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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글로벌 스타일 게재 일자 : 2019년 08월 08일(木)
학대와 억압에…중동의 ‘공주님’들은 탈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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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前 국왕 딸 하야 공주
남편인 두바이 총리에게 학대
영국 머물며 이혼소송 진행 중

두바이 총리의 딸 라티파는
인도로 탈출하다 본국 송환돼
위치추적 등 감시·억압 탓
사우디 등서도 잇단 ‘도피’


지난 7월 30일 영국 런던의 고등법원에선 ‘세기의 이혼 조정’에 대한 사전심리가 열렸다.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통치자인 셰이크 무하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 총리의 부인이자, 후세인 압둘라 요르단 전 국왕의 딸인 하야 빈트 알 후세인 공주가 직접 법원에 출석하면서 세간의 화제가 됐다. 지난 2004년 스물다섯 살 연상이었던 셰이크 무하마드의 여섯 번째 부인이 된 뒤 국제행사나 의전 등에 항상 함께 다니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남편의 학대로부터 도망쳐 제3국에서 이혼 소송을 진행하는 처지가 됐다. 영국 명문 옥스퍼드대에서 철학과 정치경제학을 전공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친선대사로 활동하는 커리어우먼인 하야 공주조차도 ‘중동 여성’이란 굴레를 제대로 벗어나지 못했다.

아랍에서 공주 ‘탈출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왜일까. 여성으로서의 권리는 왕족이든 귀족이든 견디기 힘들 정도로 무시되고 있는 현실이 이유로 꼽힌다. 또 여성의 사회활동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이슬람 문화도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최근 “하야 공주처럼 집에서 ‘도망치는’ 공주님들이 중동 지역에서 봇물 터지듯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셰이크 무하마드의 딸인 셰이카 라티파 공주가 지난해 3월 요트를 타고 탈출해 인도로 가려다 붙잡혀 본국으로 송환됐다. 라티파 공주는 두바이를 떠나기 전 유튜브에 아버지의 폭압을 폭로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지난 1월엔 호주로 망명하려다가 경유지인 태국에서 억류되자 SNS를 통해 “송환되면 죽는다”며 도움을 호소해 세계인의 관심을 모았던 18세의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소녀 라하프 무함마드 알쿠눈(18)도 술라이미주 주지사의 딸인 ‘금수저 집안’ 출신이다.

지난 4월엔 또 다른 사우디 출신 자매가 터키 이스탄불로 몰래 떠난 뒤 사우디 주민의 무비자 입국을 받아주는 조지아로 망명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스리랑카로 가족여행을 갔던 사우디 출신 20세와 18세 자매는 현지에서 도주해 최근 알려지지 않은 제3국의 망명 허가를 받아 정착하게 됐다.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지난 2013년엔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당시 사우디 국왕의 네 딸이 런던에 본부를 두고 아랍 세계의 여성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여성들을 돕는 단체인 ALQST의 야히야 아시리 국장을 접촉, 탈출 방법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처럼 다른 나라로 도망치듯 망명하는 사우디인은 지난 2017년 기준 전 세계에 800명이 넘는다. 이는 2012년보다 다섯 배 가까이로 증가한 숫자다.

공주들이 모든 특권과 부를 마다하고 탈출을 감행하는 데는 여성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억압되고 있는 현실을 방증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동 전문가인 영국계 이집트 연구가 올라 살렘은 “대부분의 여성은 가족과 사회에서 엄청난 제약과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가정 내 학대는 물론 결혼과 외출, SNS 사용, 여행, 교육을 받는 데까지 모두 차별과 제약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상류사회라고 다르지 않다”며 “특히 상류사회 여성은 보다 자유가 보장되고 사회로부터 존중을 받는 서구 사회를 볼 기회가 더 많아 이들이 집으로부터의 도망을 선택하게 한다”고 전했다. 실제 하야 공주는 심리에 출석해 “두 자녀를 아버지의 폭력과 강제 결혼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며 자녀들에 대한 ‘양육권’을 주장했다.

탈출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혹독한 대가가 뒤따른다. 라티파 공주는 탈출 직전 남긴 동영상에서 “여러분이 이 영상을 보고 있다면…나는 이미 죽었거나 매우 나쁜 상황에 처했다는 뜻”이라고 밝히며 “14세 때 네 살 터울의 언니 샴사 공주가 영국으로 여행을 간 길에 경호원의 눈을 피해 잠적했으나 결국 붙잡혀 왔고, 이후 약물로 자신의 의지를 잃어버리게 된 것을 본 이후 탈출을 결심했다”고 밝혔다.실제 샴사 공주는 지난 2000년 이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바 없다. 최근 두바이 정부가 공개한 라티파 공주의 사진에서도 공주가 약물주입 등 학대를 당한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사우디가 처음으로 여성들에게 운전면허 취득자격을 부여하고 지난 3일엔 보호자 없이 해외여행을 할 수 있도록 기존의 남성후견인(마흐람) 제도를 폐지하는 등 여성인권 신장이 이뤄지고 있는 데 대해 살렘은 “만연한 위선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실제 최근 사우디 제다에서 공연이 예정됐던 ‘힙합 여왕’ 니키 미나즈는 자신의 공연에 오는 여성들이 아바야(머리부터 발끝까지 오는 망토로 된 사우디 전통의상)를 입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공연 취소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 여성들의 위치를 감시하는 애플리케이션까지 개발되며 여성들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 조지아로 망명한 마하(29)와 와파 알수바이에(26) 자매는 망명 도중 자신들의 휴대전화를 부숴야 했는데 여기에 사우디 내무부가 만든 여성 감시 앱인 ‘앱셔’가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앱셔는 여권 갱신, 공공기관 업무 예약과 교통법규 등 광범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여성들의 접근권은 막혀 있고 남성 후견인들이 이를 이용해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이들 자매는 애플과 구글 등에 ‘스토어에서 앱셔를 삭제하라’고 주장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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