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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제교 사회부장 게재 일자 : 2019년 08월 12일(月)
기로에 선 ‘윤석열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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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교 사회부장

칸트的 인간 상기시킨 尹총장
비리·부패 끊고 진실 수호 역할
인사·조직 운용에 의구심 커져

검사는 특정 집단 편들면 안 돼
스스로 옳다고 여기는 길 가야
권력 좇는 행보는 파멸로 직결


조국 법무부 장관 지명자의 인사청문회는 요식행위라는 관망이 지배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한 인사만 17명에 달하듯,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과 논문표절 등 웬만한 사안으로는 낙마가 어렵다. 이번에도 국회 의사와 무관하게 밀어붙일 것은 불을 보듯 환하다. 조국 지명자는 현 정권과 운명공동체인 만큼 시선은 그의 지휘 라인에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쏠린다.

3년여 전 “수사권을 갖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냐”라고 했던 강골 검사 윤석열의 등장은 국민에게 큰 기대를 안겨줬다. 정권을 위해 칼춤을 췄던 여느 정치검사와는 달랐다. 윤 총장의 수사권과 보복, 깡패와 검사라는 수사는 ‘인간은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라고 규정했던 이마누엘 칸트를 떠올리게 한다. 세계 철학사의 비조인 칸트는 ‘윤리형이상학 정초’(1785년)에서 “자신과 타인의 인격에 있어 인간성을 언제나 목적으로 간주해야 하며, 결코 수단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기술했다. 수사권으로 사람을 탈탈 털고 법률지식을 동원해서 죄를 씌워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지 말라는 윤 총장의 소신이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만인은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하며, 인간 존엄성 침해에는 항거해야 한다는 주창이다. 선행적 목적에 의존하지 않는 무조건적 정언명령(定言命令)으로도 다가온다. 칸트에게 인간은 행위가 옳은지를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으며, 도덕 규범 준수 의지를 통해 선한 행위에 도달한다. 그래서 윤 총장은 칸트적 인간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안은 과연 그런지 돌아보게 한다. 첫째, 지난 6일 자로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는 ‘숙청’이라는 표현이 나돌 정도로 철저하게 ‘윤석열 사단’ 위주로 짜였다. 검사장급을 포함해 전반적인 인사 역풍으로 사표를 던진 검사가 65명이 넘는다. 검찰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윤 총장이 개입할 부분이 적었다는 말도 들리지만 어불성설이다. 민정수석으로 있던 조국 지명자가 현 정부 입맛에 맞지 않는 검사를 솎아내고, 윤 총장이 자기 사람을 요직에 들인 합작품이라는 해석이 오히려 타당하다. 윤 총장이 총장직을 걸고 저항했다면 이뤄지지 못했을 인사다. 둘째, 윤 총장은 일반 검사 배치 과정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 재판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을 취했다. 새로 구성된 특별공판팀에 배치된 검사만 19명에 달한다. 목적은 문재인 정부가 적폐로 규정한 판사들에 대한 유죄 입증으로 과거 사법부 권력의 완전 해체다. 역시 전례가 없던 일이다. 셋째, 검찰 역할과 기능 변화 역시 윤 총장의 본의가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윤 총장은 취임사에서 “법집행기관(검찰)은 헌법체제의 수호를 적대세력에 대한 방어라는 관점에서 주로 보아왔다. 이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본질을 지키는 데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의 취임사는 인사에서 검찰의 공안(公安), 사회안정 기능의 폐기로 나타났다. 체제 파괴 세력을 척결하는 검찰 역할의 포기인 셈이다.

조국 지명자는 원래 그렇다 치고 윤 총장의 행보는 특정집단, 더불어민주당과 친문(문재인) 세력의 가치와 이익을 대변하고 있지 않은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미국 양당의 존경을 받고 있는 ‘1호 검사’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은 올 초 인준 청문회에서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나 하원의장, 공화당이나 민주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도덕규범에 의거해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말이다. 휘하의 모든 검사에게 전하는 지침이기도 하다. 결국, 검사는 목적을 위해 수단을 이용하지 말아야 하고, 특정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스스로 옳다고 여기는 판단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헌법과 국가는 그런 검사를 통해 지켜지고 유지된다.

대안 부재의 시대, 그래도 윤 총장에게 지워져 있는 희망을 팽개칠 수는 없다. 윤 총장은 자신이 칸트적 인간인지, 비칸트적 인간인지 아니면 그 중간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스스로 입증할 것이다. 다만, 칸트가 ‘실용적 관점에서의 인류학’에서 말한 “법과 자유는 있어도 권력이 없으면 무정부 상태가 되고, 법과 권력은 있어도 자유가 없으면 전제정치가 된다. 그리고 권력만 있고 자유와 법이 없으면 야만이 된다”는 대목을 기억했으면 한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실제론 권력에 아첨한다면, 그것은 검사의 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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