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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 게재 일자 : 2019년 08월 13일(火)
로맨스와 폭력사이… 교차편집이 살린 섹슈얼누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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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킬러 인사이드 미

누아르 장르는 지난 1940년대와 1950년대에 황금기를 누렸다. 레이먼드 챈들러나 제임스 M 케인 등이 쓴 하드 보일드 소설들을 영화화한 이 누아르 장르가 대중의 인기를 모았던 이유는 섹스와 폭력이다. 팜 파탈과 남자 주인공 사이에서 생겨나는 끈적한 로맨스와 악한들의 폭력묘사는 현재의 영화들만큼 수위가 높지는 않더라도 다른 장르에선 맛볼 수 없는 누아르만의 고유한 매력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프리츠 랑 감독의 1953년 작 ‘빅 히트’에서 악당 빈스(리 마빈)가 자신의 연인 데비(글로리아 그레이엄)에게 커피포트에서 끓고 있는 커피를 얼굴에 끼얹는 장면은 누아르 역사상, 혹은 1950년대까지 제작된 모든 미국영화 중 가장 폭력적인(아마도 여성에게 가해진 폭력이라서 더 그렇게 여겨지는 듯하다) 장면으로 꼽을 수 있다.

마이클 윈터보텀 감독의 2010년 작 ‘킬러 인사이드 미’(사진)는 황금기 누아르 영화의 장르적 요소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훨씬 더 강렬한 섹스 묘사와 폭력 수위를 보이는 작품이다. 배경은 1952년, 텍사스 서부에 있는 작은 마을. 젊은 보안관 루(케이시 애플렉)는 서장으로부터 마을의 대부호인 컨웨이의 아들 엘머와 바람을 피우고 있는 창녀 조이스(제시카 앨바)에게 경고를 주라는 요청을 받는다. 이 요청은 아들이 창녀와 놀아나고 있는 것이 편할 리 없는 컨웨이의 명령에 따른 것이다. 조이스의 집으로 출동한 루는 현관에서 초인종을 누른다. 자다가 일어난 듯 가운 차림이지만 작은 시골과 어울리지 않는 조이스의 미모에 루는 당황한다. 정신을 차리고 마을을 떠나라는 말을 전한 루를 조이스는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한다. 한참을 맞고 있던 루는 조이스를 침대에 집어던지고 옷을 벗기고는 허리띠를 풀어 매질을 한다. 엉덩이에 허리띠 자국이 선명하게 생길 정도로 맞으면서도 조이스는 비명이 아닌 신음을 낸다. 이들은 그렇게 가학적인 프롤로그의 섹스로 첫 만남을 시작한다. 루는 약혼녀 에이미(케이트 허드슨)에게 거짓말을 하고 몇 주 동안 조이스의 집을 찾는다. 이들의 사랑이 깊어지면서 조이스는 루에게 엘머의 아버지로부터 엘머가 1만 달러를 받아내게끔 유혹한 다음 그 돈으로 함께 도주하자는 제안을 한다. 그러나 정작 엘머가 돈을 가지고 조이스 집에 당도할 즈음 루는 조이스를 숨이 멎을 때까지 때리고 후에 도착한 엘머에게 총을 쏜다. 결국 맞아 죽은 조이스와 총을 맞은 엘머는 서로 싸우다 죽인 것으로 완전범죄가 성립된다. 루는 오래전 자신의 형을 죽인 컨웨이에 대한 복수를 조이스의 죽음을 빌려 행한 것이다.

이 영화는 누아르 영화의 관습을 따르며 주인공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지만 머지않아 멀끔하고 하얀 얼굴의 주인공 루가 여자를 때려죽이는 사이코패스로 변신함으로써 공식을 전복한다. 영화 중반부에서 루는 또 한 번의 살인을 저지른다. 그는 자신의 범죄를 목격하고 협박했던 부랑자를 죽이기 위해 에이미를 살해한다. 에이미 역시 그의 손에 처참히 맞아 죽는다. 이는 조이스 사건과 마찬가지로 부랑자에게 살인을 덮어씌우고 죽이려는 그의 완전범죄 계획에 따른 것이다. 대부분의 필름 누아르 작품이 그렇듯 이 영화 역시 궁극적으로 악행이 밝혀지고 악한의 죽음으로 나름의 해피 엔딩처럼 끝나지만 정말 보기 힘든 영화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조이스의 얼굴 가격 장면과 에이미의 배를 발로 차서 죽이는 장면은 자리를 지키기 힘들 정도로 길고 디테일하다. 폭력 신만큼이나 디테일하고 장대한 장면은 주인공이 두 여성 캐릭터들과 벌이는 정사신이다. 정사 장면과 관련해서는 루의 성기가 미디엄 클로즈 업으로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김효정 영화평론가
궁극적으로 영화의 윤리성, 혹은 창작자의 진의에 대한 재고가 필요할 정도의 폭력묘사에 망설여지면서도 이 영화의 스토리텔링에 대해서는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다. 영화 안에서 과도할 정도로 많은 사건이 일어나지만 플래시백과 교차편집의 적절한 사용으로 한 치의 빈틈도 남겨놓지 않은 채 아귀를 맞춘다. 명백한 단점과 명백한 장점이 혼재하는 문제적 누아르임은 틀림이 없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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