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불청객 ‘난기류’… 표시등 안켜져도 벨트부터 ‘꽉!’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비행 중 난기류를 만났을 경우에는 기내 ‘좌석 벨트’ 착용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사진은 대한항공 B787-9 항공기. 대한항공 제공

휴가철 기내 안전수칙

7~8월·적도근방서 자주 발생
기상 레이더로 사전 감지해
‘마른하늘 날벼락’ 회피 비행

순항중에도 안전벨트 착용을
급한용무 빼곤 통로 배회 자제
휴대 수하물 선반안에 두어야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 비행기를 타고 가다 보면 갑자기 기체가 흔들리며 좌석 벨트 표시등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비행기는 대기 흐름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대기 흐름이 일정하지 않은 난기류 지역을 통과할 경우 비행기가 순간적으로 흔들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기내에서 꼭 지켜야 하는 간단한 안전 수칙만 준수한다면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 버스, 택시 등 육상 교통수단도 안전벨트의 중요성이 강조되듯이 항공기도 갑작스러운 하늘의 비포장도로와 같은 난기류를 만났을 때 ‘안전벨트’를 기억하면 된다.

◇기상 레이더로 사전 감지해 난기류 회피 = 난기류는 태양이 지표면에 내리쬘 때 올라오는 복사열로 인해 기류가 불안정하게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계절과 상관없이 발생하지만, 공기의 움직임이 매우 활발해지는 여름철과 적도 근방에서 자주 발생한다. 보통 기상 상황 관측을 통해 어느 지역에서 난기류가 발생할지 예측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뭉게구름이라고 말하는 적운형 구름 속은 대기가 불안정하게 흐르고, 적도 지역 상공은 태양 복사열로 인한 기류 변화가 심해 난기류가 예상된다. 기상 레이더 등의 발달로 많은 난기류를 미리 감지해 회피할 수 있다. 하지만 워낙 기류가 불안정한 우리나라의 여름철이나 적도 지역 기후를 감안할 때 갑작스러운 난기류를 만날 가능성은 아직 높은 편이다.

일반적인 기상현상과는 무관하게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서 예고 없이 발생하는 청천난류(CAT·Clear Air Turbulence)도 있다. 청천난류 현상은 기상 레이더에도 잡히지 않아 운항승무원들 사이에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으로 불린다. 청천난류가 발생하는 원인은 주로 강한 기류가 산맥을 넘을 때 그 산맥의 바람 아래쪽에 회오리바람이 생기며 발생한다. 또는 대류권과 성층권의 경계면에서 부는 강한 제트류로 인해 그 주변 공기가 교란되며 발생하기도 한다. 비행 중 갑작스레 청천난류를 만나게 되면 아래위로 요동치는 바람에 의해 심한 경우 순간적으로 기체가 급상승 또는 급강하하기도 한다.

◇철저한 대비로 안전 운항 준비… 적도 지역 노선 유의 = 난기류 발생 가능성이 높은 노선은 적도 지역을 통과하는 호주 및 뉴질랜드와 자카르타, 발리 등 동남아 노선 등이다. 또한 홍콩이나 도쿄(東京) 등 노선의 경우는 공기의 흐름이 활발한 7∼8월에 집중 발생한다. 적도 지역이 난기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태양의 직사광선을 제일 많이 받는 지역으로 이로 인해 상승기류가 생겨 공기의 흐름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도 지역을 통과할 때는 기상이 좋지 않은 지역을 예측해 사전 운항계획에서 그 지역을 최대한 피해 운항하도록 하고 있다. 운항승무원과 객실승무원은 비행 전 합동브리핑에서 반드시 난기류 조우 예상 시간과 정도 등에 관한 정보를 공유한다. 또한, 난기류 조우 시 행동요령 등을 다시 한 번 숙지해 안전운항을 위해 최대한 대비한다.

◇좌석 벨트 착용이 가장 확실한 대처법 = 비행기의 흔들림이 예상되거나 난기류 지역을 통과할 때 기내에는 ‘좌석 벨트 착용’ 표시등이 켜지고 신호음이 울린다. 이때에는 화장실 사용을 삼가고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바로 좌석에 착석 후 벨트를 매고 기내 방송에 귀 기울여야 한다. 물론 비행기가 순항 중일 때에도 좌석에 앉아 있는 동안에는 좌석 벨트를 매고 있는 것이 가장 확실하게 안전을 지키는 길이다. 급한 용무가 아닐 경우 통로를 배회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휴대 수하물은 선반 안에 넣어두거나 앞 좌석 밑에 두도록 한다. 지정된 장소에 보관하지 않을 경우, 기체가 심하게 흔들릴 때 수하물로 인해 다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항공기 항법장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개인 휴대 전자장비는 상황에 따라 사용이 제한될 수 있다. 비행 중에는 ‘비행기 모드’를 유지하고 사용 제한에 대한 기장의 안내 방송이 있을 경우 적극 협조해야 한다.

물론 비행기는 제작할 때부터 난기류를 만나 기체가 흔들려도 빠르게 위치를 회복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하지만 각종 기술이 발달하고 아무리 주의를 기한다 해도 완벽하게 피해갈 수 없다. 좌석 벨트 착용만이 가장 확실한 난기류 대처법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