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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Consumer 게재 일자 : 2019년 08월 08일(木)
‘상품권 깡’ 기승·車 살때도 캐시백…지역화폐 “혈세 낭비”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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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지역화폐 발행’ 열풍 속 부작용 속출

군산, 부정 유통 사례 16건
10% 할인가에 산뒤 현금화
외지인이 주민 꾀어 매집도

매출 노출되는 중소 상인들
가맹점 이탈 움직임 나타나
전문가 “타당성 잘 따져야”
지자체 “화폐,지역경제 도움”


지난해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지역 화폐 발행에 나서면서 부작용이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발행 규모가 큰 일부 지자체에서는 재정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거래 과정상 차익만 노리는 ‘부정 유통’ 사례까지 포착되고 있다. 현금처럼 사용되는 특성 때문에 납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일부 지역에서는 가맹점들이 거래가 불편하고 매출액이 모두 노출된다며 이탈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자칫 실효성 없는 정책에 혈세만 낭비할 판이다.

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북 군산시는 전국 지자체 중 지역 화폐 발행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해 한국GM 군산공장이 폐쇄되면서 지역 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지역 화폐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9월 발행을 시작해 4개월 만에 910억 원 상당을 판매한 실적에 힘입어 올 상반기에는 3000억 원의 ‘군산 사랑 상품권’을 발행, 판매했다.

군산시는 올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에 지역 화폐 발행을 위한 1000억 원의 관련 예산을 반영, 4000억 원을 채울 계획이다. 이 때문에 군산에서는 ‘개도 (상품권) 한 장씩 물고 다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27만 명인 군산시 인구와 연간 예산 규모를 고려했을 때 그만큼 많은 액수가 발행됐다는 의미다.

경북 포항시도 2017년 1월 ‘포항 사랑 상품권’을 발행한 이후 이달 2일 현재 3353억 원 상당을 판매했다. 총 발행액 3500억 원 중 95%가 팔렸다. 발행액 규모는 작지만 최근 전북 순창군, 충남 서산시, 전남 장성군, 경북 영천·김천시 등 인터넷에서 지역명만 검색해도 지역 화폐 발행 소식을 볼 수 있을 정도다.

이처럼 지역 화폐를 발행하는 지자체가 급격하게 늘어나다 보니 크고 작은 문제들도 함께 불거지고 있다. 먼저, 부정 차익거래다. 지역 화폐가 최초 판매 때 액면가보다 10% 할인되는 점을 노린 것이다. 지역 화폐를 산 뒤 곧바로 현금으로 환전해 차익을 챙기는 수법으로, 지자체들도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제로, 군산에서는 올해 상반기에만 16건의 부정 유통 사례가 적발됐다. 이들은 대리인을 내세워 100만 원 단위로 상품권을 사들인 후 되팔아 차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9월 포항에서도 한 외지인이 주민 9명을 동원해 50만 원씩 총 45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입하도록 한 뒤 일정 금액을 주고 다시 샀다가 주민 신고로 적발됐다. 이 외지인은 “좋은 가격에 상품권을 사준다”면서 주민들을 꾀어 상품권 매집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지자체마다 날을 세우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처벌이 무겁지 않고 소폭의 금리 변동에도 반응하는 소비자 심리를 감안하면 이 같은 부정 거래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소비 규모가 클수록 지역 화폐의 혜택을 더 받는 문제도 제기됐다. 인천시는 지난 5월부터 월 사용액과 사용처에 제한 없이 ‘인천이(e)음’ 사용액 6%(정부 지원 4%·인천시 2%)를 소비자에게 현금으로 돌려주는 정책을 펼쳤다.

인천 서구와 연수구는 여기에 자체 예산 4%를 더해 10%의 캐시백 혜택을 제공하고 미추홀구는 2%를 더해 8%를 돌려주고 있다.

이후 인천시가 실제 인천e음 사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사용자 70여만 명 가운데 월 100만 원 넘게 쓰는 4.9%가 올해 누적 결제액 4302억 원의 31.6%를 차지했다. 사용액이 가장 많은 사람은 누적 사용금액이 7000만 원에 이르렀다. 서구도 그동안 사용된 221억 원의 내역을 분석한 결과, 전체 이용자의 2.36%에 해당하는 1396명이 50억 원을 결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에 혜택이 집중된 것이다.

자동차와 순금 등 고액 물품을 구매하는 데 지역 화폐가 이용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구에서는 6월 한 달 동안 중고차 구매에 2억1000만 원, 귀금속 구매에 6000만 원이 쓰였고, 유흥주점에서 4100만 원이 인천e음으로 결제된 사례도 나왔다.

지역 화폐 발행에 따른 재정 부담도 문제다. 군산시처럼 지역 화폐 발행 규모가 한 해 4000억 원을 넘는 지자체에서는 최소한 5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군산시는 올 상반기에만 3000억 원 상당을 발행해 2800억 원어치를 판매했다. 군산시는 액면가보다 10%를 할인 판매하고 있는데, 행안부가 지원한 4%에 해당하는 예산 120억 원을 빼면 180억 원을 자체 투입하는 것이다. 상품권 발행 비용과 금융 수수료까지 합치면 최소 100억 원이 추가된다.

전문가들도 무분별한 지역 화폐 발행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군산의 한 세무사는 “지역 화폐 이용에 따라 매출 규모가 노출되는 중소 상인들의 가맹점 이탈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현금처럼 사용하며 세금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커 세무 당국이 주시하면서 별도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임용택 군산대 교수도 “도시의 경제 규모와 예산 등을 고려해 정책의 유효성과 타당성, 적절성을 잘 따져 시행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지역 화폐가 생산성 없는 비경제적·비효율적 포퓰리즘 정책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역 화폐 발행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도 “지자체 예산이나 지역 경제 규모에 따라 화폐를 얼마나 발행하는 것이 좋은지 발행 전후로 상세히 따져볼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전주 = 박팔령·포항 = 박천학

인천 = 지건태 기자 park80@munhwa.com
e-mail 박팔령 기자 / 전국부 / 차장 박팔령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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