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료 지원 정책, ‘외벌이가정 시설 이용과잉’ 불렀다”

조세재정硏 보고서 발표

영아 둔 여성 취업률 33%인데
보육시설 이용률은 53% 달해
출산율은 제자리…비효율 논란

외벌이 가정에서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기는 경우가 많아 ‘이용 과잉’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비효율적인 보육지원 확대로 필요성이 적은 가정에서도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는 데다 이로 인한 출산율 제고 효과도 석연치 않아 보육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9일 최성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보육 및 자녀양육을 위한 재정지원 정책의 현황과 과제’ 연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국가에서 만 0∼2세 영아의 시설 이용률 평균은 33.2%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2017년 53.4%로 OECD 평균보다 20%포인트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 3∼5세 유아의 경우도 시설 이용률은 OECD 국가 평균 86.3%를 초과하는 93.4%로 높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영아를 둔 여성의 취업률은 33.2%(2012년)임을 비춰볼 때 0∼2세 영아의 시설 이용률은 필요 이상으로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보고서는 “영아의 경우 시설 양육보다는 가정 내 양육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는 연령인데, 여성취업률에 비해 높은 영아 시설이용률은 정부지원 혜택을 누리고자 하는 ‘가수요’로 인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한 정책효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꾸준히 논란이 되는 민간어린이집 서비스의 품질 문제가 보육료 상한 규제 등 시장에서 가격에 따른 조절 기능이 작동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탓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보육 서비스 이용으로 우리나라 부모들이 직접 부담하는 금액은 보육서비스가 보편적으로 제공되는 북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현재 우리나라 가구의 보육부문 순부담은 가구 평균 순소득의 1.7%로, OECD 국가 평균 12.7%나 유럽국가 평균 8.8%에 훨씬 못 미친다. 즉 보육료 지원과 시설에 대한 지원은 확대돼 왔으나 보육료 지원을 둘러싼 구조적이고 비효율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적절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우리나라의 보육 및 누리과정 관련 예산은 2015년 7조8600억 원에서 올해 8조2466억 원까지 늘었지만 합계 출산율은 매년 감소해 지난해 0.98명까지 떨어지는 등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최 연구위원은 “영유아, 특히 영아의 지나치게 높은 시설 이용률과 국제적으로도 높은 보육 및 유아교육 지출 비중을 고려할 때 보육 및 유아교육 부문 현물 서비스 지원은 효과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