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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편식주의자의 미식여행 게재 일자 : 2019년 08월 14일(水)
정조때 시작된 왕갈비·사도세자의 제호茶… ‘역사의 맛’ 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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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 왕갈비 대표 식당 가보정의 갈비정식.

수원 화성과 융릉·건릉 인근 음식탐험

성곽 건조때 수원에 소 많이 보내
우시장 발달하며 왕갈비도 유명세

사도세자가 뒤주에서 죽어갈 무렵
부인이 사람들 시켜 뿌린 제호차

영화 ‘극한직업’으로 유명세 치른
왕갈비 통닭은 안팔다 다시 판매

지동시장엔 순대·어묵·떡집 즐비
계절 나물 ‘한국인의 밥상’ 일품


‘2019 수원 문화재 야행’이 지난 주말 동안 수원시 화성행궁 일대에서 개최됐다. 더불어 정조가 혜경궁 홍씨의 진찬연을 위해 수원화성과 현륭원(지금의 융릉)에 다녀와서 만든 8일간의 행차보고서인 ‘원행을묘정리의궤’를 토대로 이야기를 엮은 ‘정조 화성행차 그 8일’이라는 책을 최근에 읽게 됐는데, 진찬연 준비와 관련된 궁중음식 및 연회를 준비하기 위한 다방면의 궁중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수원화성과 관련된 역사적 이야기의 중심지 수원화성과 융릉·건릉을 다녀와 맛본 음식의 기록을 전한다.

▲  가보정 생갈비와 양념갈비.
대부분 사람들은 수원 하면 왕갈비를 떠올릴 것이다. ‘왜 수원은 왕갈비가 유명할까’라는 궁금증이 있었으나 수원화성 문화해설사의 설명으로 단번에 해결됐다. 정조는 화성행궁 건축을 계획한 후 성곽 건조를 위해 많은 소를 수원으로 보냈다. 그 집결지가 지금의 우만동이라고 한다. 성곽 내 농경을 위해 경작할 소를 몇 집에 하나씩 빌려줬고, 농민들은 나중에 송아지를 돌려줌으로써 빌린 소값을 갚았다. 그래서 수원엔 소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조선 후기에는 이곳에 우시장도 발달했었다.

수원에서 생산됐던 대가 크고 굵은 갈비는 ‘왕갈비’로 불리며 프리미엄 이미지가 굳어졌다. 그리고 수원 갈비는 간장양념 없이 생갈비로 즐기기로 유명하다. 기름을 걷어내고 고기를 얇게 저며 칼집을 낸 후 소금과 후추, 손으로 다진 마늘로 양념하고 참기름으로 마무리해 숙성시키면 부드러운 육질의 생갈비가 완성된다. 물론 숯불로 구워야 제맛이다.

수원에 왕갈비를 파는 곳은 100여 곳으로 많지만, 최대 규모의 대표식당으로 알려진 ‘가보정’을 방문했다. 평일 점심때 구운 갈비와 다양한 찬, 그리고 찌개와 밥을 포함해 2만 원 후반에 판매하고 있다. 보통 갈빗집에서 국내산 한우를 1인분(250g) 5만∼6만 원대 가격으로 팔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평일 점심때 이곳에 유독 사람이 모이는 이유는 자명하다. 갈비 맛도 맛이지만 갈비를 떼 놓고 보더라도 이 집의 찬은 고급 한정식집과 맞먹을 정도로 구성이 좋다. 좀 더 갈비에만 치중해서 즐기고 싶다면 정식 메뉴 말고 일반 갈비 메뉴를 즐기는 것이 좋겠다. 아쉽지만 갈비 정식은 주말에는 판매하지 않고, 공휴일이 아닌 주중 점심때만 판매한다.

▲  전통차 카페 단오의 제호차.
화성행궁을 구경한 후 인근에 있는 공방거리를 거닐다 보니 Y자로 갈라지는 길에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촬영지였던 한옥이 있다. 이 집 인근에 있는 ‘단오’라는 전통차 카페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사도세자와 관련 있는 ‘제호차’를 마실 수 있다. 제호차는 매실을 훈연해 만든 까만 매실 ‘오매’를 사용해 오랫동안 달여낸 차다. 여름 보양 특화 차이자 열을 내리게 하는 진정작용이 있는 차로 알려졌으며, 문헌과 실록에서는 과거 궁궐에서 70세 이상 고령 신하들에게 단옷날 왕이 내리는 차였다고 한다. 또한, 사도세자가 뒤주에서 죽어갈 무렵, 사도세자의 부인 혜경궁 홍씨가 사람들을 시켜 뒤주 위로 쏟아부어 준 것이 그냥 물이 아니라 그가 자주 마셨던 제호차였다.

연극배우 출신인 표수훈 단오 대표는 수원화성과 관련된 작품을 제작할 2013년 즈음 제호차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고 한다. “사도세자는 우리가 잘 알듯 스트레스로 인한 울화와 가려움증도 있었다고 해요. 사도세자와 제호차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를 알게 됐는데 동의보감과 한중록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매실의 성질은 따뜻하지만 제호차는 차게 마신다. 문헌에는 정확한 공식도 레시피도 없어, 약 3년 동안 최고의 조력자 장모님과 함께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지금의 제호차 맛을 얻어냈다고 한다.

매실 씨와 껍질을 발라낸 후 젖은 한지에 적당히 구멍을 내고 짚불로 훈연한다. 그리고 12시간 이상 끓인다. 표 대표가 성공담을 설명해줬다. “매실이 수분이 많은 과실이다 보니 전부 물컹해져 훈연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엄청난 실패의 연속이었지만 두서너 번으로 나눠 3주 간격으로 훈연과 건조를 반복하다 보니 표피가 단단해져 맛도 좋고 수분도 적절히 없어져 견고한 맛을 내게 됐습니다.”

인근 화성행궁에서 해설사로부터 사도세자의 죽음에서부터 혜경궁 홍씨와 아들 정조에까지 이르는 화성행궁과 관련된 구슬픈 역사의 한 자락을 들은 이후였다. 시원한 제호차를 마시며 표 대표로부터 사도세자와 제호차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수원화성과 행궁에 관련된 음식과 역사 이야기가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연결될 수 있다는 것에 감동이 밀려왔다. 제호차는 오랫동안 나에게 수원을 기억하게 하는 대표 음식이 될 것 같다.

통닭거리에는 최소 30여 곳의 통닭집이 촘촘하게 위치하고 있다. 요즘은 토막내 튀겨내는 프라이드 치킨 형식이 대세지만 이곳에서 50여 년 동안 펄펄 끓는 가마솥에 통째로 닭을 튀겨온 ‘매향통닭’이라는 곳이 있다. 겉은 바삭하고 속살은 김이 모락모락 뜨겁지만 부드럽고 쫄깃한 육질의 통닭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 추천한다.

지난겨울 영화 ‘극한직업’을 통해 올해 최고의 통닭 메뉴가 된 ‘수원왕갈비통닭’은 사실 수원 ‘남문통닭’에서 2년 전 출시했던 메뉴다. 하지만 판매가 부진해 중단된 이후 영화가 뜨면서 다시 팔기 시작한 메뉴다. 영화 촬영지가 아니면서 영화 때문에 부활한 흥미로운 성공사례다. 영화는 인천 배다리란 곳에서 촬영됐는데 말이다.

통닭거리, 팔달문과 연계된 ‘지동시장’은 수원화성의 남문인 팔달문과 연결됐던 성곽과 어우러지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시장 입구에 집중된 먹거리 가게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은 ‘순대’다. 과일 가게가 모여 있는 상가 1층에는 순대 가게만 입점해 있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면 상인들의 호객을 위한 외침이 시작된다. 어디가 맛있는 곳인지 알기 힘들고 어디든 빨리 선택해서 자리에 앉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시장 방문의 재미는 이런 것 아닐까. 삶의 에너지, 열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지동시장에는 순대 외에도 어묵, 떡, 만두, 호떡 등 다양한 시장 음식들이 즐비하게 손님들을 기다린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지동시장의 장소는 옛날식으로 ‘펑’ 소리를 내며 쌀이며 잡곡을 튀겨내는 ‘남문뻥튀기’다. 이곳에서는 쌀강정, 보리강정, 찰강냉이, 쌀튀기 등을 크기별로 판매하고 있다. 튀겨내는 기계도 다양해서 보는 재미도 있고, 잡곡을 튀기러 오는 사람들과 사러 오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해 순서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겹지 않았다.

융릉·건릉은 사도세자·정조의 능이다. 많은 이가 수원 하면 수원화성 정도만 알고 있지만, 융릉·건릉도 함께 둘러본다면 정조의 효심의 완결편을 보는 것과 같다.

▲  농가밥상이 연상되는 한국인의 밥상 상차림.

이곳 주변에도 많은 식당이 있지만 그중 한국인의 대표 상차림을 구현한 식당 ‘한국인의 밥상’을 방문했다. 구이와 탕은 없지만 생선조림과 두부조림, 그리고 다양한 계절 나물을 기반으로 한 찬과 된장찌개로 구성돼 있다. 총 16∼17개 찬이 준비되는데, 집에서 즐기는 평범한 밥상에 찬 가짓수가 많다고 생각하면 된다. 찬 한가운데 디저트가 될 만한 백설기가 함께 나오는데, 농가 밥상을 연상케 하는 상차림이다. 집밥과 같은 풍성한 반찬을 즐길 양이면 이곳 밥상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겠다. 식당 내부에 다양한 한국 전통 농기구가 전시돼 있고 크기도 넓어 쾌적하게 식사할 수 있는 가족 친화적인 식당이다.

수원에서 좀 떨어진 화성시에 있으나 병점역이 마을버스로 몇 정거장 거리로 가깝고 주차장도 넓어 수원을 향할 때나 수원에서 빠져나올 때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강태안 미식여행가

화성어차 타고 곳곳 둘러보며 ‘입맛’ 따라 맛집 순례

갈비 정식으로 유명한 ‘가보정’(1600-3883)은 경기 수원시 팔달구 장다리로 281∼283에 있다. 근로자의 날 및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점심때만 갈비 정식을 즐길 수 있다. 미국산 생갈비 정식 2만9000원, 한우 양념갈비 정식 및 미국산 양념갈비 정식 모두 2만7000원. 단체는 반드시 예약해야 하며, 적은 인원은 2관 1층으로 가면 예약 없이 식사가 가능하다.

‘제호차’로 유명한 전통차 카페 ‘단오’(031-244-9615)는 팔달구 행궁로 28에 있다. 제호차 6000원, 대추차 6000원. 가마솥 통닭으로 유명한 ‘매향통닭’(031-255-3584)은 팔달구 수원천로 317에 있다. 대표메뉴 가마솥 통닭 1만6000원. 수원왕갈비통닭으로 유명한 ‘남문통닭’(1522-8818)은 팔달구 정조로800번길 16에 있다. 대표메뉴 수원왕갈비통닭 2만 원. 하루 100마리만 튀긴다.

지동시장(031-256-0202)은 팔달구 팔달문로 19에 있다. 다양한 시장 음식과 모든 식자재를 살 수 있다. 순대타운은 지동시장 1층에 있다.

융릉·건릉 인근의 ‘한국인의 밥상’(031-222-3700)은 화성시 효행로482번길 26에 있다. 기본 찬과 함께하는 ‘한국인의 밥상’ 정식 1만 원. 추가메뉴로 간장게장 1만5000원, 돼지 장작구이(200g) 1만 원, 소 장작구이(200g) 1만5000원. 본문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화성행궁 인근의 전통 한정식 ‘궁전’(031-257-0556)은 팔달구 수원천로 316-12에 있으며 1인 2만 원에 뛰어난 남도 한정식을 선보인다.

화성어차 연무대매표소(031-228-4686)는 팔달구 창룡대로 105에 있다. 오전 10시부터 30분마다 출발해 수원화성을 돌아보기에 좋다. 방화수류정, 화서문, 화성행궁, 지동시장, 통닭거리, 수원화성문화원 및 박물관 등 중요한 곳마다 정차하며 설명해주기 때문에 어차를 타고 수원화성을 일주한 이후 여행할 방향을 잡는 것이 좋다. 주말에는 반드시 인터넷을 통해 예약해야 한다.

수원전통문화관 전통식생활체험관(031-247-3764)은 팔달구 정조로 893에 있다.

전시관에서 진찬연과 관련된 전시모형을 관람(월요일 제외)할 수 있으며 주말(금·토·일요일)에는 꽃설기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 체험비 인당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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