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反中 - 親中’ 맞붙은 美·中 대리전… 홍콩시위·단일화 ‘돌발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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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앞 다가온 ‘대만 총통선거’

트럼프의 美, 親대만 행보 강화
국민당 후보 당선 절실한 中은
대만 여행 규제 등 지원사격도

홍콩시위 여파 與지지율 회복
궈·커 연대하면 파괴력 커져
양대 정당 후보에 지지율 앞서

2020년 1월 11일 치러지는 제15대 대만 총통 선거가 5개월여 남은 가운데 홍콩의 반중국 시위 사태와 중국의 대만 관광 규제, 후보 간 합종연횡 등 다양한 변수가 얽히면서 선거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이번 선거는 대만 독립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과 친중국 성향의 야당인 중국국민당(국민당) 후보인 한궈위(韓國瑜) 가오슝(高雄) 시장 간 양자 대결이 기본 구도다. 반중(反中)이냐 친중(親中)이냐인 셈이다.

이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과 대만은 밀착관계를 보이는 반면, 미·중 관계와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 이번 선거는 미국과 중국이 각각 지원하는 차이 총통과 한 후보 간 미·중 대리전 양상마저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제3의 후보 커원저(柯文哲) 타이베이(臺北) 시장과 국민당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궈타이밍(郭台銘) 전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회장 간에 후보 연대설이 제기되면서 성사될 경우 만만치 않은 득표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선거전으로 흐르고 있다.

16일 대만 언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이번 대만 총통 선거는 1996년 총통 직선제 도입 이후 사상 처음으로 미국과 중국이 정면으로 대결하는 대리전장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이전까지 전임 미 행정부는 양안 안정을 최우선으로 여겼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2년 총통 선거 때 미·중 관계 손상을 우려해 당시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총통에 대항해 독립 성향을 강하게 드러낸 차이 후보에 부정적이었다. 이는 차이 후보의 패배로 이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12월 당선 뒤 1개월도 지나지 않아 차이 총통과 전화 통화를 한 뒤 줄곧 친대만 행보를 보여왔다. 두 사람 전화 통화는 미국과 대만 간 공식 외교관계 단절 이후 40년간 금기 사항을 깬 사건이었다. 이후 대만과 미국 간 고위급 교류를 가능하게 한 대만여행법 통과, 최근 22억 달러(약 2조6000억 원)에 달하는 미국 무기의 대만 판매 허용 등 미국과 대만은 최상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전략이 이전의 ‘개입(engagement)’에서 ‘봉쇄(containment)’ 정책으로 전환된 사실과 관련이 깊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국 봉쇄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우방 중 하나로 대만을 설정하면서 전략적 가치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중국은 이러한 미국의 봉쇄전략을 저지하고 양안 관계 회복 및 증진, 나아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기반으로 한 대만 통일을 위해서도 친중 정권의 탄생이 절실하다. 2016년 차이 총통 집권 이후 대만이 미국으로 급속히 기울면서 양안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급기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초 대만이 독립으로 나간다면 무력으로라도 반드시 양안 통일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놨다. 차이 총통은 일국양제 방식 통일에 대한 명확한 반대와 함께 중국과 대만이 합의한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는 반중 입장에서 추호의 흔들림도 없다.

이러한 구도 속에 이번 선거에서는 범죄인 인도 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 사태가 핵심 변수로 급부상했다. 6월 초 대규모 시위 이후 차이 총통이 중국의 일국양제 비판과 홍콩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옹호 입장을 밝히면서 지난해 11월 지방선거 참패 이후 추락했던 지지율이 급속히 회복됐다. 홍콩 시위는 2600만 대만 국민에게 중국에 대한 공포심과 함께 ‘제2의 홍콩’이 돼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확산시켰다. 차이 총통은 이런 대만인들의 심리를 파고들고 있다. 차이 총통은 최근 “민주와 자유를 지지하는 전 세계인이 홍콩 사태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대만이 민주의 등대가 되겠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차이 총통이 뜨면서 한 후보의 지지율은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한 후보가 홍콩 사태 초기 홍콩 시위 문제와 일국양제에 대해 어정쩡한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SCMP의 캐리 황 칼럼니스트는 “지난해 말 지방선거에서 양안 경제협력 등을 공약으로 내걸어 돌풍을 일으킨 한 후보에게 친중국 행보는 최대 강점이지만 취약점도 된다”며 “한 후보가 총통이 되면 중국의 압박 속에 대만의 민주주의와 자치를 수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유권자들이 의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당 일각에서는 벌써 한 후보 교체론까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급기야 중국이 한 후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지난달 31일 중국 문화여유부가 공표한 대만 개인여행 일시 중지 조치는 ‘한궈위 살리기’의 일환이다. 내년 1월까지 이 같은 조치가 시행될 경우 대만은 1조 원이 넘는 경제적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 관영 매체는 나아가 중국이 양안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폐기에 나선다면, 대만 경제에 치명타를 입힐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 중국 전문가는 “중국이 한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경제뿐만 아니라 대만 대상 군사훈련 강화 등 전방위 압박 카드를 꺼낼 수 있다”며 “하지만 이런 중국의 전략이 다시 양안 협력을 이슈로 부각시켜 한 후보를 도울지, 오히려 반중국 정서가 강해지면서 차이 총통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판단하기 이르다”고 평가했다.

선거 역학 구도 차원에서는 무소속 커 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커 시장은 아직 선거 출마를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양당 구도에 반감을 품는 30% 중도층 유권자를 기반으로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또한 “대만 독립이냐 아니냐는 대립각을 세우지 않고 중국과 미국 모두와 잘 지내고 대만인을 더 잘 살게 하자”는 그의 주장 역시 공감대를 얻고 있다. 여기에 궈 전 회장과의 연대설이 나오면서 중도, 젊은층, 고학력층의 지지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대만 빈과일보가 여론조사기관 뎬퉁(典通)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커 시장(총통 후보)과 궈 전 회장(부총통 후보)이 러닝메이트로 출마할 경우 둘의 조합은 31.3%의 지지율로 차이 총통(24.6%), 한 후보(27.1%)의 지지율을 앞섰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