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식 기자의 버디 & 보기>‘멘토’와 ‘멘티’가 된 배상문과 노승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멤버 노승열은 4년 선배 배상문을 ‘멘토’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노승열이 지난 2일 고향인 강원 고성군의 모 부대에서 1년 8개월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습니다. 전역 다음 날 공교롭게도 2년 먼저 제대한 멘토 배상문이 PGA투어 시드를 잃고 ‘빈손’이 됐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배상문은 정규대회 마지막이던 윈덤챔피언십에서 컷 탈락하면서 페덱스컵 랭킹 204위로 마쳐 플레이오프에도 못 나가고, 다음 시즌 투어 카드마저 잃었던 것이죠. 배상문은 최경주, 양용은에 이어 한국인 3번째로 PGA에서 챔피언이 됐고, 노승열은 4번째 PGA 우승자입니다.

노승열은 입대 시기를 놓고 고민하다 배상문 입대로 ‘답’을 찾았습니다. 미국에서도 텍사스 바로 옆집에서 살았을 만큼 친하게 지냈고, 군 생활 때 서로 연락해 고민을 털어놓던 선후배 사이입니다. 노승열은 배상문이 그랬듯 PGA투어로부터 입대에 따른 시드 유예 사례를 똑같이 적용받은 것이죠. 배상문은 병역문제만큼은 한국 후배들에게 ‘큰일’을 해낸 개척자나 다름없습니다.

배상문은 2017년 8월 제대 후 9월부터 미국으로 건너가 PGA투어에 곧바로 복귀했고 석 달 뒤 노승열은 고향에서 입대했습니다. 배상문은 육군 소총수로 근무하면서 골프채는 휴가 때나 손에 잡았을 뿐입니다. PGA투어에서 2승을 거뒀던 배상문이지만 실전 감각이 떨어지면서 예전 기량이 좀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노승열에겐 행운도 따랐습니다. 입대는 했지만, 인적 자원이 넘쳐 내무반 생활 대신 출퇴근하는 군 생활을 했습니다. 퇴근 후 집 마당에서 퍼팅 연습을 하고 인근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매일 연습도 하고, 주말이면 골프장에서 라운드할 수 있었던 것이죠.

노승열은 오는 9월부터 시작하는 PGA투어 2019∼2020시즌에 복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노승열은 내년 초에나 미국에 건너갈 작정입니다. 26개 대회 출전권을 서둘러 쓰기보다는 실전 감각을 끌어올린 다음 아껴 쓸 생각이죠. 메이저대회와 월드골프챔피언십시리즈를 제외해도 좋아하는 코스에서 열리는 대회만 골라 나갈 수 있습니다. 이런 계획은 준비가 덜 된 채 미국으로 갔던 멘토의 학습효과 덕입니다. 노승열은 가을쯤 국내 대회를 뛰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린 뒤 내년 1월 소니오픈을 복귀 무대로 할 생각입니다. 벌써 초청선수로 2∼3개 국내 대회에 출전할 작정입니다. 그리고 오는 10월 제주에서 열리는 CJ컵에 초청해 주면 출전을 염두에 두고는 있다고 합니다. 2부 투어에서 새 출발하는 배상문과 2년 만에 복귀하는 노승열이 다시 한 번 우승컵을 들어 올릴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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