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愛올래>혼불문학관 둘러본 뒤 황토물에 천연염색…“더워도 상쾌해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북재능시낭송협회 회원들이 지난 3일 전북 남원시에서 손수건 염색 체험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북재능시낭송협회 회원들이 남원시에서 ‘물박 공연(혼불 아리랑)’을 관람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 남원시농촌종합지원센터

문학에 관심많은 방문객 고려
농촌관광에 문화 유적지 연계

물박공연·손수건 염색체험에
최명희·김시습 관련장소 방문

‘농촌愛올래 2019’ 캠페인의 막이 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 문화일보는 전국 10개 시·군과 손잡고 농촌에 머무르며 체험·관광·식사·숙박이 어우러진 새로운 형태의 농촌 관광을 즐길 수 있는 ‘농촌愛올래-지역 단위 농촌관광시스템 구축’(로고) 상품을 올해로 3년째 운영한다고 9일 밝혔다. 올해 농촌愛올래 지방자치단체는 전북 남원시·순창군·완주군, 전남 강진군, 경북 문경시·고령군, 강원 양구군, 충북 충주시, 경남 거창군, 제주 서귀포시 등 10개 시·군이다. 김신재 농식품부 농촌산업과장은 “농촌愛올래 캠페인이 활성화하면, 농촌 관광이 늘면서 농촌 일자리 창출과 농가 소득 증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할머니들의 노랫소리에서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기온이 36도를 넘은 지난 3일, 전북 남원시 혼불문학관 앞 야외 정자에 모인 전북재능시낭송협회 회원 40여 명은 남원 노봉마을 할머니들의 ‘물박 공연(혼불 아리랑)’에 폭염(暴炎)조차 잊은 표정이었다. 현직 중학교 국어 선생님인 박미숙(여·60) 씨는 “할머니들이 커다란 박을 물 위에 엎어놓고 박을 두드리며 부르는 노랫소리가 깊은 여운을 남겼다”고 말했다.

남원시농촌종합지원센터는 이날 남원을 찾은 손님들이 시 낭송에 관심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남원 출신 최명희 소설가의 작품 ‘혼불’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혼불문학관 탐방과 조선 시대 학자 매월당(梅月堂) 김시습의 ‘금오신화’에 실린 ‘만복사저포기(萬福寺樗蒲記)’의 배경이 된 만복사지 터 방문 등으로 일정을 짰다. 농촌체험 프로그램도 손님이 좋아하는 것을 고려한 맞춤형이 돼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대다수가 소설 혼불을 이미 읽은 적이 있는 전북재능시낭송협회 회원들은 혼불문학관에서 문화해설사의 질문에 답변을 척척 내놓아 해설사를 놀라게 했다.

회원들은 이날 혼불문학관 관람을 마치고, 물박 공연을 본 뒤 손수건 염색 체험을 했다. 손수건 염색은 손수건에 물을 묻혀 20번 정도 털어준 뒤, 고급 황토물에 담가 200번 정도 쥐어짜서 줄에 말리면 된다. 그리고 30분쯤 지난 뒤에 찬물에 여러 번 헹구면 당장 쓸 수 있는 예쁜 노란 손수건이 되는 것이다. 남원 출신인 서옥자(여·47) 총무는 “날씨가 덥고, 햇빛이 쨍쨍해서 염색이 잘된 것 같다”며 “천연섬유 손수건은 땀을 닦았을 때 냄새도 나지 않고, 건강에도 좋아 너무 기분이 상쾌하다”고 말했다.

혼불마을에서 집밥으로 점심을 먹은 뒤 회원들이 향한 곳은 만복사지 터였다. 한여름 따가운 햇빛을 막을 그늘 하나 없는 절터였지만, 문학에 관심이 많은 회원들은 쉬지 않고 문화해설사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전주에 사는 정지원(여·49) 부회장은 “날씨는 너무나 뜨거웠지만, 만복사저포기에 나오는 총각 양생과 3년 전에 죽은 처녀와의 사랑 얘기가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전주대 평생교육원 교수로 활동하면서 시낭송을 지도하고 있는 김명자(여·64) 씨는 “농촌 관광도 활성화되면 호남과 영남 등 다른 지역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 구이중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송일섭(61) 전북재능시낭송협회 회장은 “농촌 관광을 통해 문화 유적지를 탐방하고, 자연을 둘러보는 것은 삶을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전북재능시낭송협회 회원들은 이날 저녁 지역 주민들을 위한 시낭송 공연을 마치고, 4일 황산대첩지 등을 둘러본 뒤 남원을 떠났다.

남원=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