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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사회] His Story 게재 일자 : 2019년 08월 07일(水)
“학생때 늘 정보부족 고생… 내가 아는 모든것 나누려 유튜브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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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정연덕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서울 광진구 능동로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공대생 출신의 법학 교수를 거쳐 유튜버로까지 활동하게 된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책상에 설치된 조명시설과 자신의 스마트폰 등 최소한의 장비만을 이용해 유튜브 영상을 제작, 게재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정연덕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법시험 공부 처음 시작할때
뭔가 물어볼 사람·정보 없더라
전문가엔 아무것도 아닌 정보
일반인은 잘 몰라 손해 보기도
이런 것을 함께 나누려는 취지

로스쿨 준비생 위해 카운슬링
다른 교수·전문가 공동출연도

1년간 영상 올려 70만원 벌어
출연진 식사비용도 안나오지만
내 콘텐츠 보면서 도움을 받고
고마워하는 사람들 보며 보람


법조인, 대학교수라는 직업은 정형화된 이미지를 형성한다. 원칙적 사고와 논리, 법전이나 전문서적만이 빽빽이 들어찬 연구실, 자신의 전문 분야에 집중하는 마인드 등 법조인과 대학교수에 대해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다. 그러나 정형을 깨는 인물들은 으레 주변의 이목을 끌기 마련이고 실제로 곳곳에 있다. 그들은 뭔가 독특하고, 어딘가 돌출적이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정연덕(46) 교수도 그 같은 인물 중 하나다. 그의 연구실 한편은 가지각색의 식물 화분들로 채워져 있고, 책상에는 조명 시설이 설치돼 있다. 여러 분야에 걸친 거침 없는 코멘트도 ‘자기 분야’를 중시하는 전문직 인사들과는 다른 이미지를 풍긴다. 정 교수는 법조인, 대학교수라는 타이틀 외에 이슈·지식 유튜버라는 활동을 하고 있다. 다른 대학교수들도 유튜버로 나서고 있는 만큼 유난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그의 유튜브 채널 ‘정교수 지식채널’은 만물상 같은 매력으로 구독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광진구 능동로 건국대 로스쿨에 위치한 정 교수의 연구실을 찾았다. 교수 연구실에 당연히 있을 법한 회의 테이블 하나 없이 4인용 소파가 외부인을 위한 유일한 공간이었다. 짙은 색 정장에 흰색 셔츠, 붉은 넥타이 등 말끔하게 차려입은 정 교수는 “연구실 가운데의 탁자가 주로 손님을 맞이하는 용도였는데, 찾아온 손님이 오래 머물수록 뺏기는 시간이 많다”며 “시간 낭비를 싫어해 오래 앉아 있을 만한 공간을 없앴다”고 말했다. ‘자신의 시간을 한치도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는 냉철한 사람인가’ 하는 긴장감이 연구실 입구에서부터 감돌았다. 그러나 속사포 같은 언변과 인터뷰 내내 그의 얼굴을 떠나지 않는 웃음에서 ‘그런 사람은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이 느껴졌다. 인터뷰는 청산유수처럼 진행됐다.

―로스쿨 교수가 따로 유튜버 활동에 나선 계기가 궁금하다.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시작한 것이다. 내가 ‘정보’가 없어 고생한 적이 많았다. 사법시험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형사소송법 책을 봤는데, 형사소송법을 초·중·고급으로 나누면 그 책은 고급 때부터 보는 책이었다. 그래서 그런 고급 책으로 공부하니 멋있어는 보였지만, 한 번에 3쪽 이상을 보기가 힘들었다. 기본이 없이 무슨 얘기인지도 모르고 보고 있었던 거다. 그렇게 1년 고생하는 동안 뭔가 물어볼 사람이나 정보가 많지 않더라. 요즘은 인터넷 보면 어느 단계에서는 무슨 책을 보라는 것까지 나오지 않나. 그래서 2018년 8월 처음 동영상을 올렸다. 언제 망할지 몰라 싸구려 영상 장비를 구매했다. 오늘 망한다 해도 손해 볼 것 없다는 생각으로 2만∼5만 원짜리 장비 위주로 샀다. 촬영도 휴대전화로 하고. 유튜브를 시작하는 전체 비용이라 해봤자 10만 원 미만이었다. 대신 시간 투자가 가장 큰 비용이었다. 해외 나가 강연하거나 책을 쓰거나 하는 시간을 대신 여기에 쓰는 것 자체가 내가 치르는 비용이다.”

―방송 초점이 학생들 카운슬링에 있는 것 같은데. 예를 들면 자기소개서 작성법 같은….

“로스쿨 부원장을 7년 했다. 부원장은 힘든 티가 나지는 않는데 일이 많아 힘든 자리다.(웃음) 아무튼 그렇게 7년을 하니 학교 입시, 장학 등과 관련해 모르는 것이 없어졌다. 로스쿨 진학 관련 학생 상담도 많이 했다. 상담하면서 보니, 학생들이 로스쿨 면접이나 자소서 등 컨설팅, 특강 등에만 100만 원 넘게 쓰는 경우도 있더라. 그게 진학에 도움이 되면 그런 비용을 쓰는 게 문제가 아니지만, 컨설팅 받았다고 하는 자소서를 보는데 말이 안 되는 내용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원이나 특강 등에서 잘못된 정보가 많았다. 그래서 뭔가 ‘정의에 반한다’(정 교수는 인터뷰 내내 몇 번이고 이 표현을 반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런 생각이 들면 꼭 문제 제기를 하는 편이다. 로스쿨 학생들의 입학부터 졸업까지 모두 보고 있는 입장에서, 법적 문제가 없는 한도 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송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정교수 지식채널’을 보면 자소서뿐 아니라 다른 전공 교수(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와 공동 강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 관련 현안 이슈 등에 대한 것도 있다. 이슈가 그때그때 달라지나.

“지식채널을 만든 이유가 나한테는 별거 아닌데 남에게는 도움이 되는 정보를 알리자는 것이었다. 영상에 가끔씩 의사도 나오고 회계사도 나온다. 그쪽 사람들은 누구나 다 아는 것이지만 일반 사람은 모르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학생이나 고시생 시절 혼자 이방인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었는데, 그런 분들께 도움이 되자는 취지다.”

―다른 분야 전문가들 섭외는 어떻게 하나.

“전문가들 섭외는 주로 ‘말’로 하는 편이다. 변호사들은 돈 주는 것도 아닌데 나오라고 하면 싫어한다. 그렇지만 내 친분으로 같이 식사하자는 등등의 명분으로 섭외하고 있다. 가끔 채널 구독자가 몇 명 되지도 않는데 왜 나오라고 하느냐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변호사 같은 경우는 자기 영업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똑같은 사람이 또 나올 필요는 없다. 그리고 그분들과 만드는 영상에서 자극적인 내용은 빼려고 한다. 한번은 변리사가 나와 소개팅 등에 대해 얘기했는데, 그런 내용은 술자리에서는 재밌지만 방송에서는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다 빼고 영상을 올렸다. 또 한번은 유명 로펌 변호사가 나온 영상을 올렸다가 도로 내린 적도 있다. 해당 로펌의 변호사라는 이유만으로 댓글에 악플이 너무 많았다.”(웃음)

―최근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 관련 영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방송은 한번 나가면 문제가 커진다. 그래서 내용도 최대한 ‘이렇게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식으로 다듬은 내용이었다. 내가 투표 조작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 내용을 조언한 것이었다. 법의 기본적 내용을 사례에다 넣어서 설명하는 식이었던 거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의 팬들이 워낙 많다 보니 영상 올린 그다음 날 전화가 굉장히 많이 왔다. 그때 마침 변리사시험 출제위원으로 외부 연락이 안 되는 합숙소에 들어가 있는 바람에 연락은 못 받았지만….”

―유튜브가 특허법, 지식재산권 측면에서 다양한 쟁점을 만들기도 한다.

“(유튜브 모회사인) 구글의 힘이 너무 세다. 인용 등에 대해서는 판사가 판결 내리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 전문가들끼리도 노래, 영화 등에서 베꼈다 등 약간 비슷한 정도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경우 판결을 봐야 안다. 그러나 구글은 사전적으로 모든 것을 통제한다. 저작권 침해인지 아닌지 등은 판단해봐야 하지만 약간 패러디, 변형 등은 끝까지 가봐야 하는데 구글은 그런 재판에 가기 전에 판단을 다 해버린다. 일종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시대에 와 있는 것이다. 범죄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규율하는 것을 구글이 지금 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영상을 업로드하고 싶은데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 관련 교수를 모셔와서 얘기를 했는데 동물학대(개목걸이, 성대제거 등) 내용을 다루니 키워드를 감지한 인공지능(AI)이 그걸 차단하더라. 그래서 구글에 이의 신청을 하려고 한 적도 있다. 대안은 다양한 플랫폼을 만드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유튜브 말고도 다른 플랫폼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유튜브 방송 수익이 얼마인지 말해줄 수 있나.

“지금까지 1년 정도 영상을 올리면서 70만 원 벌었다.(웃음) 섭외에 응해준 사람들 밥 사주고 하는 등의 비용을 따진다면 오히려 적자다. 돈 벌자고 유튜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 사람들이 ‘왜 하냐?’고 물어본다. 심지어 동료 교수 중에는 ‘총선에 나갈 거냐?’고 묻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이것저것 해보는 내 성격을 잘 아는 주변 사람들은 그냥 이해하는 편이다. 영상을 만들면서 재미도 있었다. 구독자 느는 것도 보면 재미가 있다. 보람도 있다. 우리야 맨날 보는 사람이 서울대, 과학고 나온 사람이라고 하지만, 우리한테는 별것도 아닌 내용을 보고 도움을 받았다며 고마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보람을 느낀다. 내 영상을 보고 성공한 사례도 많다. 컨설팅을 받고 입시에 성공한 사람도 많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때문에 선물 사오면 거절하고 있다. 대신 찾아오는 학생들에게는 현실적인 조언을 하는 편이다. 유튜브에서 하지 못하는 말이 많은데 직접 만나면 가능하더라. ‘열심히 하면 된다’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만해라’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해라’ 같은 말을 잘하는 편이다. 내가 공과대학을 나와서 그런지 생각이 현실적인 것 같다. 흔히 법대 교수들은 형이상학적 말을 많이 하는데, 나는 그와 달리 실제 도움이 되지 않으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직접 찾아온 학생들은 그런 현실적 얘기를 듣고 기분이 안 좋을 수 있지만, 난 그래도 현실적 조언을 하려고 한다. 그래서 내 별명이 ‘정교주’라고, 상담받고 인생 바뀌었다고 하는 사람도 많다.”

―영상에 제자도 많이 출연하고, ‘청년’이란 화두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불쌍하다는 생각만 든다, 불쌍해서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요즘 청년들은 옛날에 비해 다들 똑똑하다. 그렇지만 요즘 학생들은 학벌 때문에 피해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하더라. 대학 입시에서 건국대 들어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 여기서 열심히 하는 학생도 많다. 그런데 졸업해도 갈 데가 없어 도와주려고 하는 생각뿐이다. 요즘 학생들은 내 학창시절 때보다 더 어렵다. 당시보다 정보는 많지만 그렇다고 노력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앞으로는 어떤 콘텐츠 제작을 계획하고 있는지.

“솔직히 유튜버를 얼마나 오래 할지는 모르겠다. 기껏 1년 정도, 나름 취미 활동으로 해온 것이다. 댓글놀이 정도로 하고 있다. 원래 교수들은 약간 자기 혼자 하는 것을 좋아한다. 직접 나서는 것은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런데 나는 유튜브를 하면서 대학원생들한테 이와 관련한 업무는 전혀 시키지 않는다. 편집·촬영 등을 혼자 하냐고 묻는데, 나는 진짜 혼자 하고 있다. 이런 거 시키면 학생들이 싫어한다. 내년 1학기부터 학부 수업에서 ‘유튜브 개설과 관련 법률’이란 강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대학에서 이런 강의는 처음일 거다. 지금까지는 편집 프로그램 등에 대한 강의는 있었지만, 내 강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실전 위주의 수업을 할 것이다. 유튜브 관련 법적문제, 명예훼손, 광고 등등 관련 내용도 넣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강의로 할 것이다. 또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셈인데, 완전 ‘노가다’다.”(웃음)

조재연·서종민 기자 rashomon@
e-mail 조재연 기자 / 사회부  조재연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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