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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19년 08월 09일(金)
아베 ‘우경 폭주’ 뒤엔… 식민주의 못버린 日국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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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책임에 대하여’ 저자들은 일본 군국주의 부활을 획책하는 아베 정권의 우경화가 과거사 책임을 외면하는 일본인의 식민주의에 뿌리를 대고 있다고 비판한다. 사진은 영화 ‘주전장’의 한 장면으로 일본군 재무장을 주장하는 일본 우익 행렬이 한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시네마달 제공

- 책임에 대하여 / 서경식·다카하시 데쓰야 지음, 한승동 옮김 / 돌베개

日역사인식 비판 한인2세와
후쿠시마 출신 일본인 대담

겉으론 민주주의 내세우지만
과거 제국주의 되살리려해

위안부 문제 희석화 작업에
진보 지식인조차 동조해와


일본에서 1990년대 이후 우익 정치 세력이 득세한 배경을 성찰한 대담집이다. ‘현대 일본의 본성을 묻는 20년의 대화’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일본 국민이 정치 우경화에 순응하거나 동조해 온 상황을 살피며, 신랄하고 절실한 목소리로 그 책임을 묻고 있다.

두 저자는 지난 20여 년간 일본 국가주의를 주제로 대화해 왔다. 그것을 기록한 첫 책이 2000년에 나왔다. 이번 책은 그 이후에 더 강화한 일본의 정신적 편향성을 근본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저자 서경식은 ‘나의 서양음악 순례’ ‘나의 조선미술 순례’ ‘나의 이탈리아 인문 기행’ 등의 저술을 통해 비판적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동서양을 넘나드는 인문적 시야를 보여준 바 있다. 현재 일본 도쿄게이자이대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1951년 교토(京都)시에서 자이니치(재일 조선인) 2세로 태어났다. 그는 소수자 관점에서 21세기에도 일본 식민체제가 지속하고 있음을 경고해왔다.

도쿄대에서 철학자 데리다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데쓰야는 현재 같은 대학 대학원 총합문화연구과 교수로 있다. 1956년생인 그는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난 후쿠시마(福島) 출신으로, 국가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지역 소외가 이뤄지는 것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보여왔다.

총 4부로 이뤄진 대담은 일본이 1945년 패전 이후 민주주의라는 ‘도금(メッキ·鍍金)’을 덮고 있었으나 1990년대 이후 군국·제국주의 ‘지금(地金)’, 곧 ‘본성’이 드러나고 있다고 본다. 1부 ‘전후 민주주의는 도금이었나’는 일장기와 기미가요를 국기와 국가로 지정하는 법 제정, 국가주의를 교육제도로 끌어들이려는 목적을 담은 ‘교육기본법’ 개정 등을 들여다본다. 2부 ‘일본의 본성’은 히로히토 천황의 죽음을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를 통해 그가 통치자로서 주도한 전쟁 책임에 눈을 감으려는 일본인들의 속내를 살핀다. 또한 논쟁적인 책 ‘제국의 위안부’를 다루며 일본 내 리버럴파 지식인들조차 위안부 문제가 국가범죄임을 희석하는 주장에 동조했다며 비판한다. 서경식은 이 대목에서 자이니치 가족사를 언급하며, 식민지 신민에게 심리적으로 내밀화하는 국가 폭력을 강조한다.

3부 ‘희생의 시스템과 식민주의’는 일본 본토 대신에 미군기지를 떠안은 오키나와(沖繩), 원전 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를 관통하는 희생을 다룬다. 소수자와 약자를 착취하고 그들의 존재를 지워버리는 일본의 뿌리 깊은 식민주의가 그 바탕에 있음을 지적한다. 4부 ‘보편주의의 폭력’은 일본이 서구식 민주주의를 겉으로 내세우지만, 천황제를 정점으로 과거 제국 헌법의 일본식 보편주의를 되살리려 한다고 비판한다. 대동아전쟁을 일으켜 300만 명의 일본인과 2000만 명의 아시아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과거를 외면하고 다시 제국주의로 치닫는 것에 대해 데쓰야 교수는 ‘일독(日毒)’이라고 표현한다.

문제는 일독을 퍼트리는 아베 정권이 독재를 통해서가 아니라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아 존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국민 내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식민주의 탓이라는 게 두 대담자의 시각이다. 세계적 시민으로 가는 길을 포기하고 자발적으로 신민(臣民)이 되려 하는 본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혁파하려는 일본 내 양심적 지식인, 시민들은 고립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지식인, 시민과의 연대가 절실한 이유다.

두 대담자의 주장은, 아베 정권의 우경 폭주를 비판하는 한·일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부분적으로 이견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은 천황제 폐지를 주장하지만,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같은 이는 일황(日皇) 비판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일본인 절대다수가 국가 균형추 역할을 한다고 믿는 천황제를 건드릴 경우에 군국주의를 비판하는 일본 내 양심세력의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책의 후기는 문재인 정부의 대일 강경 노선이 마땅하다고 언급하지만, 갈등 사태를 해결해야 할 정권이 ‘반일 마케팅’으로 정파적 이익을 얻으려는 것에 대한 비판적 의견도 엄존한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문재인 정권은 아베 정권과 적대적 공존을 하고 있다. 정권이 앞장서 국민 감정을 부추기는 ‘관제 반일’은 한·일 민간 교류조차 막고 있다. 서울 광진구가 아베 우경화를 반대해 온 일본 시민단체 방문을 거절해놓고, 보도자료를 통해 반일을 자랑한 것이 그 사례다.

그러나 한·일 관계에 대한 관점 차이가 있더라도 일본 군국주의 부활을 막아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면, 이 책을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본성을 제대로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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