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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19년 08월 16일(金)
386세대가 구축한 위계구조, 최대 희생자는 자식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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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평등의 세대 / 이철승 지음 / 문학과지성사

나이 기반한 ‘연공’ 구조에
차별적 보상체계 결합시켜
‘한국형 위계구조’ 상층 장악
불평등 생산자이자 수혜자

정치·시장권력 등 독점 탓
청년·여성, 상승통로 막혀
“386들이 정상에 오른 지금
무엇을 물려줄지 대답해야”


2004년 총선에서 40대가 된 ‘386 세대’는 526명의 입후보자를 내 전체 후보의 40%에 근접했고, 2016년에는 역대 최대인 48%를 점하면서 정치권력을 장악했다. 2017년 국내 100대 기업 이사진에서 386 세대의 점유율은 70%를 넘어섰다. 이전 세대에서 50대의 이사진 점유율 60%라는 황금률이 깨졌다. 시민사회 조직과 대기업 노조 간부 점유율, 상층 노동시장 점유율, 최장의 근속연수, 최고 수준의 임금과 소득점유율, 꺾일 줄 모르는 최고의 소득상승률, 세대 간 최고의 소득 격차 등 386 세대가 다른 세대를 압도하는 타이틀은 여럿이다.

20년 동안 미국에서 연구하며 시카고대 종신교수를 지내다가 2017년 돌아온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3월 ‘한국사회학’ 봄호에 실은 논문 ‘세대, 계급, 위계: 386 세대의 집권과 불평등의 확대’에서 이처럼 386 세대가 정치권력과 시장권력을 모두 장악했으며 그것이 장기화할 것이라 전망해 다양한 논쟁을 불러냈다. 이번에 그러한 논의를 단행본으로 심화·확장하는 ‘불평등 세대-누가 한국 사회를 불평등하게 만들었는가’를 펴냈다.

저자가 말하고 있듯이, 지금까지 다양하게 나온 세대론은 대개 ‘담론’과 ‘문화’의 형태로 소비돼 왔다. 또 불평등의 문제는 그동안 계급이나 신자유주의 혹은 재벌을 토대로 설명하고 해결을 모색해왔다. 저자는 이런 담론들과 단절하고 “세대론을 ‘물질화’시켜 경제적 자원배분의 중심축으로” 삼는다. 이는 세계가 주목하는 ‘민주화’와 ‘세계화’를 성취한 한국이 더 많은 소통, 더 많은 자유, 더 공정하고 평등한 분배구조를 가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어떻게 더욱 격화된 입시와 취업 경쟁, 더 심화되고 고착화된 경제적 불평등으로 고통받게 됐는가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서다. 저자는 “세대라는 축을 통해 오늘날 한국인들이 직면한 불평등 구조의 핵심을 포착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세대론이 문화로 소비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코호트라 해도 내부의 다양한 편차 속에서 단일성을 갖는 경제·사회적 집단으로 ‘물질화’하는 건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세대별로 다른 수준의 응집성을 갖는 ‘세대 엘리트 집단’이 출현”하며, “이런 세대 간 다른 정체성과 다른 수준의 응집성을 가진 세대집단들(세대 네트워크)이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반박한다.

책에 따르면, 386 세대의 리더들은 ‘이념’을 통해 산업화 세대가 스스로를 파편화한 학연·지연·혈연의 네트워크를 가로지르는 연대의 원리를 터득했다. 다른 세대의 정체성이 사회적 변동 과정을 겪으며 수동적으로 만들어졌다면, 386 세대는 자생적이고 자발적인 민주화운동을 통해 사회 변동을 이끌어낸, 능동적 정체성을 가졌다. 저자는 “이들은 이러한 이념·조직·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시민사회를 형성한 후 국가에 대한 점유작전에 집합적으로 돌입”했으며, 정치·시장권력을 장악하며 불평등 구조를 심화시켰다고 주장한다.

386 세대가 불평등의 치유자가 아닌 불평등의 생산자이자 수혜자로 등극하는 과정에서 저자가 ‘네트워크 위계’라 부르는, 386 세대가 구축한 ‘한국형 위계 구조’의 진화가 힘을 발휘했다. 이는 이들이 몰아낸 산업화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한반도 남부에서 대거 도시로 이주한 1930∼1940년대생들의 다수, 그리고 1950년대생들의 상당수는 ‘도시에 정주하는 농민’으로, 동아시아 벼농사 체제에서 유래한 한국형 위계 구조를 도시의 공장에, 사무실에 옮겨 심었다. 대표적인 것이 나이에 기반한 조직 내부와 외부의 ‘연공 구조’다. 386 세대의 리더들은 이러한 위계 구조를 세계화와 더불어 경쟁이 격화된 시장에서 한국의 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업그레이드했다. 연공 구조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별하는 차별적 보상 체계를 결합시켜 기업의 생산조직이 경기 사이클에 더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위계’가 연공에 기반한 수직적 명령과 복종, 보상체계를 규정하는 기제라면, ‘네트워크’는 조직 상층 지도부가 조직 내부와 외부에 수평적으로 구축한 사회 연결망이다. 구체적으로 기업, 정당, 시민사회 조직 간에 공식·비공식적으로 정보와 자원을 동원하고 협의와 거래를 성사시키는 연대 체계다.

문제는 386의 네트워크가 한국형 위계 구조와 결합한 ‘네트워크 위계’가 산업화 세대에서 유지된 유교적 연공 법칙을 통한 ‘세대교체’의 룰이 통하지 않게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속하지 못한 동세대 하층 및 다른 세대들과의 격차가 커지면서 세대 내 그리고 세대 간 불평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또 386의 ‘네트워크 위계’는 조직 내부 혹은 조직 간의 ‘지대 추구 행위’(Rent Seeking)의 가능성을 높인다. “새로운 부의 창출 없이 점유와 네트워킹을 통해 기존의 부를 유지”하는 ‘지대추구’를 통해 국가 자원 흐름을 왜곡하고 국민경제를 후퇴시킨다. 386 세대의 독점은 형평성의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 전체의 비효율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386 세대가 상층을 장악한 한국형 위계구조의 최대 희생자는 말할 것도 없이 1990년대 이후 태어난 동시대 청년과 여성이며 한국사회의 가장 큰 현안 중 하나인 출산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386 세대의 자식들은 상층 노동시장 20%, 그중 최상층 10% 정규직 일자리에 진입하기 위해 오늘도 학원에서, 고시원과 도서관에서 목숨을 건 진입 투쟁을 벌인다. 386의 네트워크 위계는 앞으로도 10∼20년을 지탱할 것이다. 그들의 자식 세대에게 미래는 있는가. 무엇보다 저자는 “386 세대는 정상에 오른 바로 지금, 후세들에게 무엇을 물려줄지에 대해 대답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한다. 361쪽, 1만70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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