제부턴가 혜성처럼 나타난 삼계탕에 주인공 자리를 빼앗긴 이후 물 흐르는 계곡이나 산 있는 산성으로 저 멀리 쫓겨나더니 최근에는 이런 유원지들의 한 철 장사 바가지요금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도시에서 오랫동안 맛있고 잘하는 백숙 집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은 요즘, 스타일 다른 서울의 닭백숙 집 두 곳을 소개한다.

#성북동메밀수제비누룽지백숙 = 원래 닭백숙은 닭고기와 물과 마늘만으로 조리한다. 그렇기에 누룽지와의 컬래버레이션은 무척 반갑다. 찹쌀과 밤, 대추, 인삼 등으로 속을 채운 고기를 다 먹고 난 후 남겨진 뜨거운 국물에 찹쌀밥을 섞어 죽처럼 즐기는 삼계탕의 조리법을 응용해 찹쌀로 누룽지를 만들어 닭 삶은 육수로 끊여낸 누룽지백숙을 탄생시켰다. 닭고기를 먹은 후 닭죽처럼 즐기는 누룽지는 더욱 고소하고 푸짐하다. 누룽지백숙이 유행하기 시작한 이후 시중에는 찹쌀로, 녹두로 누룽지백숙을 만드는 곳이 많이 생겼다. 그중 이곳은 단연코 독보적이다.

우선 닭 육질이 무척 연하고 닭고기의 독특한 비린 맛이 전혀 없다. 음식량은 4인까지 함께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아주 푸짐한 대신 반대로 2명이 가면 남은 음식을 포장해 오게 된다. 메밀전과 들깨수제비가 추가 메뉴로 있는데 일행이 많다면 함께 즐겨보기를 추천한다. 모두 맛이 수준급 이상이다. 함께 나오는 고추, 오이 등의 계절 채소와 겉절이 같은 느낌의 김치는 누룽지와 먹을 때 함께 즐기기가 좋았다. 삼계탕처럼 국물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즐기는 보양식도 좋지만, 쫄깃한 식감의 닭고기와 백숙 육수에 푹 끓여 나온 누룽지 한 그릇을 즐기는 것도 여름 보양식에서 빠뜨릴 수 없는 즐거움이 될 것이다.

이 집의 단점은 냉방이 강해 음식이 빨리 식는다는 것이다. 요즘 날씨의 냉방 강도는 최고다. 누룽지뚝배기 위에 닭백숙 접시를 올려주는데 닭백숙을 다 먹고 누룽지를 즐기면 뜨거운 기운이 오래가는 누룽지를 맛볼 수 있다.

▲  성북동메밀수제비누룽지백숙의 누룽지백숙.

#순수 담백한 이북식 닭백숙 = 항상 아직도 문 열고 있는지 궁금한 곳인 ‘처가집’을 방문했다. 처갓집이 원래 철자법에는 맞지만 이 집은 ‘처가집’이라고 사용한다. 서울에서 몇 안 되는 이북식 닭백숙을 파는 곳이다. 닭을 삶아 기름기를 뺀 후 살짝 쪄낸 찜닭 같은 백숙이다. 부추와 양파 등 계절 채소와 함께 백숙 위에 양념장을 얹어 먹는 방법이다. 2010년대 초반에만 해도 간판도 없고 스마트폰으로 위치 찾기가 지금과 같지 않아 찾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메뉴와 전화번호가 있는 파란색 간판 겸 메뉴판이 집 앞에 붙어있어 이전보다 찾기 쉽고 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내년이면 문을 연 지 만 60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10년 전쯤 외국인 친구가 소개해서 이곳에 함께 처음 왔었다. “외국인이 뭐 알겠어?”라고 했다가 크게 뉘우쳤던 기억이 있다. 세월이 지나 현재 며느리 사장님의 아들이 3대째 대를 잇기 위한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다. 친절함과 과하지 않은 적절한 음식 설명이 마음에 들었다. 음식 주문 후 대기시간은 좀 길었지만 맛으로 보답하는 이곳의 백숙은 언제나 한결같다. 순수하고 담백하고 부드러우며 쫄깃하다. “백숙이라면 당연히 그래야지” 하겠지만 다 똑같지 않다. 삶아 기름기를 뺀 다음 적당한 시간으로 쪄 부드러움과 담백함 그리고 육질의 탄력을 증가시켰다. 함께 곁들여 나오는 양파와 데친 부추는 달고 부드러웠다. 보이는 것보다 훨씬 짜지 않고 부드러운 양념장과 여기에 간장, 겨자와 식초를 섞어 채소와 백숙에 얹어 함께 먹으니 부드러움과 쫄깃한 닭의 식감이 배가돼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다. “어머니의 조리법으로 이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모든 재료는 특별한 것이 없고 평범한 재료들을 사용합니다.”

닭백숙을 다 먹고 동치미 국물에 만 막국수를 주문했다. 이렇게 단순하고 깔끔한 국물의 막국수는 마지막 입가심으로 완벽했다. 오이채 하나 썰어놓고 무심한 듯 자리 잡고 있는 메밀면의 자태는 참 정직했다. 예상치 못했던 뜻밖의 소득이라면 이런 것을 말할 것이다.

60년 동안 한결같은 맛과 롱런의 비결이 무엇인지 굳이 묻지 않았지만 아들과 나눴던 몇 마디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됐다. 바로 오래된 고객을 존중하는 마음과 변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오래된 단골들이 정말 많은데 가장 당부하시는 말씀을 늘 새겨들으려고 노력합니다.” 대부분 오래된 단골들의 요청은 딱 하나라고 한다. 바로 “변하지 말라”다. 음식 맛뿐만이 아니라 집 구조, 분위기, 좌석 수, 그리고 초심. 할머니에서 어머니, 그리고 본인까지 60여 년 오면서 지금까지 오게 된 가장 큰 요인은 가족경영을 기본으로 분에 넘치게 장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방송과 매체 인터뷰는 사절이라고. 사진촬영도 거절했다. 몇 번의 시행착오 이후 내린 결론이라고 한다. 앞으로 계속 이 집의 변함없는 닭백숙을 먹기 위해 나 또한 질문 공세는 접어야 했다.

“예전에는 쉬는 시간이 없었는데 요즘은 어머니가 몸이 힘드셔서 점심과 저녁 중간 시간에 두어 시간 쉬고 있다”며 미안해했다. 당연한 권리지만 미안해하는 모습에서 손님에 대한 정성과 배려가 느껴졌다. 이 도시에서 한 가지 음식으로 60년 장사 하는 집안이 있다니 감사해야 할 부분이다. “회사 잘 다니는 아를 그만두게 하고 내 옆에 붙들어 놨어”라며 아들의 모습을 보며 안쓰러운 눈빛은 잠시, 자랑스러워하는 어머니의 미소를 보며 이곳의 무궁한 발전과 영광에 한 표를 던졌다. 그리고 더 오래오래 문을 여는 집이 되기를 기원했다. 그리고 나도 미소 지었다.

강태안 미식여행가

파란 간판 건 ‘처가집’
동치미막국수도 일품

성북동의 누룽지백숙
포장하면 메밀전 제공


처가집(02-2235-4589)은 서울 중구 동호로 11가 22에 위치해 있다. 백숙 2만3000원, 동치미막국수 6000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판매할 만두 메뉴는 찐만두 5000원, 만둣국 6000원. 낮 12시에 영업을 시작해 오후 9시에 문을 닫는다. 요즘 오후 3∼5시까지는 휴식시간, 마지막 주문시간은 오후 8시 30분. 약수역 8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우측에 있는 내리막 계단을 내려간 다음 좌측으로 CU 편의점이 나오면 우측으로 그리고 다시 좌측으로 가면 파란 메뉴 간판을 걸은 주택이 나온다.

성북동메밀수제비누룽지백숙(02-764-0707)은 성북구 성북로 31길 9에 위치해 있다. 찹쌀누룽지닭백숙 4만9000원, 메밀전 9000원. 과거엔 백숙을 시키면 메밀전을 그냥 제공했는데 요즘은 포장 손님한테만 무료로 준다. 국내산 메밀도 아닌데 9000원은 좀 비싼 듯하다. 누룽지백숙 양이 아주 많아 3∼4인이 즐기기에 좋다. 인근 커피숍에 영수증을 들고 가면 2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오후 8시가 마지막 주문. 이곳은 예약을 받지 않는다. 평소에는 오전 11시 30분에 개장하지만 다가오는 말복 날에는 오전 11시부터 개장한다. 대기실에서 기다릴 때는 하얀 칠판에 이름과 인원수 및 주문 메뉴를 미리 작성해야 한다.
[ 많이 본 기사 ]
▶ [단독]“황운하가 무리한 수사” 당시 수사팀 ‘제보’
▶ 40대 소방관 10대에 폭행당해 숨져…용의자 2명 체포
▶ 전광훈 “하나님 까불면 죽어”…이번엔 ‘신성모독’ 논란
▶ 권력비리 의혹 사건마다 백원우·김경수 빠짐없이 등장
▶ JYP “과도한 촬영에 지효 부상…반복시 법적조치”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남편 살해하고 자해 시도한 여성 경..
박항서의 베트남 축구, 60년 만에 첫..
손흥민에 ‘인종차별’ 몸짓 한 10대 번..
조국 ‘진퇴양난’… 감찰무마 떠안을까..
‘소환불응’ 전광훈 출국금지…체포영..
topnew_title
topnews_photo 2017년말 김기현 수사때 황운하청장이 교체한 경찰 檢에 “수사 비정상” 폭로 檢, 제보수사관 조사 방침 ‘하명수사’ 의혹 키맨 가능성20..
ㄴ ‘김기현 첩보’ 수사팀 전원 소환 불응… 檢 체포영장 검토
ㄴ 황운하, ‘文과 인연’ 강조한 책으로 정치행보 가속도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빅히트 “BTS와 수익배분 갈등 사실무근…JTBC 사..
전광훈 “하나님 까불면 죽어”…이번엔 ‘신성모독’ ..
line
special news JYP “과도한 촬영에 지효 부상…반복시 법적조치..
걸그룹 트와이스(TWICE) 지효(본명 박지효·22)가 사진을 찍으려는 인파에 밀려 다친 것을 두고 소속사 ..

line
40대 소방관 10대에 폭행당해 숨져…용의자 2명 체..
文대통령 11월 지지율 46.8%…넉 달 연속 하락 끝..
권력비리 의혹 사건마다 백원우·김경수 빠짐없이 등..
photo_news
‘기생충’ 골든글로브상 감독·각본·외국어영화상..
photo_news
낸시랭 “왕진진 때문에 빚 9억…남자 트라우마..
line
[지식카페]
illust
세자땐 “아뢰겠다” 王돼선 “추후결정”… 우유부단 탓 국력 쇠..
[Science]
illust
몸안에 투입시켜 癌진단… 암세포로 다가가 약물·열 방출해 치..
topnew_title
number 남편 살해하고 자해 시도한 여성 경찰에 붙..
박항서의 베트남 축구, 60년 만에 첫 SEA 게..
손흥민에 ‘인종차별’ 몸짓 한 10대 번리 팬 경..
조국 ‘진퇴양난’… 감찰무마 떠안을까 윗선에..
hot_photo
강용석 변호사 “가수 김건모 성폭..
hot_photo
1억짜리 바나나 예술작품 꿀꺽…..
hot_photo
‘박항서호’ 동계전지훈련 위해 통..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