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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게재 일자 : 2019년 08월 08일(木)
또 대기업 호출 靑, 제발 내버려 두라는 하소연 안 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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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8일 5대 그룹 주요 경영진과 회동한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주 8·15 광복절 이전에 일본의 경제보복과 관련한 경제 현장 의견을 듣고 당부의 말을 전하기 위해 주요 그룹 총수들과의 만남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앞둔 사전 모임 성격으로 관측된다. 다음 주 대통령과 주요그룹 총수 회동이 이뤄지면 일본 경제보복이 공식화한 뒤 지난달 10일에 이어 두 번째다.

국가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청와대가 재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건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기업을 앞세운 반일(反日) 전선 형성은 기업들에 힘이 되기는커녕 외려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 실제로 현재 일본 기업과 비즈니스 관계에 있는 일선 기업 사이에선 “기업들을 전면에 내세워 극일·반일을 외치라고 하는 분위기가 너무 부담스럽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자칫 외부에 ‘항일 대표기업’으로 비쳤다가 일본의 타깃이 되거나 일본 거래 기업과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질까 걱정된다는 것이다.

글로벌 생존경쟁 과정에서 동물적 감각을 키워온 일선 기업들은 관(官)이 나서지 않더라도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한 자체 액션 플랜에 나선 상태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일본이 규제한 반도체 핵심 소재의 대체재 발굴을 위한 제품 1차 테스트를 9월 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한다. 온갖 시련을 뚫고 글로벌 톱 수준으로 올라선 대기업 총수들을 호출해놓고 민·관(民官) 합동 위기 극복 운운하는 건 가뜩이나 힘든 기업들에 ‘정부 리스크’라는 혹만 더 붙이는 격이다. 기업 애로를 알고 싶다면 기업 노출을 삼가고 비공개로 들으면 된다. 일본에서 정부와 기업인들이 집단 회동해 상대국을 함께 비판하고 대책을 논의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엄중한 경제전쟁 와중에 최대 피해자인 기업을 전투 최일선으로 내몰게 될 ‘보여주기식 극일’은 안 된다.

다음 주로 알려진 대통령의 주요 그룹 총수 회동에 대해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한다. 검토했더라도 취소하기 바란다. “우리를 제발 내버려 두라”는 기업들의 하소연을 끝내 무시한다면, 애꿎은 기업들을 ‘반일 총알받이’로 삼았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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