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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게재 일자 : 2019년 08월 14일(水)
“새우 못먹는데 3일연속 해산물 회식”… 직장내 괴롭힘 하루 1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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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롭힘 금지법’ 시행 한달… 300여건 접수

“괴롭힘 당한적 있다”45%
“업무 무관 잡무강요”35%
직장인 5명중 4명 “법 알아”
절반이 “정착은 어려울 것”

5인미만 사업장 적용안되고
특정기업 공격 악용 한계로

“법적으로 처벌하기보다는
기업문화 바꾸는게 바람직”


# 직장인 A 씨는 새우와 같은 갑각류를 먹으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알레르기가 있다. 그는 얼마 전 회식에서 이 같은 사실을 알리게 된 뒤 당황스러운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 거래처와 점심을 먹는 3일 연속으로 식사자리가 해산물 집으로 잡힌 것이다. 식사를 못 하도록 하는 교묘한 괴롭힘이 아닐까 의심이 됐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어 속앓이를 했다. 그는 “고용노동부에 신고나 상담을 받아볼까 생각했지만, 괜히 이 사실이 알려지면 안 좋은 일을 당할까 봐 꾹 참았다”고 말했다.

# 간호사 B 씨는 근무 중 상급자에게 폭언을 들었다. 큰 모멸감에 밤잠을 설치고 한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마음에 상처를 입었지만 대응할 방안은 마땅치 않았다. 상급자가 욕설을 했다는 어떤 증거도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B 씨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언급하며 “아무리 법이 있어도 신고를 하기 위한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워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규정하고 이를 금지하도록 한 개정 근로기준법(이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지난달 16일 시행된 지 한 달을 맞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직장인이 관련 개정안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지 못하거나, 적절한 대처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경우도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워 실효성에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접수된 진정은 총 308건이다. 하루에 약 13개꼴로 신고가 들어온 셈이다. 시행 한 달을 맞는 16일이면 신고 건수가 400건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 66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5명 중 4명(78.0%)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 대해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노무법인이나 변호사 사무실에도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문의가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 서초구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C 씨는 “최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 물어오는 경우가 이틀에 1건 정도 들어온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노무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D 씨의 경우 하루에 1∼2건, 많으면 3건 정도 관련 문의를 접수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의뢰인들이 관련 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증거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높은 관심에 비해 변화를 체감하는 직장인은 많지 않다. 잡코리아의 설문조사에서 절반에 가까운 45.8%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답했지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직장 생활에서 달라진 게 있느냐’는 질문에는 75.2%가 ‘없다’고 답했다. 또 안정적인 정착 여부에 대해서는 절반 정도인 49.7%가 ‘많은 관심을 받겠지만 정착은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답변을 내놨다. ‘일시적인 이슈로 끝날 것’이라는 답도 30.0%에 달했다. 많은 관심을 받고 현장에도 잘 정착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답변은 20.3%에 그쳤다.

현장에서 회의적 반응이 지배적인 이유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사각지대가 많고, 기준도 모호하기 때문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둔 사용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 반영 등)과 조치의무(신고자 및 피해근로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 금지 등)를 부여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이른바 ‘갑질’은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또 원청과 하청 업체 직원 간의 괴롭힘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동일한 사업장 내 근로계약 관계일 경우 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노동계에서는 해당 법이 가해 당사자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괴롭힘 피해를 접수한 뒤 제대로 조처하지 않은 회사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이라, 더욱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반면 기업에서도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건전한 직장 문화를 세운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특정 기업에 대한 ‘이슈몰이’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서울 소재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요즘 기업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급작스러운 여론 악화”라며 “직장 내 괴롭힘이 모호하기 때문에, 만약 특정 기업을 공격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퍼뜨려 여론을 형성할 경우 기업 경영에 큰 해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을 민사적으로 처벌하는 등 직접적인 법적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기업 문화를 변화시키는 계기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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