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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 게재 일자 : 2019년 08월 14일(水)
검색어, 그만 좀 따라잡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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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30대 직장인 A 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 지하철을 탔습니다. 습관처럼 휴대전화를 꺼내 초록색 포털사이트를 열었죠. 검색어 순위 1위에 ‘솜혜인’이란 낯선 단어가 눈에 들어옵니다. 케이블채널 Mnet ‘아이돌학교’에 출연한 적이 있는 연예인 지망생인 솜혜인이 SNS를 통해 커밍아웃(자신의 성 정체성을 스스로 밝히는 행위)을 했다는 소식이었죠. A 씨는 필자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대중이 이런 것까지 모두 알아야 하나요?”

A 씨는 제 지인입니다. 그는 흔히 말하는 ‘TMI’(Too Much Information·몰라도 되는 지나치게 많은 정보)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죠. 오전 8시부터 불과 두 시간 동안 솜혜인과 관련된 기사는 150여 개 쏟아졌습니다. 이 중 솜혜인과 직접 인터뷰를 하거나 깊이 있는 분석을 담은 기사는 몇 개 없었죠. 대다수는 그의 SNS 내용을 토대로 ‘솜혜인이 커밍아웃을 했다’는 게 전부였습니다.

대한민국의 사회적 분위기상 동성애를 고백한다는 것은 분명 이례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솜혜인은 유명인도, 대중적 영향력이 큰 인물도 아닙니다. SNS라는 공간에 개인적 이야기를 한 것뿐인 솜혜인 역시 “사람들한테 눈에 띄고자 커밍아웃을 한 게 아니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죠.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이는 ‘검색어가 운을 떼고, 언론사가 시를 읊었다’ 정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검색어 1위’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대중이 가장 관심을 갖는 키워드라는 의미로 읽히죠. 그러니 조회수와 페이지뷰 상승에 목마른 적잖은 인터넷 기반 언론사들은 최소한의 취재 절차도 갖추지 않고, 현장에 가지도 않은 채 복사하듯 관련 키워드가 담긴 기사를 양산합니다. 일명 ‘검색어 따라잡기’입니다.

엄밀히 말해 ‘검색어 1위=화제성 1위’도 아닙니다. 검색어 순위는 ‘검색량’이 아니라 ‘검색 상승률’ 기준으로 매기죠. 평소 이름이 자주 검색되는 유명 연예인은 웬만큼 검색량이 늘어도 높은 순위에 들지 못합니다. 반면 ‘솜혜인’처럼 평소 검색량이 낮은 키워드는 순간적으로 검색량이 늘면 상승률이 커져 검색어 순위도 올라가는 거죠. 지난해 초 암호화폐 규제에 반대하는 차원으로 투자자들이 ‘총선 때 보자’는 문구를 동시 다발적으로 검색해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만든 것이 그 예입니다.

요즘 포털사이트는 대중이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라 불립니다. 그 속의 검색어는 무수히 지나쳐가는 세상만사 중 하나일 뿐인데, 마치 우선순위를 가진 것처럼 읽히죠. 그리고 여러 언론사가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합니다. 세계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검색 엔진인 구글, 왜 이곳에는 대중을 꾀기 쉬운 도구인 검색어 기능이 없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입니다.

realyong@
e-mail 안진용 기자 / 문화부  안진용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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