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윤석열 ‘석국열차’ 檢개혁·사정정국서 충돌할수도

- 새 법무 지명… 사정라인 전망

적폐청산 수사 발맞춰왔지만
개성강하고 야망있는 두 사람
與비리 등 수사땐 갈등 가능성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9일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면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루는 ‘2기 사정라인’은 더욱 강화됐다. 조 지명자가 청와대 시절 입안한 수사권 조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통과에 주력하면서 현재의 사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정치적 야망과 무소불위 권력을 동시에 쥔 이들이 검찰개혁과 정권 후반기 사정을 두고 곳곳에서 충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9일 조국 법무부 장관 지명자의 입각 소식에 법조계 분위기는 크게 엇갈렸다.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가 법무부 수장으로 지명된 데 대한 기대감과 함께, 검찰을 개혁 대상으로 몰아가던 조 지명자에 대한 불안감이 교차했다. 한 부장검사는 “조 지명자가 자신과 대척점에 선 이들에게 거침없는 독설을 하며 각을 세워왔는데, 그 대상이 언젠가 검찰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일단 현시점에 조 지명자와 윤 총장은 원만한 호흡을 보이고 있다. 윤 총장은 최근 자유한국당 소속인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만나 “(조 지명자가) SNS에서 말씀하시는 것은 좀 그렇지만 사람 자체는 괜찮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치권 인사는 “조 지명자가 평소 와인을 즐기며 유쾌하고 부드러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윤 총장에 대해선 “선이 굵고 호방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들은 이미 전 정권에 대한 ‘적폐청산’ 수사나 대기업 사정수사에서 손발을 맞춰 왔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대척점에 선 이들에게 과감히 칼날을 겨눠왔다는 점에서 집권 후반기 충돌을 예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는 라디오방송에서 “둘 다 굉장히 개성이 강하고 정치적 야망이 있어 보이는데, 그런 강(强)대 강의 경우는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윤 총장이 과거 정부에서처럼 여권 내부 비리 수사에 집중할 때 조 지명자를 비롯한 여권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한 검사장은 “정권 후반기에 들어서면 ‘이탈자’가 나오기 마련”이라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검찰로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조 지명자가 검찰개혁 일환에서 ‘검찰 힘 빼기’에 나설 경우 윤 총장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관심사다.

정치권 일각에선 “두 사람의 기질을 이해하는 청와대가 법무부에 안전장치를 마련해 뒀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검찰 인사에서 김오수 법무부 차관을 유임시키고, 검찰과 법무부 간 가교 역할을 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에 이성윤 검사장을 임명한 조치를 가리킨 말이다. 전남 영광 출신인 김 차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금융감독원장 후보로 거론됐을 만큼 여권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국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로, 2004∼2006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으로 파견돼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과 함께 일한 바 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