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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하재근의 TV세상 게재 일자 : 2019년 08월 13일(火)
로맨스로 바뀐 ‘현대판 전설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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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 델루나

케이블채널 tvN 주말극 ‘호텔 델루나’를 보면 비슷한 분위기의 드라마를 과거에 본 듯한 느낌이 든다. tvN ‘화유기’나 SBS ‘주군의 태양’이 떠오르는 것이다. 이 세 작품 모두 홍자매(홍정은, 홍미란) 작가가 썼다는 걸 알고 나면 비슷한 분위기의 이유가 납득이 된다.

홍자매는 ‘환상의 커플’ ‘최고의 사랑’ 같은 초대형 히트작을 비롯해 ‘쾌걸춘향’ ‘마이걸’ ‘쾌도 홍길동’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등 많은 성공작을 쓴 스타 작가다. ‘미남이시네요’로 일본에서 장근석 열풍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2013년엔 ‘주군의 태양’으로 호평과 시청률을 동시에 잡았다.

‘주군의 태양’은 귀신을 보는 여주인공과 그녀를 지켜주는 재벌이 사랑에 빠지는 로맨스 드라마였다. 그런데 귀신이 나오는 장면이 로맨스 드라마답지 않게 무섭게 그려져 호러와 로맨스의 창조적 결합으로 호평받았다. 특히 여름 납량물로 흔히 방송되던 공포 드라마가 사라진 시점이어서 귀신의 귀환을 사람들이 크게 환영했다. 돌아온 귀신은 과거처럼 소복 입고 하얗게 분칠한 정형화된 형상이 아니라, 컴퓨터그래픽의 힘으로 마치 할리우드 캐릭터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구현됐다.

이때의 호응에 홍자매 작가가 고무됐던 것일까? 2017년 겨울엔 귀신 보는 여주인공 삼장과 그녀를 지켜주는 손오공의 이야기를 담은 ‘화유기’를 발표했다. 이 작품은 이승기의 복귀작으로 큰 기대를 모았지만 열악한 제작조건으로 인한 방송사고로 얼룩지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홍자매는 이에 굴하지 않고 올여름에 다시 귀신 드라마 ‘호텔 델루나’를 내놨다.

‘주군의 태양’과 ‘화유기’에선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을 지켜줬다. ‘주군의 태양’에선 전형적인 로맨스 드라마처럼 가난한 여주인공과 재벌 남주인공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 작품들과의 차별성을 염두에 둔 것일까? 아니면 최근 여성주의 열풍에 부응한 것일까? ‘호텔 델루나’에선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을 지켜준다. 돈과 능력 모두 여주인공이 많다. 전형적인 로맨스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남의 집에 얹혀사는 처지인 경우가 많은데, ‘호텔 델루나’에선 남주인공이 남의 집에 얹혀산다.

하지만 귀신의 스토리가 부각된다는 점에서 세 작품이 일맥상통한다. 일반적인 공포물처럼 무섭고 악한 귀신을 퇴치하기만 하는 구도가 아니라, 귀신이 왜 한을 품게 됐는지가 설명되고 그 귀신의 마음을 풀어줘 천도시키는 과정이 공통적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호텔 델루나’의 귀신 사연을 듣다 보면 ‘주군의 태양’과 같은 과거 작품이 떠오르는 것이다.

홍자매의 재도전은 성공적이다. 수백 억 대작 ‘아스달 연대기’ 후속으로 편성돼 우려됐지만 ‘아스달 연대기’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주군의 태양’의 성공이 이어지는 것이다. 홍자매는 ‘주군의 태양’ 당시부터 비슷한 콘셉트의 시즌제를 염두에 뒀고, ‘호텔 델루나’ 기획안도 그때 나왔다고 한다.

이것은 마치 현대판 ‘전설의 고향’ 같은 느낌이다. ‘전설의 고향’에도 귀신의 사연과 인간을 향한 연민 등이 등장했었는데 ‘호텔 델루나’도 그렇다. ‘전설의 고향’에서 공포 분위기를 덜어내고 로맨스를 강화해, 말하자면 ‘호로맨스’ 장르를 열었다. 시청자의 호응이 크면 앞으로도 여름에 홍자매의 귀신 이야기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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